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체 주의]
나는 달수로는 1년이 넘는, 하지만 연년생인 남동생이 있는 대한민국의 어디나 있을법한 평범한 여고생이다.
요즘들어 유머글 게시판에 훈훈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많은 형제자매글들을 보며 우리 남매는 어떤지 그냥 적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기에 몇자 적어보기로 했다.
나와 내동생은 딱 1년 4개월차이로 태어났다.
어느 집과 다를 바 없이 티격태격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학교때는 서로 모른체하던 시기도 있었지만(이건 나중에 적어볼까 고민중)
연년생이기에 더 스스럼없이 지냈었다고 생각한다.
어릴때부터 동생은 내게 누나란 호칭을 자주 쓰지 않았다.
누나대신 "야", "못난아" 등등 내가 싫어하는 말들만 골라서 불러줬다.
물론 나도 그에 대한 보답겸 댓가를 선사해주곤 했다.
나와 동생은 초등학교때까진 서로와 노는게 가장 재밌었다.
지금은 조금 커버려 옛날처럼은 아니지만 난 동생이랑 노는게 가장 즐겁기는 마찬가지지만.(갠 아닐지도 모르지만 난 그렇다)
어릴때 나와 동생은 역할놀이를 그렇게 좋아했다.
서로 1인2역, 1인3역을 나눠서 상황극도 많이했었다.
(그러면서 유치원에서 하는 소꿉놀이는 유치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거나 그거나인데..)
제일 좋아했던 상황극은 마법학교였다.
나와 동생은 선생님과 학생, 때로는 숙명의 라이벌이 되기도 하면서 마법배틀을 펼쳤다.
물론 마법지팡이는 스케치북을 둘둘 말거나 펜으로 했고, 마법공격은 지우개나 휴지를 던지는 것이였다.
이런 시시한 놀이를 우리는 무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동생은 5학년때까지 이어서 했다.
초등학교 1~2학년때는 부끄러운것도 모르고 반친구들까지 합세시키기도 하는 깡을 보였었다.
(동생이 몇일 전에 그 마법놀이 생각나지 않냐며 휴지를 던져댔을땐 당황스러웠음. 나만 기억하는줄 알고..)
중학교 때, 우리 사이가 잠시 틀어진 적이 있었다.
그땐 하루하루가 지옥같았고(동생 일때문만은 아니였다) 살기 싫었다.
하지만 결국 내동생이라 깨달았을때 더 잘해주게 되었다.
요즘 동생과 나는 서XX택에 빠졌다.
나는 5개월만에 대령 말봉이고 곧 별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생은 나보고 경악의 눈초리를 보내 왜냐고 물어보니 여자가 5개월만에 말봉은 엄청 폐인이란다.
그러고나서 말을 바꿔 닌 남자니까 정상인가..란 말을 내뱉었을땐 정말 동생이고 뭐고 한대 때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자기손으로 때리지 말자는건 암묵적 룰이기에 베개를 던지긴 했지만)
친구들은 가끔 내게 브라콤이라고 말을 한다.
친구들이랑 멀리 놀러나가면 먹을것 하나는 꼭 챙겨사가는게 버릇이 되서 하는 것이지만 친구들 눈에는 여전히 놀랍나보다.
지금까지 동생과 같은 방을 쓴다는 것도, 가끔가다 동생 하는짓이 귀여워 자랑하는것도 이해가 안된다고 한다.
동생의 고등학교 친구이자 나와 친한 동생이 언젠가 내게 카톡으로 말을 해준적이 있었다.
OO이가 학교에서 누나가 사준거 자랑할때마다 부럽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 그렇게 뿌듯한 적이 또 있었던가 싶다.
그 뒤로 더 자주 무언갈 사주게 된것같지만 아깝진 않은 것 같다.
동생은 내 제일 친한 친구다.
부모님도 항상 말하셨다. 우리가 없으면 너희 둘이 의지하고 살아야 한다고.
그럴 때가 빨리 찾아오진 않았으면 좋겠지만 정말 큰 힘이 되어줄 동생이란걸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