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햇빛
밝지도 그렇다고 칠흑같이 어둡지도 않은, 오래 지내면 눈이 침침해질 것 같은 낡은 형광등의 방 한칸
누구와 대화도 만남도 없었던, 더불어 생산적이지도 않았던 하릴없이 혼자였던 날들
며칠만에 밀린 설거지와 쌓인 먼지를 걷어내며, 음식물 쓰레기를 내다놓기 위해 밖으로 나간 어느 낮
내 머리 위로 나타난 너무도 밝은 해.
너무도 찬란하게 나에게 쇄도하는 저 햇빛.
그것은 너무도 강렬하게 부서져 내려서 마치 나를 부술 것만 같은 그런 햇빛이었고
나는 왠지 모르게 살아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또 부끄럽다고.
이렇게 좋은 햇살이 비치는 세상에서 나는 왜 부끄러워야 하고, 또 부끄러운가.
나는 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싶지도 않고, 부끄럽고 싶지도 않은가.
햇볕에 더 있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콩콩 뛰었건만
밖에 나와 햇빛을 더 맞는 그 일이 부끄러워 나는 그만 도망치듯 들어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