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정말 이쁜 커플이였습니다.
약 500일간 단 한번도 싸우지 않고 마음속에도 정말 티끌하나 남지 않게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커플이였어요.
제 주변 친구들 그리고 여자친구 커플도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커플을 축복하고 너희들은 꼭 결혼할 것 같다고 예상하였었지요.
같이 어마어마한 방사능을 뚫고 도쿄 여행도 다녀왔구요.
그런데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제가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있는데 서울에 계속 있으면 친구들이나 다른 유혹거리가 너무 많아서 지방 산속고시원으로 들어왔어요.
그러다보니 모의고사가 있을 때만 서울로 가서 여자친구를 만나곤 했지요.
하지만 저희는 떨어져있는 만큼 애틋해서 좋다. 서로의 빈자리가 보이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생각하며 이쁘게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여자친구가 오빠 공부하는 동안 자기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 또한 여자친구가 내 빈자리 느끼며 혼자 있는 것보단 그렇게 자신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그러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에는 연락도 잘 안되고 끝나면 피곤하여 바로 자고 또 다음날 학교를 가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서로의 대화시간이 점점 줄더라구요.
게다가 서로의 거주지나 생활방식도 달라지다보니 뭔가 말할거리(?)도 떨어져서 어느덧 서로 의무감에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자기 전에 종종 연락이 왜이렇게 안되느냐~ 나 이런거 진짜 싫어한다.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 싫다고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일이 하나 크게 터져버렸지요.
여자친구가 항상 자기전에 샤워를 하는데 저는 여자친구 샤워가 끝나는 시간을 정해주고(약 1시간 20분?) 바로 전화를 한 뒤 잠을 잡니다.
그런데 언제 한번 여자친구가 우리가 함께 정한 시간을 15분정도 지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뭔가 '여자친구를 휘어잡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어 과도하게 뭐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미안하다는 말을 대충하고 자기 또한 기분이 좋지않음을 목소리로 들어내더라구요.
이에 더 기분이 나빠진 저는 그동안 쌓여있던 연락 얘기를 전부 다 해버렸습니다.
- 내 카톡보다 다른 친구와의 카톡을 우선시 한 것.
- 얘기거리가 점점 없어져 가는 것.
- 친구와 놀 때 연락을 잘 안하는 것(1시간정도에 카톡 2통)
정말 사소한 일들이고 유치한 일들이지요.
그런데 여자친구가 이때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오빠 자꾸 이러면 나 오빠한테 미안해서 연락 더이상 안할 수도 있어"
이때 이 여자를 만나면서 난생 처음으로 '아... 우리에게도 헤어짐이란게 있을 수 있구나. 내가 그동안 우리는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있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침묵을 지키다 너무 사소한 일 가지고 미안하다고 오빠가 공부때문에 약해진 것 같다고 나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얘기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후에도 계속 말이 안이어지고 침묵만 이어지길래 나도 모르게 "우리 나중에 한번 싸워볼래?" 이런 소리를 하였습니다.
저는 지금 침묵만 이어지는 이 상황이 너무 싫어서 차라리 싸우고 깨끗하게 화해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 말이였는데
잠시 후 이게 뭔 미친 소리인가 내가 봐도 멍청한 소리구나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여자친구는 "오빠 우리 싸우면 오빠 진짜 후회하게 될거야"라고 하더라구요.
정신을 차린 저는 그래 싸움이 뭔 소리냐 오빠가 잠시 미쳤었다.라고 하며 대화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그 다음날 뭔가 찝찝한 마음에 독서실에 [남자, 여자를 이해하다]라는 책을 찾아서 봤었는데
이 책 정말 가관이더라구요.
일베 그 이상으로 여자를 적나라하게 까놨습니다.
그것도 정말 논리적으로요...
지금 생각나는 것 만 써봐도
- 여자는 현재만을 보고 과거와 미래를 신경쓰지 않는다.
그렇기때문에 항상 지각을 하고 이에 대해 딱히 미안한 줄 모른다.
- 여자는 로맨스에 평생 취해서 산다.
이 로맨스때문에 남자와 관계를 맺는건데 그렇기때문에 남자가 로맨스에 호응해주면 그 이상의 로맨스를 바라고 결국 그 남자는 처참한 뒷모습을 맞이하게 된다.
- 여자는 언제나 남탓을 한다.
그렇기때문에 싸움이 나면 논리적인 인과를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폭력적인 남자만을 탓하며 자신을 학대당하는 희생양으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것인데..................................
더 무서운 것은 제가 이 논리에 설득을 당하고 있는 겁니다.
이 말도 안되는 논리에 설득을 당한 저는 여자친구가 연락이 와도 뭔가 덤덤하고 한번씩 전에 전화하면서 있던 일을 다시 생각해보면 자꾸 여자친구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화가 전처럼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흐르지않고 툭툭끊기고 뭔가 재미가 없습니다.
뭔가 아슬아슬한 긴장이 흐른다고 해야하나요?
여자친구 카톡이 올 때 마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 생각하게 되고 카톡 1통 보내는데 1분씩 걸립니다.
여자친구 말투는 전과 같은데 내가 왜이러는건지....미치겠습니다.
아마 제가 전과 다른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여자친구를 대해서 대화에 긴장이 흐르는 것 같아요.
부탁드립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요?
어떻게 해야 전의 그 사랑스러운 여자를 대하던 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제가 싫고 이런 저희 관계가 더 멀어질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