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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코치가 박찬호선수에대해 홈피에 남긴 글
게시물ID : humorbest_1082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볼피1
추천 : 55
조회수 : 3787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5/09/24 10:31:17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9/24 08:43:28
며칠 전 늦은 밤 박찬호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샌디애고로 트레이드 된 일이 오히려 잘 된 것 같고 새로운 팀에서 제대로 된 부활의 모습을 보여 주겠다며 자신감에 찬 통화를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날은 목소리에 영 힘이 실리지 않아서 마음이 쓰였다. 선발에서 빠졌다는 소식은 미리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직접 " 선배님 , 저 불펜으로 갔습니다 " 하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그 힘든 마음이 전화를 통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나는 안다. 그리고 이해가 간다. 찬호의 마음이 어떨지. 새벽1시가 넘은 시각이었지만 찬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느라 밤이 깊었는지도 몰랐다. 내용은 평소와 별반 다름없이 기자와도 친구와도 나눌 수 없고, 이해 받지 못하는 운동선수 그것도 내 나라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의 어려움들을 서로 이야기 하는 동안 요즈음 찬호가 처한 상황이 다른 어떤 때보다 어렵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다.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가 불펜에서 대기하는 것은 ‘좀 힘들고 속상하겠구나 " 하는 일반 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스트레스이다. 게다가 높은 연봉은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지나쳐 질투( ? )의 대상이나 된 듯 거품이라고 연일 기사를 써대고 또 그 부분만을 발췌해서 한국신문에 거의 동시통역 수준으로 발 빠르게 태평양을 건너가고 있으니 < 애국청년 > 찬호의 마음이 많이 힘들 거라 짐작해 본다. 찬호를 만나면 내가 늘 이런 점은 참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 한국사랑 - 이다.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어찌나 강한지 선배인 내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자신의 성공을 개인의 것으로 생각하기 이전에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고 한국 팬들의 성원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찬호가 자신의 부진이나 쓸데없는 스캔들이 얼마나 한국 팬들에게 실망을 줄 것인가 염려하는 마음은 안 보아도 불 본듯하다. 나는 때로는 찬호가 좀 뻔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사람은 찬호를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던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찬호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찬호와 통화를 끝낸 후 잠을 놓쳐버려 인터넷으로 최근 찬호의 기사를 검색하면서 " 아! 그래서 힘든 목소리였구나 " 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기사가 있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 문제도 그렇다. 혼기를 꽉 채운 아니 넘어버리기까지 한 박찬호 선수가 결혼상대가 있다면 시즌이 끝난 후 당당히 밝힐 것이라고 믿고 좀 기다려주면 좋을텐데. 유명하니까, 팬들이 많으니까 매스컴에 오르락 내리락 한다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즌중의 선수는 특히나 투수는 많이 예민해 있다. 매스컴이 선수의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선수 마음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흥미위주의 기사를 쓴다면 선수와 기자의 인간적인 관계는 깨지고 기계적인 관계만 남는다. 또 무조건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 대 선수 >가 된다는 교과서적인 주문은 그리 현실적이지 못한 해답인것 같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는 한계가 있다. 선수시절을 돌아보면 어떤 사람들은 술, 담배로 어떤 사람들은 취미 생활로 나 같은 경우는 집으로 스트레스를 가지고 와 식구들에게 푸는 편이어서 지금 돌이켜보면 아내와 아이들에게 참 미안하다. 찬호는 스포츠심리학자를 만나서 상담도 하고 < 기 >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하고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려고 애쓰고 있다. 연봉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아무리 유명해도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계속 닥달을 당하면 참 힘들다. 연봉 1000만불 받는 사람이 연봉 10만불 받는 사람보다 100배쯤 강 심장이면 좋을텐데 그렇지가 못하다. 부진의 원인은 기자나 선배 야구인이나 네티즌이 분석한 것보다 팀 코치와 본인이 가장 정확히 잘 알고 있다. 야구인이나 비야구인이나 찬호에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해라 요구하기보다 좀 기다려주고 믿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선배로써 부탁하고 싶다. 나는 같은 야구인이지만 찬호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해 줄 필요도 없고 정신력으로 극복해 보라는 충고도 해주고 싶지 않다. 다만 선수시절의 그 어려움이, 또 그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 은퇴 후에 인생을 살아갈 때 얼마나 큰 재산이 될지를 미리 감사하라는 것이다. ( 이렇게 찬호에게 당부하고 있는 내 자신도 현역시절에는 그렇게 못하고 살았다. ) 찬호는 차범근 감독과 함께 한국을 널리 알리고 또 가장 성공한 대한민국 운동선수로 꼽을 수 있다. 그 동안 국민들에게 기쁨과 자부심을 준 것을 생각한다면 부진할 때 좀 격려해 주자. 격려해주고 싶지 않다면 가만히라도 있어 주자. 시카고에서 이만수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박찬호에게 빚을 졌습니다 욕을 하기 보단 응원의 힘을 보내줍시다. 박찬호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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