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노회찬 좋아합니다.
사람들이 노회찬 깔 때 노회찬 괜찮다고 했다가 비공 먹었는데, 이제는 그 반대가 되겠네요.
가치판단 문제는 일단 뒤로 하고 사실관계를 잘 봤음 합니다.
팩트
1. 우선 노회찬이 16년 3월에 돈을 받습니다.
2. 돈을 쇼핑백에 현찰로 받습니다.
3. 16년에 경찰에서 수사를 했는데 부인했습니다.
4. 16년 경찰 수사 때 드루킹이 증거 조작을 해서 드루킹과 노회찬은 혐의를 벗습니다.
여기서 행간
노회찬이 돈을 받을 때 뭉칫돈으로 받아서 뭉칫돈으로 주변인 계좌에 입금합니다. 그게 특검한테 잡히고 드루킹이 자백한 겁니다.
드루킹이 로비한 돈들은 대부분 경공모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마련한 겁니다. 애초에 회원들 개개인이 개인후원을 했다면 문제될 게 없는 돈이었는데, 드루킹은 경공모라는 단체의 이름으로 뭉칫돈을 주고, 500만원 이상을 받아선 안 되고, 후원회를 통해서만 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노회찬은 그걸 자료 안 남기고 받는 선택을 합니다. 추후 회원들 십시일반으로 모은 거고, 그걸 후원 계좌로 받고 영수증 써줬으면 합법적으로 될 수 있었다는 걸 알게 되지만 이미 늦었고 이미 받았기에 그냥 넘어갑니다.
여기서 사실만 보면 합법적 정치자금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회찬은 그걸 따지기 전에 먼저 불법자금을 받은 겁니다. 노회찬이 괴로웠을 포인트이죠. 돈의 본질이 무엇이냐보다 자신이 돈을 받은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자유당 의원들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일이지만요.
또 한 가지는 정치자금법이 가혹하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있는 걸로 압니다. 다른 정치인이었다면 더 쉽게 이해받았을 지도 모르는 부분입니다만, 과거 정치자금법 가혹하니 개정하자는 의견들에 노회찬 자신이 한 말이 있어서 이걸 변명으로 삼을 수도 없었을 겁니다.
"정치자금법이 가혹하다고 말하는 국회의원은 그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모든 변화는 고통을 수반하고 금단현상으로 괴롭다고 해서 아편을 다시 가까이 해선 안된다" "현행법으로 정치하기 힘들다면 스스로 그만두어야지 개혁후퇴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어선 안될 것"
이게 정치자금법 좀 완화하자는 주장들에 대해 노회찬이 한 말들입니다. 아마 자유당이나 바미당이나 조중동에서 가루가 되게 깠을 겁니다.
정말 다른 정치인들이 해 먹는 돈에 비하면 금액도 적을 뿐더러 그 돈의 정체도 사실은 그리 문제될 게 없는 것이었음에도 노회찬에게는 자신의 가치관과 주장을 무너뜨리는 행동이었기 때문에 힘들었지 않았을까 합니다.
저는 시게에서 노회찬 욕 먹을 때 비공 먹어가면서 노회찬 옹호했던 사람이지만 솔직히 이번 사건으로 노회찬에 대한 실망이 큽니다. 금액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거짓말이 많이 드러나서요. 결국 그의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니까요.
노회찬의 죽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나친 미화를 하거나, 비판을 차단하고 욕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p.s. 특검이 김경수부터 털었지만 김경수는 애초에 전부 개인들이 직접 후원한 거라 기껏 시비 걸어봤자 쪼개기 후원 아니냐고 할 거 밖에 없는데, 경공모의 특성상 아마 그것도 힘들지 싶습니다. 뭉칫돈을 회원들의 명의로 쪼개서 후원한 게 아니라 정말 여러 회원들 개개인이 직접 후원한 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