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과 다름없는 길을 걷고 있었어
문득 기억나는게,
그 사람이랑 자주 가던 길이었거든,
그 사람은 너무너무 보수적이여서 나에게 밥을 먹고
"산책이나 하러가자" 말고는 나갈 거리가 없었어.
조용히 둘이서 걷다
사람 없는 빈 공원에 앉아
' 요즘 학교 생활은 어떻더냐 '
'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느냐 '
하면서 몇마디 묻더니
말 없이 만원 짜리 한 장을 손에 스윽 쥐어주시고는
' 들어가자 ' 하시고는 뒤돌으셨지
그리고, 어제 그 공원에 다시 갔어
여느때보다는 쌀쌀하게 바람이 불었고
추워서 바지에 손을 꼬옥 넣고
빈 공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무 소리 없이
조용한 공원에서
추억이라는 냄새가 가슴을 후비는데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울어도
그 사람이 곁에 없어서 슬펐어
그냥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