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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중고등학교 내내 왕따->공부 글을 보고..
게시물ID : gomin_10873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꿈송
추천 : 5
조회수 : 5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13 16:07:10
아래 중고등학교 내내 왕따를 당하다가
그거에 굴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셔서 현재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무난한 삶을 살고 있다는 글을 보고 이렇게 글 씁니다.

댓글에 써 있는 것 처럼, 왕따로부터의 해결책이 단순하게 공부를 통한 가치의 증명밖에 없다는 것 처럼 들려
조금 씁쓸하게 들리더군요.

저 역시 집안환경으로 인해 많은 굴곡이 있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 속에서 제가 현재 비교적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 이유는 역시 공부구요.

간단히만 말씀드리자면..우선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IQ측정 불가 판정을 받아 부모님께서 학교에 가실 만큼 머리가 좋았습니다.
4학년 때는 지금 살고있는 광역시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뽑혀
(시의 모든 학생들이 같은 문제를 가지고 시험을 봤고, 총 5차까지 시험이 이어졌지요.)
무상으로 영재교육을 받으며 과학고 특례입학이 예정되어 있었죠.

같이 영재교육을 받던 친구들은 아버지가 교육감, 교수, 장학사, 국회의원... 가장 못사는 집이 양가 부모님 고등학교 선생님 이었습니다.
저희집은 어머니 전업주부에 아버지는 막노동꾼이었구요.
그나마도 아버지께서 모아오던 돈을 도박으로 홀랑 날려먹고
사채까지 끌어 쓰신 덕분에 집이고 뭐고 다 날아가고 보증금 100에 월세 15만원짜리 반지하 방에서 10년 가까이 살았지요.
과학고요? 못갔습니다.
중1까지는 무상교육, 중2 중3 2년간은 XX대 위탁교육을 받아야 했는데
위탁교육 비용이 월 40만원이었거든요.
자식이 과학고에 특례입학을 할 수 있다는데 월 40이 큰돈은 결코 아니지요.
근데 저희집 한 달 수입이 당시 90만원에 제2금융권 이자도 내기 어려운 형편인데 무슨...

아직도 기억나는게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학교를 가야하는데, 쌀은 없고 라면만 두봉 있더군요.
입은 세갠데말이죠.
속이 안좋다고 하고 학교에 가서 점심까지 쫄쫄 굶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 서러웠는데...

중학교 3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때는 돈좀 벌어오겠다고, 우리집 빚 내가 갚겠다고 가출해서 주유소에서 일하다가
딱 한달후에 월급받자마자 집으로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월급 어머니께 드리고 나서도 얼마나 맞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서럽게 우시던지... 지금도 종종 이날을 떠올리면 울컥 하곤 합니다.

가출했다가 온 사실이 어떻게 학교에 알려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중3때는 놀지도 못하는게 가출하고 온다고 잘못 찍혀서 왕따도 잠깐 당했지요.
지금처럼 심하게 삥뜯고 때리고 하진 않았지만
하루에 몇번씩 뒷통수 얻어맞는건 일상이었지요.

저 역시 이악물고 공부했었고 덕분에 지금은 그래도 사람처럼..
좋은 대학 다니면서, 학점 잘 받으면서 과외로 연간 2천가까이 벌면서...
집안사정도 나아져서 번듯한 아파트도 한채 가지고 있고 그렇습니다.

어느 누구에게 말 할 때도 부끄럽지 않은, 아니 어쩌면 참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접어두고, 이후부터가 정말 하고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과연 이게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공부를 100명이 한다면 100명이 똑같이 노력을 한다고 해도 1등부터 100등까지가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체계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왕따를 당하다가 내가 이악물고 공부해보겠다.
그걸 통해 너희가 후에 후회하게 해줄거고, 내 인생을 바꿔놓을거다. 
라는 각오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쉽게도 공부와 참 연이 없게 타고난 사람이라 효과가 없다면..
그 때 찾아오는 절망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요.

김연명교수님이 쓰신 '대한민국 복지 7가지 거짓과 진실'이란 책을 보면
우리가 흔히 '노력'이라 하는 것 조차도 사실은 후천적 환경에 의해 교육되는 것이라 합니다.
(http://blog.naver.com/deepstars/130149094414 링크이며 이곳에 이 책의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주류세력이나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지닌 자들은
우연히도 지금의 사회가 원하는 요건과 자신이 가진 적성, 그리고 자신이 후천적으로 교육받은 특성들이
참 잘 맞아떨어진 이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외치고 있으며, 
사회의 복지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몇몇 소수가 가진 '부'라는 자원이 그들의 온전한 노력의 결과가 아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노력이 그 온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그것이 바로 복지입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왕따 역시 사회적 안전망 내에서 케어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그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니가 못나니까 왕따를 당하는거야. 라는 프레임에 가둬버리는 순간
우리는 참으로 많은 아이들을 나락으로 빠뜨리게 됩니다.

앞서 글 쓰신 공부로 지금의 성공을 쟁취해 내신 분 같은 경우
참 고생하셨다고 격려 해 드리고싶고, 그 과정에서 흘렸을 피와 땀 역시 타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그 글을 보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힘으로 벗어나는데 실패한, 혹은 절망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글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소수자들에게,
대한민국의 많은 약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들은 당신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대우와 권리의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결코 당신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자신을 자책하거나 힐난하지 마십시오.
충분히 잘 버티고 있어요. 분명 나아 질겁니다. 힘내주세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외칩니다.
눈을 돌리지 마세요.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친구들, 우리의 부모 형제들,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그 누구 하나 자신을 자신의 힘만으로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UMC의 노래 중 '사람들을 착하게 만들어 놓았더니'를 들어보세요.
어느 순간 우리가 눈돌리고 외면하며
'그건 그냥 그새끼가 병신인거지. 내 알 바 아니잖아!'
라고 외치던 일이 우리의 일이 됩니다.

사회적 연대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위해
우리는 조금 더 주위에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만 합니다.

눈 돌리지 마세요. 눈 돌리지 맙시다.

이번 세월호 참사.. 지금 살고있는 집에서 10분거리에 있는 학교가 단원고입니다.
대체 그 천사같은 아이들이 이런 비극을 당해야만 합니까.
왕따를 당하는 사람들도, 이번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도 결코 그들의 잘못으로 인해 이런 일을 겪게 된게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지도자를 뽑아내지 못한,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모양 이꼴이 될 때 까지 눈돌리고 자기의 안락함만을 추구하던 국민들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진겁니다.
(사실 오유는 눈 돌리지 않고,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싸워주시는 분들이 많지요. 그래서 저 역시 이곳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두 가지네요.
1. 왕따, 약자, 소수자...모두 당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아픔을 겪고 있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위로해줄게요. 털어놔주세요.
   생각보다 세상은 아직 살만합니다. 기운냅시다.
2. 모든 국민분들...지금보다 조금 더, 조금만 더 주위에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쓰고보니 참..두서없고 병렬식 나열에 불과한 것 같은데..
그래도..그냥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 행복해 지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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