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했다. 파리! Paris!! 두 달 간의 긴 여정 끝에 최종 목적지인 파리에 도착했다. 이곳이 그토록 염원했던 도착지다. 프랑스의 끝판왕을 만날 기대에 가슴이 콩닥 콩닥 뛴다. 남자친구의 100일 휴가를 기다리는 고무신의 마음이 이러할까. paris란 표지판이 한껏 들뜬 마음을 만들어낸다. 공기마저 다른 것만 같다.
파리 시내의 자전거 도로는 어떨까. 기대 반 설렘 반, 숙소를 향하며 자전거 도로를 찾는다. 자전거 도로를 뜻하는 푸른 길이 보인다. ‘찾았다!’ 이 길로 곧장 가면 숙소에 도착할 수 있다. 구글맵을 보니 15km 정도만 가면 될듯하다. 기분 좋게 출발 !!
덜컹 덜컹, 몇 초가 지나지 않아 자전거와 뒤에 달린 페니어가 덩실 덩실 춤을 춘다. 위에 얹어진 나의 엉덩이도 따라 덜컹거린다. 곳곳이 패인 자전거 도로가 순식간에 나와 자전거를 춤꾼으로 만든다. 춤이 겪해 질수록 엉덩이도 아리다. 아마 자전거도 아팠으리라. 파리의 자전거도로는 역시나 좋지 않았다. 곳곳에 패인 웅덩이는 물론,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를 모레들이 바퀴와 도로 사이를 방해한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기대했는데...’
프랑스의 끝판 왕 답게, 낮의 파리도 프랑스의 성격을 오롯이 가지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 악취가 나기도 하고, 쓰레기들이 제멋대로 나뒹군다. 낮의 프랑스는 ‘깔끔’과 거리가 멀었다. 파리에서의 라이딩은 이렇게 실망스럽게 시작한다. 그럼에도 선선한 날씨 아래 펼쳐진 센느강변의 평화로움이 내가 작은 위로를 건네는 듯하다. ‘최악은 아니지?’
이윽고 숙소에 도착했다. 파리에선 한인 민박을 예매했다. 늘 현지 호스텔 혹은 호텔에서 묵었지만, 아웃을 해야 하는 파리에선 혹시 도움받을 일이 있을까 하여 한인 민박에 묵었다. 사실 한식을 먹기 위해서가 목적 중 80% 정도 랄까. 여행 내내 내 속을 채운 기름진 음식 때문인지 몸이 아우성이다. ‘이 딴 거 말고 한식을 내 놔, 이 새xx’라며...
예약한 한인민박은 생각보다 매우 저렴했다. 단돈 25유로, 우리 돈으로 약 사만 원 정도다.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아침, 저녁 식사 제공에 요일을 정해 삼겹살 파티까지 해주시니 이 정도면 사실 ‘거저’다. 조금 떨어진 거리는 내게도 더 행복하다, 40분 정도 자전거를 탈 거리를 주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완벽한 위치와 가격이다.
도착한 숙소, 너무 반가운 마음에 우렁차게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흥분한 맘에 문을 세게 쾅 닫으니 마중 나오시던 아주머니의 웃음도 단번에 닫힌다. “아우! 조용히 좀 들어와요! 귀 떨어지겠네! 옆집도 있어서 조용히 해야 해요!” 첫 만남이 이렇게 잔소리로 시작됐다. 반가워서 그런 건데 ㅠㅠ. 괜히 살짝 서운한 맘이 든다. 어정쩡한 첫 만남부터 잔소리를 듣다니. 마당에 귀여운 아깽이(아기 고양이)만이 나를 위로한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을 좋아해주시는 사장님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가 금세 풀어졌다, 벌써 몇 자전거 여행객이 이 숙소에 묵었다 하시며 반가워하신다. 저녁으론 정갈하고 맛있는 한식을 내주신다. 우와! 얼마만에 먹어보는 따뜻한 밥인지! 너무 맛있어서 배 터지게 두 공기를 먹었다. 오늘 처음 만난 여 사장님이, 한순간 어머니로 보인다. 이렇게 타지가 무섭다. 낯선 이도 순식간 평생을 의지해온 여인으로 바뀌어 보이니. 여행의 힘이 대단하다. 한식 때문인지 비로소 내 위장도 편안함을 느낌다. ‘일찍도 넣어준다 이 새xx’라며...
낮의 파리는 참 실망스러웠지만, 오늘의 여행은 눈 보다 입으로 만족했으니 나름대로의 행복을 느낀다. 여행은 꼭 눈으로만 하는것은 아닌가보다.
현지인과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한인민박을 이용해 보자.
지친 속을 위로해 주는 푸짐한 한식은 물론, 따뜻한 정까지 느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