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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story_1081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촐~한밥상
추천 : 26
조회수 : 90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5/11/02 23:00:45

좋은 글이길래 퍼왔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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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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