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나 고민게시판에 써야 할 이야기인가 싶지만 일단 주제가 결혼이니까 결혼 게시판에 적겠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주관적인 결혼관 이야기일 뿐이니 부정적인 내용이 보기 불편하신 분들은 더 읽지 말고 넘어가주시기 바랍니다.
이십대 후반 여성이며 1년 가까이 만나는 남자친구도 있지만 둘 다 결혼하고픈 생각이 없어요.
근데 올해 추석부터 벌써 결혼 얘기가 나오면서 점점 불편해지네요.
(둘이 결혼해야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너도 슬슬 결혼해야지, 라는 흔한 레퍼토리에요)
그냥 평생의 짝이 있으면 좋은 거지, 라는 생각만 있지 굳이 양가 친척들 불러다 인사하고 식 준비해서 대접하는 것도 별로고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시댁'이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개념도 별로에요..
아무리 배우자가 잘 챙겨도 신경써야할 짐이 늘어난다는 느낌?
사실 임신, 출산, 육아 등에 관한 일도 마찬가지에요.
스트레스에 예민한 성격이라 툭하면 불면증에 호르몬이 널뛰는 병을 생겨서 고생도 많이 했어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바로 신체적인 증상으로 이어져서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듭니다.
그런 저한테는 내 몸을 의지대로 못하고 또 다시 호르몬에 휘둘리며 감정 소모를 겪고
신체적인 외향까지 변형을 겪는다는 일이 굉장히 두렵고 끔찍하게까지 느껴지기만 하네요..
거기다 티비에 애기들이 나와도, 길에서 애기를 봐도, 사진을 봐도 큰 감흥이 안생겨요.
그냥 어 되게 쪼끄맣네.. 꼬물거리네.. 정도고
좀 더 큰 애기들을 보면 어휴 저걸 어떻게 키우지, 시끄럽다..
어쩌다 저한테 달라붙기라도 하면 맞춰주기 짜증나고 귀찮다, 는 감정이 제일 크거든요.
아기니까 당연한 거지만 참을성도 없고 자기들 마음대로 날 휘두르게 되어서 싫어요.
그 뿐만 아니라 육아를 하면서 겪어야할 스트레스와 비용, 소모되는 감정들..
임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리스크에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죠.
주위에선 니가 나이가 어려서 그렇다고(?)
아직 자리를 못잡아서 그렇다,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는데(스무 살부터 알바 및 사회경험 있음)
나도 애기 낳기 싫었는데 낳아보니까 다르더라,
무슨 겪어 보지도 않고 잘 아는 것처럼 말하냐,
여자가 결혼은 해야지,
그래도 내 피붙이는 또 다르더라,
애 키우기 힘들었지만다 큰 걸 보면 뿌듯하고 행복할거다,
나중에 나이먹고 혼자면 안되지, 자식은 있어야지,
결혼 안 할 거면 연애는 왜 하냐,
남들이 결혼 하는 덴 다 이유가 있는거다,
결혼을 해야 철이 든다,
이제 너만 결혼하면 더 이상 걱정이 없겠다,
이십 대 가기 전에 애를 낳아야 편하다. 더 나이먹으면 몸이 힘들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는 게 좋다,
그러니까 돈 많은 남자를 만나라,
결혼안할꺼면 연애는 왜 하냐, 섹스는 왜 하냐.. 등등
이젠 결혼과 관련된 주제만 나와도 인상부터 쓰게 될 정도로 기분이 나빠요.
결혼하니까 좋은 점들도 있는 건 알지만 그 장점을 위해 지불해야될 대가들을 포기하기 싫어서
결혼이 싫다는건데 그걸 왜 몰라주는 걸까요.
내 인생 내 몸뚱이 내 시간 마음대로 쓰겠다는데 뭐가 그리들 불만인건지
애초에 '나'는 우리 부모님이 사랑하고 낳고 싶어서 낳아 키워주신거지 결혼하고 애를 낳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었잖아요?
본인들도 결혼과 애를 위해 희생한 게 산더미였으서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걸 강요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건지.
어차피 나이먹고 주변 사람들 하나 둘 다 떠나가는 건 똑같은데
장성한 자식들 붙잡고 살 것도 아니고 외로운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
결혼하란 소리, 애 낳아야 한다는 소리 좀 그만 들었으면.
너무 지긋지긋하고 짜증이 나요.
출처 |
아침부터 엄친딸 결혼 소식에 시작된 결혼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낀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