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미술, 음악, 수학, 과학, 공학 못하는게 없으시고 모르는게 없으신 아버지의 지식에 토가 나올 지경이다.
모르는게 없으시니 우매한 가족은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없다는 지당한 사실에 토가나올 지경이다.
친구 친적 앞에서 아들 자랑을 하며 아들이랑 대화하며 먹는 술이 가장 맛있다는 아버지의 자식 사랑에 토가 나올 지경이다.
아버지는 나를 어떤 주제에서든 본인의 생각을 나에게 설득하다 대화가 끝난다. 대화아닌 대화에 토가 나올 지경이다.
인생엔 정답이 없다면서 나에겐 본인이 정하신 정답만 강요하시는 우리 아버지의 모순된 태도에 토가 나올 지경이다.
열 아홉이 된 해에 꿈이 생겼다. 내 적성, 흥미, 가치관, 사고방식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교수가 되고싶다.
우리 아빠는 전기 공학을 하셨다.
아버지는 본인이 시원하게 말아드신 사업을 시작할 때 부터, 내가 전자공학과를 갔으면 하셨다.
열아홉 수능을 본 해에 물리학과와 수학과 그리고 아버지 바람대로 전자 공학과를 지원했다.
물리학과 수학을 지원하는 꼬라지를 절대 못 보신 우리아버지는 내가 그토록 가고싶던 학교에 물리학과에 떨어지길 간절히 기도하셨다.
의도치 않았지만, 나는 전자 공학도가 되었다.
대학에 오면 니인생 니가 살라 하셨다. 하지만 전자공학도가 되어버린 내가 교수가 되는길로 빠지지 않기위해 오늘도 나를 위해 술을 드시고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신다. 아버지의 모순된 태도에 토가 나올 지경이다.
스물 하나가 된 해에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군대를 미루고 대체 근무를 하겠다 말씀드렸다. 정답이 아니였다. 군대에 갔다와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버지의 정답이였다. 아버지의 정답은 토가 나온다.
아버지 같은 남자가, 사람이, 아버지가 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이 나를 만들었다.
아버지 처럼 되지 않기위해 나는 타인을 존중하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며, 내 사고를 타인에게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여자 앞에서 약해지고, 후배와 동생을 존중한다.
심지어 담배피는 것 조차 혐오하며, 진솔한 이야기는 술이 아닌 맨정신에서 한다.
아버지를 보며 오늘도 느낀다. 나는 썩 잘 자란것 같아서 다행이다.
아버지는 내가 아는 어른중 가장 꼰대다.
꼰대라고 하면 나는 가장 먼저 아버지의 태도들이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아버지한테 그게뭐냐 듣지도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그래서 난 항상 죄인이 된 기분으로 하루를 망친다.
이젠 아니다. 난 잘못하지 않았고 난 잘못 생각한게 아니다.
오늘 아버지를 욕한것을 죄스럽게 생각하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