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ISIS대원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튀니지에 살게 된 지 한달 조금 안되는 유학생입니다.
식재료가 어마어마하게 싼 값에 유통되고 있어서, 요리에 취미를 둔 저로써는 쾌재를 부르며 즐거운 유학생활을 보내고 있는데요.
이렇게 값싼 식자재들(신선도는 좀..)을 두고도 요리들을 알 길이 없어 삶이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감자, 양파는 정말 말도 안되게 싸구요(1kg에 한국돈으로 육백원이면 삽니다.).
소고기 보통 1kg에 만원 좀 안됩니다.
닭고기는 그 절반이구요, 양고기는 냄새 잡을 자신이 없어서 손 안댑니다.
허브류도 저렴해서 통후추와 후추 그라인더는 물론
오레가노, 타임, 바질, 큐민, 강황가루, 로즈마리 사서 주로 쓰고 있습니다.
버섯은 양송이만 보이고, 쌉니다.
과일은 배(우리가 흔히 아는 그 배가 아닌, 서양식 배입니다), 메론, 수박만한 참외, 수박, 토마토(방울도마도는 없더군요), 사과 등은 집 근처 마트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생 오레가노는 못봤어도 생 바질은 팔더군요.
채소류는 쉽게 구할 수 있는게 당근 정도라... 마트에선 도무지 팔질 않습니다. 기껏해야 양상추나 비트 정도??
아 그리고 고추가 피망만한데 맵습니다.
밀가루는 물론이고, 전분은 옥수수 전분만 구할 수 있습니다. 토마토 페이스트는 통조림으로 팔구요.
기름도 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주로 팬에 구이용 기름은 올리브유 쓰구요. 튀김용으로는 거의 한국 업소용 스케일의 카놀라유나 옥수수유, 해바라기씨유 등을 리터당 오천원도 안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과 간장도 있습니다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최대한 아끼려는 생각입니다.
조리도구로는 후라이팬과 냄비가 전부입니다. 유학생에게 오븐은 사치죠. 쓰려면 쓸 수는 있습니다만 제가 사는 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요리가 주로 양식으로 빠지는데요.
이러한 환경에서 제가 주로 해먹었던 요리들 나열하자면
스테이크, 스크램블드 에그, 크림소스 파스타, 카르보나라 파스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볶음밥, (우유에 강황, 후추, 타임, 오레가노를 넣고 재운)닭고기 튀김 등이 되겠습니다.
인도식 커리같은 것도 해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굉장히 번거롭고 종류에 따라 시간도 어마어마하게 잡아먹어서 좀 꺼려지는 편입니다.
해물은 생선과 미역을 제외하고 알러지 때문에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합니다. 너구리 라면도 못먹을 정도로요. 부디, 이 불쌍한 유학생을 긍휼히 여기시어 상기된 환경에서 해먹을 수 있는 양식 레시피들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밥 해먹을 시간은 충분합니다. 아, 쌀도 있어요. 밥솥도 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