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술자리 사건 관련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한나라당이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고, 오마이뉴스도 연일 주성영 의원 관련 뉴스를 톱으로 올리는 등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파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사건의 주역인 주성영 의원은 28일 “예전에 한나라당이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4억원을 승소한 적이 있다. 집을 팔아서라도 오마이뉴스는 해체시키겠다”며 적대감을 높이고 있고, 오마이뉴스 역시 ‘주 의원은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라는 보도자료를 내놓고 첫 취재와 이후 보도경위를 상세히 전하는 등 신경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나라 “노 대통령 이런 일 당했으면, 난리나는 끔찍한 장면 연상돼”
구상찬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28일 논평을 내고 “오마이뉴스는 술자리 폭언 보도와 관련해 처음 보도했던 내용과 달리 주성영 의원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만큼 일단 정정 보도와 함께 주 의원과 한나라당에 사과해야 옳다”고 경고했다.
구 부대변인은 “주성영 의원 당사자는 물론 한나라당에 엄청난 명예훼손을 가져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고 오마이뉴스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마이뉴스가 사과를 거부하고 싸우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은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매체답지도 못한 감정 대응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구 부대변인은 노무현 대통령을 대입해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한 장면들이 연상된다. 아마 대통령 본인과 청와대, 열린우리당의 입들이 난리 났을 것이다. 매체비평에 앞장서는 모든 프로그램들이 풀가동 되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아울러 주 의원의 부적절한 자리 참석 등에 관한 여론의 질타에 대해 그는 “오마이뉴스가 지적한 다소의 부적절함에 대해서는 주성영 의원과 한나라당 당직자들도 이미 유감을 표명했다”면서도 “다른 매체들도 취재하고 보도했다는 지적도 어디까지나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에 있었던 일로 그것은 오마이뉴스가 거론 할 일은 못 된다”라고 날을 거두지 않았다.
구 부대변인은 “오마이뉴스는 상식의 범위에서 일단 최초 보도에 대해 사과하고 정정 보도를 먼저 하는 것이 책임 있는 매체로서의 도리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강재섭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정감사 중간점검회의에서 “주성영 의원이 했다고 덮어씌운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 이제 진상이 밝혀졌으니까 거기에 상응한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마이뉴스의 정정보도 및 사과를 요구했다.
나경원 공보부대표도 “한나라당은 이 사건이 정략적이고 정치적으로 왜곡된 데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면서 “특히 여당 측에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오히려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고 또 발언을 번복한 점은 명백히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그 의도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열린우리당을 향한 공세를 잊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잡아떼기·책임전가·지역주의 변한 게 없다”
반면 오마이뉴스도 28일 ‘일단 잡아떼고 남에게 책임전가, 98년 전주와 2005년 대구는 닮은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주 의원 행동의 부적절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주 의원의 대구 사건에 대한 대처방식이 지난 98년 전북 전주에서 발생한 주 의원(당시 전주지검 검사)의 도지사 비서실장 폭행사건 처리과정과 묘하게도 닮은꼴이어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주 의원의 검사시절 술병 폭행사건과 이번 대구 사건이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음’을 지적했다.
주성영 의원의 전주지검 공안부 검사시절 술병 폭행사건은 검사로 재직 중이던 98년 술자리에서 전북도지사 비서실장 박모씨를 술병으로 때려 전치 4주의 중상을 입힌 내용이다.
오마이뉴스는 “(주 의원이)전주지검 공안부 검사 시절 사건 직후에 ‘말다툼이 있었을 뿐 폭력은 없었다’고 일단 부인했는데, 이 모습이 이번 사건과 닮아있다”며 “처음엔 ‘무조건 안했다’던 주 의원이 ‘소홀함에 대한 무안함의 표시로 약간의 대접성 발언을 한 적은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어 “주 의원은 당시 술자리에 동행한 정 모 검사를 주범(?)으로 지목했고, 지목된 검사는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했을 뿐 폭언 사건에 대한 사과는 아님을 분명히 해 여전히 주 의원의 술집 관계자 폭언은 의혹으로 남았다”며 “전주에서도 그랬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주 의원이 당시 자신의 폭력 행사를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자, ‘비서실장이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며 사건 발발의 책임을 비서실장에게 돌렸다. 당시 지역방송과 지방 일간지 등을 보면 ‘내가 먼저 때리지 않았다’는 주 의원의 주장이 실리는 등 사건을 박 실장에게 전가하려 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으나 결국 비서실장이 가지고 있던 피범벅이 된 넥타이가 증거로 제시돼 진상이 바로 알려질 수 있었다”고 몰아세웠다.
아울러 오마이뉴스는 “주 의원은 (당시)지역 연고를 마지막 카드로 내세웠다. ‘비서실장이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발언을 해 한 수 가르쳐 주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말한 그는 망국병인 지역감정을 추스르고 봉합하는 애국자 역할을 자처했다”면서 “그런데 주 의원은 또 잘못 짚었다. 박 실장이 학창 시절부터 학생운동과 농촌봉사활동에 열심이었던 사실 등에 인해 주 의원의 해명은 주목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대구 술자리 사건이 점차 본말이 전도된 채 정치권의 진실게임 논란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및 주성영 의원과 오마이뉴스의 대결 역시 과거 불편한 관계가 폭발한 듯 갈수록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일각에서는 ‘본질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0- 대구엔 도대체 어떤사람들이 살길래 이딴놈을 국회에 앉혀놨는지... 담선거엔 잘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