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컬트신파] 너무 신파조 아이가??
게시물ID : jjhumor_1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컬트신파
추천 : 43
조회수 : 124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4/06/15 12:06:56

이 글은 나로 하여금 신파라는 아이디를 만들게한 결정적 역할을 한 글이며 
 
이후 인터넷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글이기도하다.
  

그 때를 생각하며 글을 쓰려니 괜히 얼굴이 붉어지는 것 같고

세수 안하고 거리로 나온듯 웬지 개운치 않지만..

 
간혹 남의 민망함이 

제 삼자에겐 가벼운 즐거움을 주기도 하는 법이므로

약간의 정서적 데미지를 각오하며 여기에 소개하려한다........(*__)

 

 
*원판이 부실할수록 포샵 시간이 길고 

본문이 허접할 수록 서두가 요란하다던데...←(머래냐;;) 

 
------------------------------------------------------------------------
 

동창회 사이트가 크게 인기를 끌던 때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신입 회원 중에 

어릴 적 늘 마음에 담아두었던 친구가 가입한걸 알 수 있었다. 

놀라움과 반가운 맘으로 

논 타임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림으로 작업에 착수했는데...

 

어릴적 기억을 호감으로 발전시켜보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어설픈 오바를 하기 시작했다.




*은영...너를기억해.

  

보라색 망토를 두르고 

노란 피아노 가방을 든 채

정환네 집 언덕을 도도한 표정으로 오르던 너.
 

굳게닫혀있던 너의 집 철 대문과,

문 밖 계단에 수호신처럼 앉아있던 개... 
 

'죤' 이었던가?

 

마치...

"산동네에 살지만 너희완 달라."라고 말하는 것 처럼 

오만해 보이던 너희 집의 기괴하리 만큼 높던 담벼락, 

그 담벼락에 붙어있던 시멘트 조각들... 

유리조각들...

 
뭔가를 시도하던 담쟁이 덩쿨, 

담벼락위로 갑자기 튀어 오르듯 피던 나팔꽃.......

 
'전과'를 빌리려 처음 으로 들어간 너의 작은 방에서,
 
소년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네 방의 향기와

잘 정돈된 책상과 의자위에 놓여있던 조그만 방석.

너랑 무척 닮아 보이던 작은 봉제인형....

 
그런 사소한 것들을 기억해.


너희집 대문 기둥에 어지럽게 그려진 아이들의 낙서와

낙서한 아이의 심정을 너무나도 분명히 기억해......(그 아인 나였으니까... )


내 생일 날 네가 들려주었던 피아노 연주.
 
아직도 7월이면 내 맘속에서 그 연주가 계속되고 있는


그래...해피 버스데이.....

비록 너희 집 대문 밖에서 듣긴 했지만

네가 어느 부분에서 건반을 잘못 눌렀는지

어느 부분에서 박자를 놓쳤는 지 까지도 또렷이 기억해...

 
너...알고 있었니? 
 
너는 어릴 적 나에게 백 퍼센트의 여자아이였단 걸...........


보라색 망토의 소녀...은영

너를 보고싶다.
 

말한마디 못하고 얼굴만 붉히던 꼬맹이 때의 순수함이야 잃었지만

어른다운 예의는 배워두었으니 

고무줄도 끊지 않고 짓궂음도 부리지 않을게..

 
어릴 때 네가 나에게 그랬듯 

나 이제 너에게로 가서 너의 절망이 되고 싶다................................기서


↑원문 내용과 다름 없음을 증명함 (운영자 印)

 

 
다음 날 ....

 
수많은 리플의 호위속에 은영의 답 글이 게시판에 올라 있었다.....

(-_ㅠ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온다.)

 

RE: 은영...너를기억해.

 

기서야 너의 감동적인 글 잘 읽었어.

글을 읽으며 마치 소녀 시절로 돌아간듯 어찌나 마음이 설레이던지...
 

참 세심하기도 하지.


담쟁이 덩쿨과 유리조각과 나팔 꽃에 기르던 개 이름까지...

게다가 담장의 낙서와 내 방의 향기와 

나의 피아노 연주를 지금도 기억한다니...

 
정말 오래된 일인데....

당사자 마저 잊고있는 그런 사소한 것 까지 기억하는걸 보니

넌 참 가슴이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단 생각을 했어.

 
그래 당사자 마저 기억나지 않는 일.........

 
기서야 정말 우리 집 담벼락에 담쟁이 덩쿨이 있었냐?

 
유리조각과 나팔 꽃은 또 머야? 왜 기억이 안나지?..-_-a 


글구 네 말에 의하면 내가 피아노를 배웠는데....왜 지금은 피아노를 전혀 못치는걸까?

 
그래,개를 기른적 이 있긴했지... 근데 이름이 '쫑'이었는데...?
 

기서야...


내가 얼마나 너의 기억과 나의 소녀기를 매치시키려 노력했는줄 아니?

네가 '쫑'을 '죤'으로 착각한거라 믿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_-;;

 

근데...아무래도 아닌건 아니라고 해야겠더라.

결정적으로 보라망토 따윈 내 인생에 확실히 개입한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얻은 결론인데...

아무래도 네가 기억하는 은영이는 내가 아닌 것 같아...-_-;

  

다시한번 기억을 떠올려 볼래?
 

내이름이 '고 은영'이잖니?

근데 6학년 7반에 '조 은영'이란 친구가 있었어.

예쁘장하고 피아노를 잘치던 아이였었는데..

듣기론 중학교 때 일찍 미국으로 이민갔다더라...
 

'조 은영'......'고 은영'

 
그렇게 많은 사소한 걸 기억하는 기서가..

왜 그렇게 중요한 한가지는 잊어버렸을까..?  ..  ^.~

안녕 또 보자~   호호호

 

PS: 근데..이런 말 해도 될가 모르겠는데 네 글 말야......너..너무 신파조 아이가?.... ㅡ_-;;
 

↑임팩트 있는 추신을 마지막으로 글은 끝나 있었고

 
글을 읽고나서 민망함과 충격으로 한동안 코마에 빠져있었지만..... 

 
친구들의 리플을 읽고나서는 나의 삶에 변화가 생겼다.

 
 
*리플들↓

 
철수 : ㅋㅋㅋ 아주 코메디를 해라.

영희 : ㅋㅋ 신파 맞네...

경수 : 쿄쿄쿄.. 기서야 아이디를 아예 신파라고 하지그래?

진수 :신파라는 아이디로 유머 글을 쓰면 딱이겠네...^^/

 
↑이런 친구들의 조언을 여과없이 받아들인 나는 

 
그 날로 신파라는 아이디를 만들었고
 
우량독자들로 가득한 이 곳에 

그다지 웃기지 않은 유머글을 간혹 올려대곤 한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