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엄청 아름다우신 분이 계셔서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그래서 은밀하게, 그러나 위대하게 접근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도합니다.
이분, 별 것 아닌 말에도 빵빵 터집니다.
제 유머 실력은 한마디로는 쓰레기고, 제 자신이 잘 압니다.
그런데 빵빵 터지는 이 분을 보니 어쩌면 나에게도 숨겨진 개그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망상이 꿈틀댑니다.
하지만 자제합니다. 저는 냉엄한 현실주의자입니다. 망상을 쳐내고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대화를 계속 시도합니다. 며칠동안, 꾸준히, 그러나 과하지는 않게.
저는 사회화가 잘 된 호모 사피엔스로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들키지 않을 정도로 치밀합니다.
그녀는 제가 관심을 갖고 접근한다는 사실을 몰랐을 겁니다. 절대로.
시선처리도 자연스럽게, 인사는 깔끔하게. 훗, 나는 차도로 걷는 도시남자.
시간이 갈수록 이분이 저를 점점 호의적으로 바라보는게 느껴집니다. 역시 교육의 힘은 위대합니다.
원숭이를 인간으로 만들어줍니다.
게다가 인간에게 호의를 가질 수 있게끔 해줍니다.
페스탈로치 만세. I'm yours.
그러나 성공적으로 썸이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저는 걱정거리가 하나 생깁니다.
저는 일반적으로 외견상 상냥, 차분, 조용, 지적으로 보이는 사람이지만
실상은 집에서 팬티 하나만 입고 훌라춤을 추거나 화분들에게 프로포즈송을 부르는 똘끼충만한 사람입니다. 존중은 여러분입니다, 취향.
여튼,
그분은 저와 알게 된지 얼마 안되셨기때문에 당연히 저를 차분하고 조용한, 그런 도시남자로 생각하고 계실겁니다.
썸탈락말락하는, 썸인듯 썸아닌 썸같은 지금 시츄에이션에서 김칫국 정맥주사맞는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심 걱정이 됩니다.
내 본모습을 보면 충격을 드시겠지.
그리고 상견례를 앞두고 내게 이별을 고하시겠ㅈ... 아 너무 나갑니다. 자제해 전두엽. 있을수 없는 일이라구.
어쨌든 심란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오늘도 여느때처럼 차분하게 대화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유달리 눈을 자주 마주쳤는데,
이분 눈을 바라보면서 뭔가를 느낍니다.
강렬한 느낌... 확실합니다.
그것은 바로 동류의 패ㄱ.. 아니 느낌..
이분 눈 속에는 오랜 시간을 들여 기른 상냥함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지만,
더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니 옆 동네에서 키우던 비X과 같은, 장난기와 천진난만함이 엿보입니다.
30여년을 살면서 체득한 바로는 확실합니다.
아아.. 이건 동류다... 틀림없는 동류야..
이분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해 그동안 참고참고참아왔지만 본질은 똘끼 있는 한마리 앙증맞은 짐승이구나...!!
하는 감이 옵니다.
그래서 제 심장은 동족을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거칠게 뛰고 있고, 지금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