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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이제 겨우 이명박의 망령을 넘었을 뿐이다
게시물ID : sisa_6093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늙은도령
추천 : 2
조회수 : 4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25 05:24:32

북한의 ‘유감 표명’에 대해 논할 생각은 없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 고위급회담의 결과는 박근혜 정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의 여론 환경을 지배하던 극우세력과 종편의 카르텔에서 한 발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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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조기레임덕에 빠진 이후, 이 땅의 지배세력들은 한국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정부 10년의 흔적들을 지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들의 첫 작품은 방송장악과 노무현의 죽이기였고, 국정원을 유신시대의 중앙정보부로 회귀시키는 것과 대규모로 종편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은 극우세력에 힘을 실어줬고, 거창한 출범과는 달리 0%대 시청률에 허덕이던 종편에게 영원한 먹거리인 안보상업주의에 올인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일베의 등장과 활성화도 빠르게 진행됐고, 민주화 운동과 5.18광주항쟁 같은 것에 빨간색이 무차별적으로 칠해졌다.



가랑비에 옷이 젖게 마련이듯, 이런 과정을 통해 그때그때의 여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 전체의 여론 환경이 빠르게 우측으로 이동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끝을 모르고 이어졌지만, 현 집권세력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볼 때만 이해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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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과 군 사이버 사령부가 불법댓글을 통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것과 그것이 밝혀진 이후에도 국정원과 군이 멀쩡할 수 있었던 것도 박근혜의 불통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박근혜도 이런 여론 환경을 바꿀 이유도 없었고, 오히려 강화할 수밖에 없는 일들(세월호참사와 정윤회 문건,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대란, 국정원 해킹의혹 등)이 계속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것이 수천 년을 이어온 진리인데, 빚의 속도로 움직이는 디지털시대에서 7년7개월이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 민주정부 10년 동안 이 땅에 구축된 거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국가 전체가 우경화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해일 같은 것이었다.



극우세력과 종편 전성시대는 이렇게 구축됐고 구조화됐으며 강력해졌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레이저 여왕도 이것에 갇혀버렸고, 야당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국민은 이런 흐름에 올라타 자발적 복종에 이르던지,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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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환경을 뒤집어버릴 어떤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극우세력과 종편의 전성시대를 종지부 찍을 방법이란 없지만, 가랑비는 한쪽의 옷만 적시는 것은 아니다. 작용에는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며, 일방적 우경화와 온갖 실정의 엔트로피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축적되고 있었다.



정치와 경제, 외교, 국방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론 환경을 뒤집어버릴 수 있는 천재지변이 일어났고, 레이저 여왕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도 피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일본의 도발은 극에 이르렀다. 레이저 여왕에게도 탈출구가 절실해졌다.



정식 사과도 아닌 유감 표명은 이래서 나올 수 있었다. 청와대가 어떻게 자화자찬하던, 극우세력과 종편, 보수화된 언론들이 어떻게 포장하던 유감 표명을 받아낸 것은ㅡ무엇을 줬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ㅡ남북관계에 관한 한 박근혜가 이명박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이것이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필자가 중국 발 경제위기의 본질과 파장에 대해에서 밝혔듯이 경제 몰락의 위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려면 북한 리스크를 경제적 탈출구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엿 같은 상황 때문에 ‘유감 표명’을 받아낸 것이 엄청난 성과인양 떠들어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일단 이명박의 망령부터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한이란 상수가 최소화됐을 때 진정한 승부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답해야 한다, 제 살과 뼈를 도려내는 혁신이 어디까지이고, 정권탈환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어떻게 실현하려고 하는지.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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