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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상대하는 자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게시물ID : freeboard_10499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람보원
추천 : 2
조회수 : 294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9/07 12: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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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경구, 니체가 '선악의 저편'에서 했던 말이죠. 
나서는 게 싫어 좋은 자료 올려주시는 업로더에게 감사하며 추천이나 넣고 가는 눈팅러입니다. 
커뮤니티라곤 오유 눈팅에 관심분야 전문 커뮤 가끔 들르는 게 다입니다. 커뮤마다 특성이 다르니 웬만해선 평가하지 않고 넘기구요. 

콜로세움이야 여기 특징이라 오늘의 유머를 넘어 오늘의 분쟁이 되어도 재밌게 봐 왔어요. 정 거슬리면 안 보면 그만이니까요. 하나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타 커뮤 유저에 비해 주장이 강하고 도덕성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메인인 이곳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접하는 건 때로는 신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요즘의 오유를 보면 좀 걱정됩니다. 일베, 여시를 비롯 커뮤니티를 흔드는 비상식적 분탕세력,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요. 
매일같은 저격, 비공싸움에 맘충논란, 맥심코리아논란 등을 보면 웃으러 쉬러 오는 게 아니라 죽창 들고 한놈만 걸려봐라 하고 싸우러 오는 것처럼 보여요. 

세상에는 명백한 악도 존재하지만(IS같은?) 이분법적으로 선악을 가를 수 없는 문제가 더 많습니다. 입장이 다르면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고 모든 문제에 하나의 합치된 결론을 내야하는 건 아닙니다. 아니, 위험하죠. 그런걸 전체주의라고 하니까요. 

싸우기는 해도 이전의 오유(눈팅은 5년 정도 됐네요. 그 이전은 모릅니다)는 다른 곳에 비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라 이곳에 정착했는데 요즘은 대세와 다른(그나마도 글마다 다르죠) 생각, 정확히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프락치를 색출해 짓밟고 몰아내려는 광기가 종종 보입니다. 여시 사태 이후 특히 성별로 다른 입장을 가지게 되는 문제에 더 심한 것 같구요. 사회 전체에 퍼지는 세대별, 성별, 계층별 분열 분위기가 여기도 번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전 메갈이나 여시는 여기서 처음 알게 됐고 가본 적도 없고 갈 생각도 없습니다만, 한국이 사회 발전 수준에 비해 성평등 수준이 높은 곳이 아니며 여혐 혹은 남혐이 상당한 수준으로, 교묘하게 뿌리내린 곳이라 생각합니다.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하는 게 맞지 서로 미워하며 달려들 문제가 아니라고 보구요. 

맘충은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미혼입니다, 오해마세요) 여혐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용어 사용을 강제로 막을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서 끼어들지 않았습니다. 맥심은 김병욱 씨를 좋아하고, 표지 표현은 신선하다고 생각했지만 맥심측 해명을 보고 오히려 불편함을 느꼈구요. 표현의 자유가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정언명령인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걸 알고, 강요할 수도 강요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논쟁글은 패스했어요. 나중에는 과열돼서 적을 물리치기 위한 개싸움이 되는 경우도 보여서요. 

요즘의 여시 색출을 보면 일제 잔재 청산이 아니라 메카시즘이 떠오릅니다. '내 생각과 달라? 너 여시, 너 메갈.'로 낙인찍고 이념을 검증하려 듭니다. 아직은 심한 글에 비공이 찍히지만 여시사태 이후 반작용적으로 여시혐이 아니라 여혐(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기조를 가진 분들도 꽤 보이구요. 

시게나 역게는 오히려 평화로워 보입니다(베스트, 베오베 위주로 봐서 모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시노자키 아이 노출 논란, 무도에서 빚어진 수많은 싸움들, 신서유기 논란 등을 보면 정말 오늘의 죽창 같아 보일 정도예요. 

한발만 물러서서 흥분을 가라앉히면 좋겠습니다. 증오를 표출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풀어봐야 자신에게 도움되지 않아요. 나와 '다른' 생각도 공존할 수 있고, 틀린 게 아님을 생각할 여유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비공 엄청 받겠죠, 이글도. 

자주는 못 와도 앞으로는 재밌는 컨텐츠로 글 써야겠어요. 저도 이런 글 쓰는 거 싫습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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