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심심한 김에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 제일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기도 그렇고 다른 사이트들도 그렇고 다들 조용한 선거구 개정에 대해 한 번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폰으로 작성하는 것이라 오타가 많을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총선의 경우 선거구 마다의 인구숫자가 달라서 선거구에 따라 국민 개개인의 표의 가치가 다르게 적용됩니다. 그래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선거구랑 가장 인구가 적은 선거구의 인구 비율이 3:1을 넘어가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뒀는데 이걸 작년에 올해 말까지 2:1로 바꾸라고 헌재가 명령을 해서 현재 국회에서 선거구 개정 논의중입니다.
우리나라 현재 선거제도대로 하면 각 정당이 얻은 표의 비율이랑 각 정당이 실제로 국회에서 받는 의석 숫자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Ex. 새누리가 저번 총선에 43%인가? 득표했는데 과반을 초과하는 의석을 받음) 하지만 독일이나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에는 정당 득표율과 국회 의석숫자랑 거의 동일하게 맞추는 제도를 쓰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민의가 그대로 국회에 반영이 된다는 것이지요. 이번에 선관위에서 제안한 제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선관위의 제안의 경우 현재 총선이랑 똑같이 국민은 2표를 행사합니다. 지역구 대표 및 비례대표 투표지요. 하나 차이가 있다면 비례대표 후보를 현재는 전국구로 정하는데 이를 권역별로 나눠서 정합니다. (경남 비례대표, 전북 비례대표 이렇게) 그리고 투표를 하면 일단 지역구 당선자들이 나오겠지요. 그런데 그 지역구 당선자들의 숫자는 정당의 득표율과는 상이할 것입니다.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이 득표율과 실제 의석의 차이를 비례대표로 매꿔주자는 것 입니다.
예를들어 영남에 지역구가 40석 비례대표가 20석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근데 여기 지역구는 거의 대부분 새누리가 당선되겠죠? (다 이겨서 40석이라고 가정) 그래도 새정연도 어느정도는 표를 받았을 테니까 30%를 받았다고 가정하면, 총 60석 중 30%인 18석은 가져가야 하니까 영남에 할당된 비례대표 총 20석 중에 새정연에 비례 18석을 주고 새누리에는 2석만 주게 됩니다. 국민의 정당 지지도가 그대로 국회 의석수로 반영되는 것이지요.
거기에 나아가서 선관위는 또 석패율제도란 것도 제안하였습니다. 지역구 의원인데 막 60:40 이렇게 졌다고 생각해보죠. 그럼 비록 졌다고는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40%의 지지를 얻었으니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는 후보지 않습니까? 이런 후보들을 지역 비례대표 후보자에 넣어주어 구제해주는 제도가 바로 석패율제도 입니다.
정리해 보자면 이번 선관위의 제안대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도가 도입되게 된다면 1. 국회의원 의석 숫자가 국민들의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여 각 정당에 배분되게 되고, 2. 영남 및 호남에서 상당수의 새정연과 새누리 후보들이 당선이 되어 지역주의가 완화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향이 매우 합리적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렇게 바꾸기 위해선 몇 가지 넘어야 할 장벽들이 있습니다. 현재의 소선거구제는 거대 양당인 새누리랑 새정연에게 상당히 많은 숫자의 득표율을 넘어선 숫자의 의석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석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아무 이유없이 이 가득권을 내려놓을 일은 없다고 봐야겠죠.
또한 다들 아시다시피 지역주의는 두 거대 정당의 양분입니다. 영남을 차지하고 있는 새누리는 항상 국회 제 1당을 차지할 수 있으며, 호남을 차지하고 있는 새정연 역시 언제나 제 2당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두 정당은 굳이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싶진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 큰 문제점은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민의에 맞추어 의석을 제대로 배분해주려면 총 지역구 숫자와 어느정도 비슷하게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려야 합니다. 그를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국회의원의 총 숫자를 늘려야 하겠지요. 선관위는 300명 정원을 유지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200대 100으로 설정할 것을 권장하였습니다.
하지만 평생을 해당 지역구를 위해 헌신해온 국회의원에게 너희 지역구를 다른 곳과 통합해버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요. 심지어 그런 선거구 재편 권한이 그 국회의원에게 있다면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또한 국민 정서상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리자고 이야기를 한다면 반발이 상당하겠지요. 하지만 국회의원에 대한 감정을 잠시 접어두고 냉정히 생각해보면,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갖게되는 권력의 크기가 줄어들게 됨과 동시에 국민의 한 표가 국회의원 한 명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지게 됨으로써 국회의원이 국민의 말을 더 잘듣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지역구 숫자는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의 숫자를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지금까지 선관위의 제안인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를 도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 사항을 이야기 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설립하여 내년에 있을 총선에 쓰일 선거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게도 두 거대정당은 국회의원의 숫자를 300석으로 유지를 하는 것에 이미 합의를 하였습니다.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고 이야기해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상황도 피하고, 선관위의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아버리는 양당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지켜줄 선택이죠.
아.. 아직 쓸 말이 더 많은데 버스가 집에 도착했네요. 급하게 마무리하자면 본 내용은 팟캐스트 그것을 알기 싫다와 노유진의 정치카페의 선거법 개정에 대한 에피소드들에 나온 내용을 기억나는대로 정리한 것에 불과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어제 나온 노유진의 정치카페 생중계 국회의석 절도사건 에피소드를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아무쪼록 새누리나 새정연이 그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도록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국민의 투표 결과대로 국회의 의석 숫자를 부여하도록 선거법이 개정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