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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스압) 발이 없어져 버렸다.
게시물ID : panic_832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잘해볼래요
추천 : 11
조회수 : 222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5/09/16 00:5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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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타닥

고요하고 메마른 공기 속에서 자판 소리만이 움직이고 있다.

그 소리 속에서 김씨는 언제나 일을 했다.

 

생기 넘치던 얼굴이 그늘로 뒤엎어 가고, 곧던 등이 굽어 질 정도.

김씨는 묵묵히 일을 했다.

 

김씨의 손은 언제나 바빴지만 그의 발은 움직이는 법 하나 없었다.

그저 김씨는 자리에 앉아 일을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씨는 눈치 채었다.

자신의 발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바닥을 딛고 있던 발이 사라져 버렸다.

김씨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깨달았다.

 

자신은 발이 필요하지 않았다.

 

-타닥 타닥

김씨는 계속해서 자판을 두드렸다.

언제나처럼 그 바뀌는 나날 없이.

 

 

김씨는 눈치 채었다.

손마저 없어져 버렸다.

 

김씨는 더 이상 자판을 누를 수 없었다.

일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김씨는 손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발이 필요했다.

하지만 땅을 디딜 발은 이미 없었다.

 

김씨는 그저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고요하고 메마른 공기는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탁 탁 탁

몹시 가벼운 것이 땅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씨가 돌아 본 그곳에는 자신의 발이 있었다.

발이 움직이고 있었다.

 

발끝으로 땅을 두드리기도 하고 공중으로 휘두르기도 하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그것은 무엇인가의 춤과 같았다.

또한 자유를 얻은 몸짓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기괴하고도 매력적인 모습을 바라보던 김씨는

곧이어 자신의 손도 발견 할 수 있었다.

 

손은 가지런히 포개진 채 놓여있었다.

한치의 미동도 없었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지만

그건 행동을 하지 않겠다. 라는 행동 같았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발.

전혀 미동치 않는 손.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곧이어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발의 움직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예전부터 이미 소리는 낼 수 없었다.

 

점점 아무런 것도 느껴지지 않아질 때쯤,

마지막에 가서야 김씨는 알 수 있었다.

 

자신들마저 자신을 떠나버린 것이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떠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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