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한 지난달 28일의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안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부 부처 대표가 참여해 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정부 관련 부처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지원하기 위해 공식 허가절차가 시작되기도 전에 사업자를 조직적으로 지원했음이 밝혀진 데 이어 승인 절차상의 문제도 드러난 것이다. 사업 승인의 정당성이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전체 위원이 20명인데, 이 가운데 10명이 관계 부처, 1명이 국립공원관리공단 대표이고, 나머지 9명이 순수 민간 위원이다. 애초 구성부터 정부 쪽 당연직 위원이 과반이어서 정부가 미리 정한 결론을 뒤집기 힘든 구조다. 이를 고려해 견해가 갈리면 보완조사를 통해 표결이 아닌 합의제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2004년 계룡산국립공원 관통도로 안건을 심의하면서 이런 관례를 깨고 투표로 의결했다. 이로 인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환경부는 2007년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심의 안건과 관련이 있는 부처·청의 위원”을 정부 쪽 위원으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그런데 이번 심의에서 직접 관련이 없는 부처를 포함해 정부 쪽 위원 11명 전원을 참석시킨 채 표결을 강행했다. 법 절차를 어긴 만큼 심의 결정은 무효로 해야 마땅하다.
앞서 관련 정부부처들이 사전에 케이블카 추진을 위해 짬짜미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에게 제출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티에프 회의록’을 보면,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설악산 케이블카 착공을 지원하라”고 지시한 이후 관련 정부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사업자인 강원도와 양양군을 도와 결국 국립공원위원회의 승인을 받아냈음이 드러났다. 환경부는 양양군이 제출할 케이블카 사업 계획이 환경부의 검토 기준에 맞게 작성되도록 “컨설팅”을 해줬다. 이번 심의에서 표결에 나선 부처 5곳이 문제의 티에프에 참여했다.
국민 다수는 후손에게 물려줄 자연유산인 설악산이 졸속개발로 망가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의 심의·의결 기능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이런 뻔뻔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면 위원회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 마침 우원식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 등 12명의 의원이 최근 정부 위원을 대폭 줄이고 전문성을 갖춘 민간위원 중심으로 위원회를 운영하는 내용의 자연공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것을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