여름
텁텁한 바람에 앞서 간 이의 등에서 약간의 꼬랑내가 살살 코끝을 스치는 때.
초여름
나는.
나는 왜 육수를 뽑고 있는것일까에 대한 사색에 잠기는 순간.
한창인 여름
아아..
나는 설마 삼겹살일까..?
왜 나를 익히려고 하는것일까 하며 잠시나마 화를 내어 보는 날.
늦여름
조금은 선선한 것일까?
그래! 산책을 가보자!
하고 결심을 하는데, 잠시 후 5분전의 나에게 상스라운 욕을 하게 되는 것.
가을에 접어들어
보람찬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와, 상쾌하게 씻고 나오면
시원한 선풍기 바람에 모기향의 그윽한 추억이 살살 아려온다.
풀벌레가 가을이 왔다고, 가을이 왔다고.
즐거이 노래부르게 되는.
여름과 가을의 사이에서 사색에 잠겨 본다.
늦저녁에 마루에 누워 어머니가 썰어주신 수박을 먹던 때가 기억이 난다.
나는 여름이 가을과 만나는 그 사이가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