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부부에 20개월된 아이 하나 있습니다. 남편이 자꾸 둘째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둘째를 낳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족해서는 아닙니다. 집과 차 있고 대출 없고 부부합산 월 700~800법니다. 둘다 정년 전까지는 잘릴위험 거의없는 직장입니다. 아이에게 정서적 욕구를 다 채워주진 못하지만 큰 부족함 없이 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부사이도 좋고 남편이 육아를 저보다 많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둘째를 주저하는 이유는 임신기간과 육아휴직기간이 힘들어서입니다. 임신기간 입덧으로 10키로이상 빠져서 입원해서 살았고 육아휴직기간에는 집에 있다는 이유로 집안일과 육아가 온전히 제 책임이 되는게 싫고 시댁과 자주 만나야 했으며 관련된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큰 갈등이 있던거는 아니지만 불편했습니다. 특히 집에서 논다는 인식 정말 싫더군요.
차라리 제가 계속 일을 하고 육아휴직을 남편이 쓰게 하고 싶은데, 그러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저는 혼자 살아도 잘 살았을 사람이고 남편과 둘이, 그리고 아이와 셋이 살아도 충분한데 남편이 더 원해서 둘째를 갖게 된다면 남편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첫째 낳았을때 내가 집에 있는다고 시댁식구들이 나를 당신 내조만하는 주부정도로 여기는게 싫었다고 둘째 육아기간에는 내가 편한 친정과만 가까이 지낼꺼라고, 싫으면 당신이 육아휴직 쓰고 시댁이랑 같이 키우라고 하니 남편이 쉽게 답을 못하더군요. 평범히 직장생활 하는 둘 중 저만 또 1년 이상을 까먹고 희생해야 하는데 그 기간을 제 편한대로만 보내려 하는게 잘못된 걸낄요?
그뒤로도 남편이 계속 둘째 이야기 하며 떠 보고 시댁에서도 둘째를 재촉하는데(친정에서는 별말 없음) 저는 남편이 제 요구에 명확히 답해주지 않으면 피임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저는 첫째 하나만으로 행복하고, 남편 하는 걸 봐서 둘째를 가질까 말까 고민하는 상태이니까요. 저는 현재 저의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에 모두 만족합니다. 복직 전의 육아전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만일 돌아가야 한다면 내 편한대로 한다는 조건으로 돌아갈거에요. 가령 전에는 시댁식구들 애기 보러 집에 온다면 음식하고 집치우고 그랬는데, 이젠 집에서 저는 쉬고 남편만 애 딸려 시댁으로 휙 보낼거에요. 왜냐면 제게 그게 편하니까요.
저도 적은 나이는 아닙니다. 아이가 돌이 지났을때 사실 둘째를 유산했었고, 그게 타이밍 이상하게도 시댁 행사 전부치기가 끝난 다음날이었습니다. 원인이 꼭 그것 때문은 아니겠지만 남편이 제게 엄청 빌었었죠. 저는 그이후로 시댁에 신경을 안써요. 시댁이 미운건 아니고 그냥 앞으로는 누구의 눈치 보지않고 내편한대로 내새끼 편한대로 사는게 최고라는걸 깨달았죠. 내가 할 도리는 돈 벌어오는것과 육아 살림 열심히 분담하는것, 그리고 양가 명절이나 생신 등에 적절히 참여하는걸로 선을 그었는데 둘째 출산으로 그 선이 모호해지기를 원치 않습니다. 다행인 것은 남편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입니다. 제 조건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둘째를 포기할 것인지 고민이 많겠지만 그건 남편이 선택할 일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