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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본 유도분만 후기(스압주의)
게시물ID : baby_101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종이호랑이
추천 : 11
조회수 : 5352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9/09 22: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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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글 썼던 사람입니다.

댓글달아주신분들 추천해주신분들 기타 글 읽어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아내가 무사히  출산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2.78kg로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게 잘 태어났고.  산모도 건강하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출산당일 아침까지 내용은 앞의 글에  있고. 그 이후는 밑에서 편하게 음슴체로 작성하겠습니다.


아침을 먹고 분만실에 들어가니 약 8시...와이프는 유도분만제를 맞고 있었음.
잠시 기다리니 당직인 남자쌤이 스윽 내진을 하고 가면서 1.5cm 열렸네요..라고함...오 진짜 아기가 나오려나봐...하면서 살짝 흥분상태로 접어들기 시작함.
9시쯤 되니 담당쌤 출근하셔서 다시 내진...2.5cm 열렸다고함. 무통은 3cm정도는 되야 맞는다고 기다리라 함..이때까지만 해도 '음 한시간에 1cm면 너무 싱겁게 끝나면 어쩌지..'하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음...그때 맞은편에선 다른 산모 남편이 '산모가 저렇게 아파 죽겠다는데 도대체 무통을 언제 놔주냐'며 간호사한테 성질을 내고 있었는데...둘이서 그걸 보며 왜저러냐..하고 노닥거리고 있었음..그리고 그때 산모한테 두가지 사전조치를 해줌. 기분이 참 이상했다고 들었음.

그리고 오후 두시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태동검사는 두시간에 한번씩 하는데. 계속 움직이란말에 15미터쯤 되는 분만실 복도를 유령처럼 떠돌아다님...좁은 복도를 다른 산모들과 줄지어 돌다보면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은데. 우리집 산모 쉴때 잠깐씩 나와보면 남편들이 대기용 소파에 널부러져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할수 있음..

아, 우리가 갔던 병원은 대기용 병실과 분만실이 각각 5개씩 있었는데. 대기실엔 소파가 있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분만실을 배정받아서 산모 침대랑 듀오백 두개만 덜렁 있음..산모는 누워서 졸기도 하고 그러지만, 같이 새벽 네시부터 일어난 나는 대여섯시간동안 옆에 서있자니, 뚱뚱한 몸뚱이를 받치는 발바닥이 너무 아프고, 그렇다고 계속 앉아있자니 허리가 아파서  나한테도 무통주사를 좀 놔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음..
 
그렇게 산모랑 본인 둘다 점점 기다림에 지쳐갈때쯤 장모님이 등장하심. 잠깐 점심먹고 오라고 등떠밀려서 병원앞 맥도날드로 감..뭔가 저녁은 제때 먹을수 없을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더블쿼파 세트에 치즈버거까지 하나 입에 우겨넣고 돌아가니....약 3시쯤 됐는데, 산모는 3분에 한번씩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음..그러나 돌아오는것은 아직 3cm가 안됐다는 대답...그제서야 아침에 그 남편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었음...그날따라 출산이 많아서 간호사는 코빼기도 안비치고, 산모는 죽을려고 해서 안쓰럽긴 한데 남편한테 계속 무통 언제오냐고 빨리 갖고오라 하라고 재촉하니 정말 곤란하기 짝이 없음...

근데 또 그와중에 다른 급한 산모때문에 분만실에서 쫓겨나서 대기실로 감...이미 우리집 산모도 반쯤 정신이 나가서 엉엉거리고 있는데 속터짐...거기다 거짓말처럼 대기실로 옮기자 마자 미친듯이 진행이 되는데. 담당쌤이 이제 무통 놔도 되겠다 하고 갔는데 간호사실에 몇번을 가서 재촉해도 답이 없음..그와중에 이슬?인지 피인지는 계속 막 나오고. 산모는 무통 왜 안주냐고 소리지르고...쌤 오더 나고나서 20분만에 간호사가 오고, 태동검사 10분만 해보고 무통 준다고 가더니 다시 20분후에 태동검사 시작하고, 또 20분 후에 태동검사가 끝났는데 짜잔~"어머. 7cm나 열렸네요. 이제 무통 못맞아요"라는 청천벽력같은 결과가 나옴

그렇게 산모가 이성을 잃은 시간이 약 17시경이었음...무통만 맞으면 천국에 갈줄 알았는데 그 지옥불반도...아니 지옥같은 고통 속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소리에 산모는 죽겠다며 힘주기보다는 소리지르기에 집중하기 시작함. 옆에 있던 본인도 '이렇게 갑자기 진행이 빨라서야 대기실에서 애가 나오면 어쩌나.',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분만실에 있었는데 난 누구고 또 여긴 어딘가.', '너무 졸리고 발바닥이 너무 아프다.' 하는 생각에 멘붕에 빠져들기 시작했지만 그딴 내색은커녕 옆에서 소리지르는 산모 손만 간신히 붙들고 '옆으로 누워있어'라는 말만 계속 하고 있었음.

그렇게 한시간가량이 더 지나고 드디어 분만실 자리가 나서 휠체어로 산모를 다시 옮기는데. 이미 이성을 잃은지 한시간도 더 지난 산모는 소리만 지르고 있는데, 간호사쌤 두명이 동시에 와서 산모를 붙들고 "입으로 소리내면 힘 안들어가요. 소리내지 말고 힘주세요"라고 함...사실 그얘기도 두시간전부터 했는데 간호사 모자라고 내가 옆에서 얘기할땐 들은척도 안하더니 남이 시키니까 노력은 함..ㅡㅡ그래도 애기가 잘 안내려온다고 해서 한 20분정도 앉아있어보라고 처방을 해주길래 앉아서, "아가 이제 나와야되요~밑으로 내려가자" 라고 했더니 또 거짓말처럼 배가 더 아프다고 함
 
그래서 급하게 쌤들 불러서 힘을 몇번 주니까 갑자기 간호사쌤들이 "상들어가요!"라고 소리치고 담당쌤 부르고  바빠짐. 그때 또 마침 장모님, 처제, 본인 모친은 식사하러 가셔서 처제한테 "빨리"라고 카톡 보내고 옆에서 지켜보는데. 아까같이 힘 몇번 주니까 쌤이 머리 나왔다고 어깨만 나오면 된다고 소리치심. 그말 듣고 옆에서 '어깨 나오면 다 나온거다. 힘 딱 한번만 더 줘라'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산모가 그 말에 진짜 애기 다 나온줄 알고 마지막 젖먹던 힘 짜내서 힘을 끙 주니까 밑에서 선생님이 싹둑 가위질하는 소리가 들리고. 울음소리같은게 나면서 간호사쌤이 19시12분 출생입니다..하는 소리가 진짜 100미터 밖에서 나는 소리처럼 아련하게 들림...그리고 선생님이 애기를 내미는데 진짜 까맣고 빨갛고 한 핏덩이가 응애응애 하고 있는데..그때 진짜 만감이 교차함...저게 우리가 열달동안 그렇게 궁금해하고 예뻐했던 내 새끼구나...하면서...

근데 기뻐할 겨를도 없이 쌤이 애기 너무 작다고 빨리 신생아실 보내라고 해서 탯줄 가라앉기 기다리고 할 시간도 없이 내밀길래 뭐 감동하고 자시고 하지도 못하고 막 자르고 신생아실 앞에 같이 뛰어감..애기는 들어가고 잠깐 그 앞에서 대기하는데 그제서야 눈물이 막 남...힘들게 태어난 애기도 불쌍하고..애엄마도 불쌍하고...나도 너무 힘들고...하는것들이 밀려옴...

한 5분쯤 있다가 신생아실에서 애 대충 씻기고 해서 내오는데. 애가 살이 없어서 급하게 보냈는데 뼈나 골격이 좋아서 그런지 체중이 꽤 나간다고. 정상이라고 함..오히려 좀 작게 태어나서 엄마 회음부나 신장같은 장기 안건드리고 잘 나옴..근데 정작 자기는 엄마가 한번에 힘 못줘서 얼굴도 붓고 눈두덩엔 멍들어서 나왔음...ㅠㅠ 그동안 산모는 후처치 하고 애 얼굴 보고 젖 한번 물려봄....거짓말처럼 찾아서 빠는걸 보고 자연의 신비를 다시한번 느낌...사진 찍어도 된대서 출산하는거 알고있던 친구들한테 보여줬더니. "유전자가 무섭다". "왜 니가 누워있냐" 는 대답이 돌아오길래 "안닮았으면 소송할랬는데 다행이지"라고 말해줌..

아무튼 그렇게 태어나서 이제 갓 일주일 된 녀석이. 첨엔 자기 손 보고도 깜짝깜짝 놀라서 울던 녀석이 만세하고 자는거 보면 신기해 죽겠음...얘를 나랑 와이프랑 둘이 만들었다니...육아하면서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일이 있을거고, 물론 산모만큼은 아니겠지만 남편들도 출산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만큼 힘든 일임...본인은 산모 병원에 있는 3일동안 같이 있었는데 3일동안 열시간을 채 못잤음..근데 중요한건 그런걸 부인이 알아주면 고마운거지 내색을 해선 안된다는거...임신기간동안만 해도 '아빠가 탯줄을 잘라서 너랑 엄마 사이를 갈라놓아버릴거야'라고 했는데. 자식이랑 엄마 사이가 아빠랑은 본질적으로 다를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음...

마무리는 항상 어려운데. 산모/남편/부모님 모두 파이팅 하세요! 
출처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total&no=10828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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