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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A와 그녀의 이야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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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소년_A
추천 : 1
조회수 : 2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07 1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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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을때의 이야기이다.

어차피 군대를 가야되는 몸 진탕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죽돌이생활을 하던 피시방 알바를 시작했다. 같이 죽돌이짓을 했던 친구녀석은 주간조, 나는 야간조였다.

번화가와는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1층이어서 그런지 평소 손님이 많지않아 일하기는 편한 편이었다. 거기다가 사장님또한 인성이 좋은 분이라 근무하는데 큰 애로사항이 없었다. 30대가 전부였던 작은 피시방이었던 점도 일이 편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매일 새벽 2시가 되면 방금까지 바글바글했던 좁은 피시방이 쥐죽은듯이 조용해진다. 냉장고의 라지에타 돌아가는 소리와 풀벌레 우는 소리만이 입대를 앞둔 공허한 내 마음같던 피시방 내부를 채울 뿐이었다.

2시 이후 손님이 빠지면 그동안 혼란스러웠던 머릿속을, 그리고 잠깐이지만 바빴던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친 나를 격려하듯이 자연스럽게 피시방 밖을 나와 담배를 피웠다. 딱히 근무중에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법은 없었지만 출근 후 첫번째 한가치는 항상 2시 이후였다.
반복된 매일매일을 보내는데 지치기 전에 내가 만든 작은 기대감이 팍팍했던 하루를 버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생각해 만들었던 희망이었다. 마치 매주 로또를 사면서 일주일을 시작하는 지금의 나처럼....

여느때와 다름없이 손님이 전부 빠져나간 2시, 텅 빈 피시방을 나와 잠깐의 행복감에 젖어 담배를 꺼냈다. 하지만 내 손덴 텅 빈 담배갑만 덩그러니 쥐어져있었다. 

나의 변함없이 똑같던 하루는 그날 그렇게 바뀌었다.


담배를 사기위해 피시방 바로옆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역시 변두리 편의점이라서 그런지 손님은 없었다.

"말보로 라이....."

'탁'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도 전에 계산대에는 내가 즐겨피우는 담배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어리둥절해 아르바이트직원을 쳐다보았다.

곱게 정돈된, 어깨를 넘어 길게 뻗은 생머리, 입술 사이로 보이는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 밤하늘에 떠있는 그것과도 같은 초승달같은 눈...
그녀는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왜?



피시방에서 일한지 6개월쯤이 지났지만 이곳 편의점은 한번도 와본적이 없었다. 손님을 보고 웃는건 좋은거다. 특히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웃음은 험난한 일과를 헤쳐나가기 위한 무기이다. 
'웃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가게를 열지 마라'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영업,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웃음이란 중요한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나를 향해 웃는것 뿐만 아니라 내가 피우는 담배를 어떻게 알고 나에게 내어주었을까....? 하지만 궁금함 보다는 어서 빨리 나의 해피타임을 즐기고 싶었다.
담배값 2500원을 지불하고 편의점을 나섰다.

피시방 입구에서 담배를 물고 쭈그려 앉아 잠깐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또 이렇게 하루가 지나는구나 라는 생각에 잠겨있을 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방금 전 그 편의점 알바였다.

"저기 혹시.....A 아니신가요?"

이 여자는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있는걸까? 이름표를 달고 있는것도 아니었고....기억을 짜내어봤지만 모르는 얼굴이었다.

"네 맞는데요? 절 아세요?"

그녀는 나의 대답을 듣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 은지야 김은지! XX초등학교 1학년 3반!"

이름을 듣고도 나는 어리둥절했다. 재차 물어보자 그녀는 또다시 웃으면서,

"1학년 3반때 넌 4번, 난 27번이었잖아. 기억 안나? 니가 그때 나 좋다고 따라다니고 그랬잖아~ 3학년때 나 전학갈때 가지말라고 울던것도 기억 안나?"

그녀의 말이 방아쇠가 되어 내 머릿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기억은 나를 왠지 부끄럽게 만들었다. 주변에서 말하던 졸업 후 첫사랑과의 만남이었다.
초등학교때 그녀를 같은반 짝으로 처음 만났다. 3학년때 전학을 간 그녀를 고등학교 1학년때 다시 만났다. 하지만 고등학교 내내 그녀와의 접점은 없는거나 다름 없었다. 그냥 지나가면서 인사하는 친구 정도의 사이였다. 난 그녀가 나의 존재를 잊고 있을거라 생각을 했었다. 

오랫만에 만난 은지는 대뜸 등짝을 때리며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너 아직도 담배 안끊고 뭐했냐? 고등학교때부터 피우더니.....뼈삭는다 뼈삭아!"

오랫만에 만난 우리는 그동안 지내왔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학생일때가 아닌 사회에서의 만남이어서 그랬을까,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각별했던 순간으로 느껴졌다. 그것도 잠시, 피시방에 손님이 들어왔고 나와 은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일터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우리는 종종 한가한 시간대에 밖으로 나와 서로의 일하는곳에 놀러가기도 했고 같이 야식을 먹기도 했다. 이런 소소한 일들이 지루하고 길기만 했던 야간근무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피곤에 쩔어 그 좁은 책상에 엎어져 자고 있을땐 서로 볼을 꼬집어주며 깨우기도 했었다. 은지덕분에 조금은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던거 같다. 물론 나가기 싫었던건 변함이 없었지만....

그렇게 조금은 달라진 하루하루가 또 지나고 그 변화가 익숙해 질때 쯤...같이 일하던 친구가 갑작스럽게 입대를 하게 되었다. 입대신청을 다음해 9월이 아닌 올해 9월로 잘못 신청을 한 것이었다. 친구는 입대당일 '씨X!!' 이라고 울부짖으며 들어갔다. 친구를 보낸 그날은 너무 우울했다. 다른 친구들 보다 더욱 각별했던 친구였기 때문이었을까...아니면 입대하는 친구의 뒷모습에서 나를 보았기 때문일까...아르바이트를 쉬고싶어 사장님께 쉬겠다고 말했다. 결국 나도 입대예정자라는 생각에 그날 하루는 아무 생각도 하고싶지 않아 일찍 잠을 청했다.

한참 자고있는데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은지였다. 나는 전화를 받고 그녀에게 오늘은 집에서 쉰다고 말을 했다. 집에서 쉬는날이라고 하면 
'그래 잘 쉬어' 라는 말이 나올거라 생각했지만 그녀는 달랐다.

"그럼 와서 놀다가 들어가라~"

나는 거절할수 있었지만 거절하지 않았다. 첫사랑이었던 여자라서? 아니다. 난 누군가 이야기할 상대가 필요했었다. 은지가 일하는 편의점에 도착했다.
간식거리를 먹으면서 답답했던 마음속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내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A도 그런 고민때문에 고생 많았겠다."

그 순간 나를 억누르고 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떨어져나가는듯한 느낌을 들었다. 해방, 구원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학 입학 후 어려워졌던 가정형편, 이에 따른 대학진학에 대한 회의감, 군입대 등 잠시뿐이었지만 그녀덕분에 수많은 답답했던 족쇄들을 잠시나마 벗을수 있었다.
그녀는 고민상담을 해준 대신 아침밥을 사달라고 말했다. 아침해가 뜰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방해받고싶지 않았던 나의 마음을 알았던건지 그녀가 교대하는 시간까지 손님은 찾아오지 않았다.






제가        겪었던 이야기를 각색해 써보았습니다.

업무중 틈 날때마다 쓰다보니 끊어서 올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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