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신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느낄 때, 혹은 자신이 그에 대한 자격이 있다고 느낄 때 그것을 그만두거나 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만약 돈을 들고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했을 때, 거절당한다면 우선 당혹감과 무안을 느낄 것입니다. 이때 여러분이 만약 상대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면 여러분은 좌절감을 느낄 것이고, 상대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면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좌절감을 느낀 경우보다 분노를 느꼈을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행동할 분들이 더 많으리라 예상됩니다.
권력을 가지게 된 인간은, 아마 그 권력을 통해서 자기 자신에게 효능감을 느끼고, 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점차 자신의 영향력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그가 자신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억제하고, 공공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본성에 반하는 일인지 모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권력자가 자신의 본능과 지속적으로 싸워가면서 시민을 위해서 봉사하기를 요구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요구는 물론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현재의 정체 하에서 인민이 자신의 권력을 대의로써 위탁하고 이에 따라서 법적인 제한에 따라 권력을 발휘할 수 있는 권한과 범위가 결정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회적으로 위탁된 권력이라고 할지라도, 그걸 받아드리는 개인에게는 마치 원초적인 힘과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힘을 발휘하고자 하는 욕구는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억제한다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들은 그 어려움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고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들이 마냥 권력자가 자신들에게 순종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들이 자신들이 위탁한 권력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위험한 것인지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위탁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고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위탁한 권력이 사회적인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상황에서 나에게 손해를 입히는 방향으로 작용하더라도, 분명히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기능하고 있다면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러한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다면 최소한 그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자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그에 저항하고 그의 권력을 감시하기 위해서 노력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민주주의가 권력자의 책임만큼이나 시민의 책임에 의해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책임은 주주가 자신의 일 주에 대해서 갖는 책임처럼 자신이 투표한 한 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민주주의의 원리는 다수결의 원리에 불과한 것이고 민주주의는 과두정에 불과한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의의는 시민 하나하나가 권력의 무게를 통감하는 데 있습니다. 또한 권력은 남용되기 마련이며, 그것을 감시하고 견제하여 올바른 길로 인도하도록 힘쓰는 것은 시민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재정권의 실패는 독재자의 책임이지만, 민주주의의 실패는 시민 자신의 책임입니다. 우리들 한 명 한 명의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