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살았습니다. 성품이 호랑이처럼 사나운 신령이었습니다. 무단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은 호수에 빠뜨려 죽였지요. 한동안 산은 평화로왔습니다. 산새는 지저귀고 꽃들도 아름답게 피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산에 불이 났습니다. 신령의 곰방대에서 떨어진 불씨가 원인이었지요. 신령은 생각했습니다. 옥황상제가 노하겠구나. 산을 지키기로 만 년을 약속 받았는데 일 년을 남기고 큰일을 당하다니. 이 일만 급하게 모면하자. 신령은 불을 끄기 위해 산에 있던 나무를 모조리 베었습니다. 이내 불은 꺼졌습니다. 아이쿠 다행이야 신령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았습니다. 약속한 일 년이 지나고 신령은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신령이 지키던 벌거숭이 산엔 나무도 산새도 꽃도 모두 없어지고 메아리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후로 그 산은 아무도 찾는 이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