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나름 중산층 이상의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고생 한 번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그 여자에게 첫사랑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 상대남자는 너무나 가난했고 능력도 보잘것 없었기 때문에 여자의 집안어른들은 모두 이 사랑을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여자는 임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인해 여자는 집안에서 내쫒기게 되고 가난한 남자와 함께 조그만 단칸방에서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세 사람은 찢어지게 가난한 와중에도 식당을 열어 매일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엄청난 고생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습니다.
'유카리'라는 이름의 아이는 그런 부모님의 고생을 일찌기부터 알았고 그로 인해 아주 효심이 강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부모님의 가게일을 돕고, 안마를 해드리고, 부모님도 그런 딸을 자랑스러워하며 고생 속에서 행복을 찾아갔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족에게 큰 일이 생겼습니다. 아빠가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그 날부터 어머니와 유카리의 괴로운 나날이 이어집니다. 혼자서 딸을 키워야 하는 젊은 어머니, 그리고 딸.
하지만 결혼하기 전엔 고생한 번 한 적이 없던 여자가 갑자기 집안에서 쫒겨나 몇 년을 무리했는데 아무 탈이 없을리가 없었습니다.
결국 유카리의 어머니도 몇 년 후 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됩니다.
마지막 죽게 되는 날, 어머니는 유카리를 불러서 이야기합니다.
"넌 이제 외톨이야. 앞으로 살아가면서 괴로운 일도 많이 겪게 될거야. 하지만 참아야 해. 무조건 참고 또 참고 나아가야 해... 하지만 언젠가는 정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올거야... 죽고싶고 죽고싶고 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주머니를 열어 보도록 하거라."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빨간 색 주머니를 유카리의 손에 쥐어주고 세상을 떠납니다.
유카리는 그 빨간색 주머니를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보물이라 생각하고 목걸이로 만들어 항상 지니고 다녔습니다.
6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괴로운 일들이 있었지만, 참고 또 참으라는 어머니의 말을 가슴에 새긴 유카리는 잘 참으면서 학교생활을 합니다.
어느 날, 반에서 유달리 짖궂은 한 친구가 유카리를 놀립니다. 그러다가 목에 걸린 빨간 주머니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주머니는 뭐지? 니 보물이야?"
"내놔!!"
"얼마나 대단한 것이 들어있는지 한 번 볼까?"
"돌아가신 우리 엄마가 준 거야!!! 열지 마!!!!!"
"어디..."
"열지 마!!!!!!!!!!!!!!!!!!!!!!!!!!!!"
두 아이는 실랑이를 벌이고, 그러던 와중에 주머니가 열려서 속에 들어있던 내용물이 땅에 툭 떨어집니다.
땅에 떨어진 것은 조그마한 쪽지.
남자아이는 그 쪽지를 냉큼 주워서 교탁 위 높은 곳에 서서 펼칩니다.
그리고 짖궂게 웃는 표정으로 그 쪽지를 읽을려는 찰라......
남자아이는 괴로운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한 채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이라는 듯이,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한 채 그 쪽지를 그대로 땅에 떨어뜨린 채 미안하다는 말만을 남기고 그 남학생은 교실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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