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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유어 머니'를 아십니까?
게시물ID : sisa_6100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늙은도령
추천 : 3
조회수 : 74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8/29 23:43:56

퍽 유어 머니(Fuck your money)’라는 말이 있다. 노예 계약에서 벗어나서 빅토리아 시대 신사처럼 살 수 있게 해줄 수 있는 돈을 의미한다. 그것은 일종의 심리적 완충장치다. 멋대로 펑펑 쓰고 살 만큼은 안 되지만, 월급에 목을 매지 않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자유를 줄 만큼은 되는 돈이다. 그것은 돈에 영혼을 파는 것을 막아 주며, 외부의 권위–어떤 외부의 권위든 간에–로부터 당신을 자유롭게 해준다. 



위의 인용문은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해서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탈레브의 《블랙스완》에 나오는 내용이다. 자유주의적 진보를 압축적으로 표현해준 위의 인용문은,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정치경제적 자유를 행사할 수 있는 삶의 조건을 말해준다.



모든 국민이 ‘fuck your moneny'에 해당하는 부(소득과 자산)를 갖추면, 정치적 의사표현에서도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완벽에 가까운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반칙과 특권이 판치는 불평등 민주주의가 아닌 상식과 원칙이 살아있는 민주주의는 이럴 때만 가능하다. 내가 이재용이나 정의선에 꿀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fuck your moneny'와 정반대의 상태를 말하는 빈곤에 대해 살펴보자.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투자되는 개발이 진행되고, 성장 중심의 정책이 집행될수록 불평등이 늘어나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려면 경제규모는 늘어나는데 중하위층의 삶은 어려워지는 새로운 형태의 빈곤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빈곤은 박탈보다 더 심각한, 항구적인 결핍과 처절한 불행 상태다. 이러한 상태의 치욕은 빈곤이 인간성을 박탈하는 강제력을 지니고 있다는 데 있다. 빈곤은 비참하다. 왜냐하면...빈곤은 사람들을 신체의 절대 명령, 즉 (생존하기 위한) 필연성의 절대 명령에 굴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위의 인용문은 한나 아렌트의 《혁명론》에 나오는 내용이다. 생존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시장을 통해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한 사람들은 돈을 버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다. 이들은 생필품을 구입하고 병을 치료하기 위한 돈을 제공할 수 있는 외부의 권위(기업과 정부가 대표적)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생존을 위협하는 빈곤(이게 헬조선이다)에서 자유로울 인간이란 거의 없다. 



게다가 경쟁에서 뒤진 빈자들을 돌봐주었던 사회적 자본이 무너진 상태에서, 정부와 기업(자본)에서 제공하는 공적 부조나 기부, 최저임금 이하의 저임금 일자리라도 얻기 위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선거도 포기한 채 일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들은 자신을 빈곤으로 내몬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라도 주워먹으려 부자를 대변하는정당에 표를 던지기도 한다.



이들은 좌파가 폭력적 혁명(우파의 반혁명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을 포기한 대가로 민주주의를 수용할 때, 국민국가가 ‘fuck your money' 수준의 사회경제적 평등을 모든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했음을 알지 못한다. 민주주의가 정의 실현을 위한 폭력이 배제된 체제도 아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그렇게 인식돼, 이제는 상식처럼 굳어져 버렸다.  



대한민국의 보수 세력이 포퓰리즘이나 좌파적이라고 비난하는 보편적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대가 폭력적 혁명의 대가이자 가장 민주적인 정책임을 알지 못한다. 이들은 정치와 이념이 밥 먹여주느냐며 선거조차 하지 않는 반정치적 행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돈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을 위해 자신의 빈곤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겠다는 것과 동일함도 알지 못한다.



국가(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경제적 평등이나 ‘fuck your money'를 보장하도록 정치 행위를 구성(직접, 참여, 대의 등)하는 것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진보의 이념적 가치다. 민주주의 하에서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는 정치 행위를 통해 국가(정부)가 국민을 먹여 살리라고 강제하는 것이 진보의 이념적 가치다.



정치와 이념이 밥 먹여주는 체제가 민주주의다. 보수는 이익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가도록 정치 행위를 구성하는 것(낙수효과)이고, 그래서 파이를 키워 잔이 흘러넘치도록 만드는 성장에 그렇게도 목매는 것이다(그 결과가 지구온난화다). 진보는 이와 반대로 부의 재분배를 통해 아래를 튼튼히 해서 이익이 위로 솟아오르게 하는 것(분수효과)이다.



헌데 지금까지 선 성장 후 분배라는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한 적은 2008년 이전의 일부 금융산업, 건국 초기의 미국, 50~80년대 말까지의 유럽 선진복지국가, 60~80년대 초반까지의 일본 이외에는 없었다. 이명박과 박근헤 정부에서는.. 차라리 말을 하지 말자. 경제를 자기 멋대로 하는 경제부총리가 면세점 이하의 저소득층에도 세금을 매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면.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때로는 계산하지 않고 부딪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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