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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둥이 심장이 두순두순
게시물ID : animal_1397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송우진
추천 : 8
조회수 : 53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9/05 00: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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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2때의 일이었던가.
엄마, 아빠, 나, 동생1, 동생2 가 있는 집에 강아지가 한 마리 들어왔다.
대회반이어서 방학때도 꼬박꼬박 등교했었고, 여름방학 중 4시까지 수업을 하고 집에 들어온 나는 이 쪼꼬맹이 아이를 처음 만났다.
 
동생1이 학교에 친구들이랑 놀러 갔다가 (집에서 걸어서 3~40분 거리) 버스비가 없어서 걸어오는데
어느 순간 이 쪼꼬맹이가 보였다고 했다.
동물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동생1은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주고 다시 갈 길을 가는데
이 쪼꼬맹이가 자기 뒤를 졸졸 쫓아오더라고, 그렇게 집까지 왔다고 했다.
 
우리 가족 중에서 엄마랑 내가 비염이 있는데, 엄마가 조금 더 심했다.
그렇다고 동물을 한 번도 키워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나 어릴 때는 아빠가 수해복구 나갔다가 강가에서 구한 고양이도 키웠었고,
할머니 댁 진돗개 주려고 약 사러 동물병원에 갔다가 어떤 여자가 맡겨놓고 데려가지 않은, 안락사 예정이었던 한쪽 눈이 없는 시추도 키웠었다.
물론 다 무지개다리 가는 길까지 봤다. 하지만 무지개다리 건널때까지 엄마는 비염으로 갖은 고생을 했다.
 
그래서 엄마는 다신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했었다.
근데, 그렇게 말했던 엄마는 내가 '이 멍멍이 뭐야?' 하면서 집에 들어섰을 때 이 쪼꼬맹이 씻기고 난 후 욕실정리를 하고 있었다.
 
쟤 따라왔대.
키우게?
글쎄, 잘 모르겠다. 근데 애가 엄청 순둥이네.
 
다 씻겨놓고 잘 모르겠다는 뭐야...
 
격일제 근무였던 아빠는 퇴근 후 쪼꼬맹이를 보고 얘 감당 어떻게 할거냐며 화를 냈지만
어느 집이나 그렇듯 일 벌린 자의 '내가 똥오줌 다 치우고 밥도 챙기고 씻기고 할게.' 라는 씨알도 안먹힐 뻥(혹은 당연한 얘기)을 3일동안 듣고 나서야
쪼꼬맹이와 우리의 동거를 허락했다.
 
 
병원에 가보니 3살 추정. 순종 푸들. 암컷.
생각보다 털도 안날리고, 순해서 괜찮았다.
(물론 순하다고 다 괜찮은 건 아니었다. 대소변도 못 가렸고, 똥도 먹고...)
 
 
 
아 근데, 얘 이름 뭘로 해?
내가 묻자 엄마는 니들이 알아서 해. 하며 손을 딱 뗐고
나는 민트, 동생2는 ... 초롱이었던가. 뭐 나름 애완견 이름다운 이름을 나열하고 있었는데
동생1은 뜬금없이 두순이. 하면서 우리를 혼란스럽게 했다.
 
왠 두순이?
두준이라고 하고싶은데 개 이름이라서...
... 그래서 두준이 동생 두순이?
ㅇㅇ
 
나랑 동생2는 격하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엄마는 '야 똥오줌 치우고 밥챙기는 사람이 제일 많이 부를 이름인데 니들이 난리야' 하며 우리의 입을 막았다.
그 후로 두순이는 윤두순이 되었다. 아빠는 장씨고, 나도 장씨, 동생1도 장씨, 동생2도 장씨인데... 엄마는 이씨인데. 얘는 윤씨다.
 
 
뭐 그렇게.
두순이는 우리집 가족이 되었다.
 
 
 
 
 
 
지금은 8~9살.
엄마가 자궁절제수술을 받고 면역력 저하로 한참 입원해 있다가 퇴원하는데
마당 있는 집을 짓기 전까지는 내 자취방에 가있어야 한다고 해서 내일이면 이 집을 당분간 떠나있게 된다.
32평 아파트에서 살다가 8평 원룸에 둘이 낑겨살기가 좀 좁긴 하겠지만...
 
 
 
본가를 나와서 사는 내가 언제 다시 두순이랑 이렇게 많은 시간을 붙어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좀 짠하다.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내 시계의 분침이 도는 속도로 너의 시계는 시침이 돌아가고 있다.
이빨도 없어서 사료도 잘 못 씹어먹고, 족발 뼈를 줘도 뜯는둥 마는둥.
 
그래도 여전히 내가 집에 오면 언제나 반겨주는 니가 참 예쁘다. 우리집 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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