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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꿈의 메스 2화
게시물ID : readers_109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떠돌이참견꾼
추천 : 0
조회수 : 18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1/13 19:31:57
최 박사가 환자의 두개골 절개를 선언하자 옆에 있던 젊은 남의사가 한 커다란 기계를 조심스레 수술대 쪽으로 옮겼다.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이 기계엔 터치스크린도 있었다. 
환자 머리로 향하는 쪽엔 뾰족한 침 비슷한 것이 장착되어 있다 그리고 그 침 한가운데엔 알 수 없는 구멍이 하나 뚫려있다. 
아무래도 그 구멍에서 무언가 나올 모양인가보다.
침을 둘러싼 둥그런 물체도 있었다.
이 물체도 역시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것이다. 


기계를 운반하던 그 의사는 운반이 끝나자 터치스크린에 무언가 입력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또 다른 의사는 침을 둘러싼 둥그런 물체를 잡아당겨 환자의 머리에 고정시켰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자 침 부분이 조그마한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집중하지 않으면 그것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움직임이었다.
침의 구멍에서 무언가가 나왔던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둥그런 물체가 그것을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의 움직임이 멈추고 두 의사는 기계를 환자에게서 해체하고 다시 그것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놨다.
환자의 두개골엔 침이 움직였던 그 자리만큼 완벽한 원이 하나 생겼다. 
피는 예상한 것보다도 훨씬 더 적게 나왔다.
구멍난 두개골을 닦은 거즈에 빨갛게 묻어나온 것마저 없었다면 피가 흘렀는지조차 알기 힘들 정도였다.


"사람 머리뼈가 잘려나갔는데도 저렇게까지 피가 적게 나올 수도 있구나.."


여자는 수술대를 녹화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 실황중계하고 있는 게스트실의 LED 평면 스크린으로 이것을 면밀히 바라보며 감탄했다.


그때 게스트 룸으로 여자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남자 의사 한 명이 들어왔다.
명동 한복판이었다면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법한 아주 평범한 인상의 사내였다. 그의 손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차 한 잔이 들려 있었다.


"박사님께서 드시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수술 꽤 늦는다는 것은 듣고 오신 거겠죠?"


"물론이죠."


"보이차입니다.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저기 벽에 붙어있는 벨을 눌러주십시오. 
저희 병원에서 제공해드릴 수 있는 것은 모두 제공해드리겠습니다.
그럼.."


"아 잠깐만요! 근데 저기 저 기계는 무슨 기계죠?"


"저희 박사님께서 개발하신 절개용 기계입니다. 
침에서 레이저가 나가죠.
오늘 절개할 부위가 환자의 두개골이라 원 모양의 고정대가 사용되었군요.
절개할 부위에 따라 다른 모양의 고정대가 사용됩니다.
어쩔 땐 저것이 필요 없기도 하죠."


"아... 근데 저런 기계를 이제껏 본 적이 없는데 이런거 막 말씀해주셔도 괜찮은 거에요?"


"이미 특허등록이 끝 난 상태라 상관없습니다. 하하.."


"그.. 그렇겠네요! 하하.."


"네, 그럼."


최 박사의 수술엔 갖가지 첨단 기계들이 사용되고 있었다.
여자는 자신의 상상 그 이상의 수술 현장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수술방 안을 차지하는 면적 자체는 확실히 의사들보다 기계들이 더 넓었다.
최 박사에겐 더 큰 수술방이 필요해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하고 신기한 광경이라고 해도 수술 시간은 세 시간이었다.
30분 쯤 흘렀을까.. 여자의 눈은 스스르 감기기 시작했다.
어느새 여자는 푹신한 소가죽 의자 속에 온 몸을 파묻고 무의식의 상태로 완전히 빨려들어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여자의 눈에 강한 빛이 목격되었다.
그 빛에 어느새 잠이 깨어 눈을 완전히 떴을 때도 세상엔 온통 그 빛 뿐이었다.
여자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어맛!"


"하하하!"


여자의 앞엔 최 박사 뿐이었다.
최 박사의 손엔 검안용 펜라이트가 쥐어져 있었다.


"너무 깊게 잠을 자고 있어 혹시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닌가하고 살펴보았네. 
다행히도 코마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니었구만. 하하하!"


"박사님도 참.."


유리창 건너편엔 텅빈 수술방이 있었다.
피며, 기계며 모두 말끔하게 치워져있었다.


"오.. 수술방이 원래 저렇게 넓었군요?"


"처음 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놀라곤 하지. 
온갖 기계들로 가득찬 수술방은 좁아보이는게 당연하니까."


"모두 박사님께서 개발하신 기계들인가요?"


"물론이야. 난 보기보다 예민해서 내가 만든 기계가 아니면 좀처럼 신뢰를 하지 못해. 하하."


여자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본다.


"수술도 정확히 세 시간 정도 걸리셨군요.."
'듣던대로 역시 최 박사군..'


"하하! ... 그나저나 날 찾은 이유는 뭔가?"


"여기서 말씀드리기엔 조금 뭐한데.."


"괜찮네. 자네도 나쁘지않다면 그냥 여기서 말 나누지. 
오늘 스케쥴이 좀 바빠서 말이야. 이해해주게.."


"저는 상관없어요. 제가 오늘 온 이유는.. 박사님께 하나의 제안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제안이라?"


"네. 우선.. 저희 아버지가 어느 분이신지 아시나요?"


"글쎄.. 자네가 아주 활발한 성격을 가진 것으로 봐선.. 아주 애정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추측은 할 수 있겠군."


"저희 아버지는 진성그룹 회장님이십니다."


"진성그룹? 아아.. 그랬군. 아주 좋은 집안의 자제였구만. 몰라뵈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하하.. 
사실.. 저희 진성그룹에서 이번에 병원을 하나 차릴까 생각 중입니다."


"진성대 의대 2호점이라도 차릴 생각인가?"


"아닙니다. 대학교 소속이 아닌 그룹 산하의 자회사로 설립될 예정입니다."


"그룹 산하의 자회사라고? 영리병원 말인가? 
흠.. 하지만 현행법상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역시 불가능합니다. 영리병원이라는 것은 아직 가능하지 않죠.
하지만 곧 특정 지역에 한해서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질겁니다.
저희 당에서는 이미 내부 문건까지 모두 작성한 상태구요."


"흥미롭군.. 드디어 우리 나라에도 세계적인 대형 병원이 생길 수 있다는 소리인가?"


"그렇습니다. 진성그룹이 앞장서서 전세계인들을 진료할 세계 최고의 병원을 선보일겁니다. 자신있습니다."


"패기가 대단하군."


"그래서 그런데.. 박사님께서 저희 병원에 와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네. 독립대에서 국가 자금으로 박사님의 연구비를 최대한 지원해주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아직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아아.. 쑥스럽게도 지원금을 더 달라고 했다가 퇴짜 맞은 적이 있지."


"진성병원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연구비 지원을 해드릴 생각입니다. 물론 박사님에 대한 대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일 겁니다."


"이거.. 꼭 내가 돈 밝히는 의사가 된 기분이구만."


"아닙니다. 박사님께서 불철주야 연구하시는 이유가 다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진성그룹은 그런 박사님께 조금의 도움을 드리는 것 뿐입니다.
돈이 하는 일이라고 해서 모두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나쁜 버릇 중 하나죠."


"생각은 해보지."


여자가 가방을 주섬주섬 뒤지더니 한 서류봉투를 꺼내들었다.


"여기, 계약조건이 명시되어있습니다. 보시고 부디 좋은 선택 부탁드립니다.
물론 추후협의 가능입니다."


"알았네. 오래 기다렸는데 대우가 변변치 않아 미안하군. 고깟 이런 게스트실이라니.. 아무래도 내 생각이 짧았네."


"아닙니다 박사님.. 그럼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멀리 못 나가네."


여자가 공손히 인사하며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갔다.
최 박사는 서류봉투를 열어 계약서를 꼼꼼히 살펴본다. 
금강송 원목으로 멋들어지게 장식된 그의 안경에 계약서의 내용이 선명히 비춰진다.


문을 닫고 나서는 여자의 한쪽 입고리가 독을 품은 뱀의 꼬리처럼 은밀히 올라간다. 굳게 움켜진 오른손이 마치 강철같다. 


또각또각..


그녀의 차갑고 날카로운 구두소리가 하얀 병원 전체를 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누구도 그녀를 주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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