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차려 먹고, 멍하니 일기 쓰려고 생각을 하다가 보면 또 금방 옛날 생각이 나곤 한다.

그러니까 그 옛날 생각이라는 것은, 웹툰을 보다가도, 주말 아침 영화를 보다가도, 문득 문득 생각이 난다는 것이다.

 

착한 사람이 화내면 달라보인다, 착한 사람이 더 상처받는다는 말.

 

근데 착한 사람이 담아뒀다가 화를 내면,

니까짓게 화내면 뭐?ㅋㅋ

 

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일 것이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그랬으니까.

 

지금은 엄마가 나에게 어떠한 터치를 하지 못한다. 내가 23살에 휴학하고 집을 나왔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따로 살았으니까,

23살까지 엄마한테 맞았던 것 같다.

 

남들은 그래도 부모잖냐, 이런 소리 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확실히 엄마와 아빠는, 힘의 논리였다.

 

엄마를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아빠.

 

 

 

아버지는 엄마를 함부로 대했고, 그래서 엄마는 가여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엄마는 너무나 지독했고, 죽고 싶게 만들었던 사람이었다.

 

학교 일진들보다 엄마가 더 지독했던 게,

엄마가 나를 학대하는 것을 아버지께 말해서 아버지가 엄마한테 왜그러냐고 그러지 말라고 하면,

엄마는 다음날 더 심하게 나를 괴롭혔다.

너 때문에 내가 왜 욕먹어야 되냐는 말과 함께ㅡ

 

아버지가 술먹고 온 다음 날 아침은 그냥 내가 맞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엄마의 욕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날은 밥 먹는 게 시원찮다며 맞을 때도 있었다.

 

이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밥 먹는게 마음에 안 든다며 손찌검을 하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넌 밥도 짜증나게 먹어.

-왜 내 밥먹는 것 가지고 그래...나 학교 가야돼.

씨발년이 말하는데 대들어?

 

하면서 때린다는 것이다.

 

 

지금도 저 레파토리를 줄줄 외울 수 있을 정도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심하게 그랬는지 알 수 있다.

 

내가 화를 내거나, 아니면 내가 조곤조곤히 안 그랬으면 좋겠다 말을 하는 등의, 어떠한 분노표출이나 대화 방법은 통하지 않았다.

니까짓게 화내면 뭐 어쩔건데?

라는 게 엄마의 태도였으니까. (엄마를 엄마로 보지 않고 그냥 힘의논리에 지배당하는 일반 정글속의 동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약한 사람에게는 화내는 게 당연하고,

강한 사람에게는 기어야 하는 법.

 

엄마에게는 그랬다.

 

아버지한테 엄마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더 심하게 보복했다.

(아버지는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나중에 내가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돈이 든다는 이유로) 그냥 나가살라고 했다.

그리고 현재는 석촌호수에 아파트를 얻어주는 20대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물건 찾듯이) 말한다. 물론 결혼비용은 다 내가 내면서,빨리 결혼해서 내가 받을 돈 받게 하라고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말한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지금은 내게 그러지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아버지에게 엄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풍파는 엄마혼자서 감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를 엄마를 혼내거나 엄마를 괴롭히는 데 이용한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 엄마가 자식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 아버지에게 이야기한 것 뿐이고,

아버지는 엄마한테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것 뿐이다.

근데 엄마는 그걸 보복성으로 나에게 더 심한 괴롭힘을 가했고, 이제 나는 그 집에 살지 않아서 엄마가 나에게 보복하기가 쉽지 않아지니,

이제는 날 괴롭히는게 손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 뿐이다.

 

왜냐하면, 저번에 부모님 집에 갔을 때, 잔뜩 어지러진 집안 꼴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나를 제외한 동생들에게는 화를 내지 못한다. 동생들은 겉으로 엄마한테 잘하는 척 하면서 처음에 이미지를 쌓아놓고, 지금은 하고 싶은 말 막하고

되는 대로 화를 엄마에게 내며, 모든 집안일이나 자신의 방정리를 엄마에게 전가한다.

옷들은 계속해서 새로 사고 구두도 계속해서 사모으지만 집안 정리는 엄마의 몫이고, 방과 거실까지 모두 옷더미로 가득찼다. (동묘앞 벼룩시장이 우리 집안 방 모습과 비슷하다.)

 

나는 그 모습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집에 가서 방 꼴을 볼 때마다 아버지에게 말했다. 방 정리를 왜 안 시키냐고.

아버지는 엄마에게 화를 내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는 다음엔 좀 더 나중에 한참뒤에 집으로 오라고 했다. (이건 화난 아버지한테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올 때마다 나는 아버지에게 집안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엄마는 아버지에게 욕을 먹고,

더 이상 화풀이 할 상대가 이젠 집에서 같이 살지 않아서 영향력 밖이기 때문에,

엄마는 이제 나를 '얕잡아 볼 상대'에서 '건드리면 손해인 상대'로 위치가 변한 것 뿐이다.

 

행복해야 하고 사랑과 보살핌의 의무가 충만한 이 가정에서도,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고 힘의 논리가 지배했다.

이제껏 엄마아빠와 동생의 모든 행동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그저 가족이 아닌, 상식 밖의 사람이다 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이해하기가 쉬웠다.

나는 집안에서의 위치가 최하위에서 조금 격상된 것이었고, (영향권 밖으로 벗어났기 때문에)

그곳은 정직이나 사랑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이었다. 더 쎄고, 더 강한 자한테만 잘보이면 된다는 생각.

 

나는 받을 것 받고 끝내면 되는 것이었다.

가난한 가정(나는 또래에 비해 가난하게 살진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돈을 밝히는 아버지 덕에, 아버지가 건물주이고 사업하심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안 보내줘서 못 갈 뻔하고, 딱 차비와 식비만 받고, 방학때는 돈 한푼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 했다. 물론 이 말도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한테는 내가 부유하다고 생각하고 공감하려 들지 않겠지만) 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런 비정상적인 가정을 보고서도

그래도 너는 부모님이 부자잖아. 그래도 너는 돈 걱정 안 하잖아. 이런 말을 하며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말들을 한다.

근데 뭐,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사회 나와서도 본인들이 이해 못하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에, 내가 굳이 더 설명하며 이해시키려고 하지는 않는다.

참 신기한 건, 이런 와중에도 너네집은 부자잖아 라고 말하며 공감을 못하는 소시오패스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사람에게 철학이 없고 가치관이 없다면

그건 사람일까 싶다.

 

요즈음 세상엔 철학이나 가치관보다

물질적인 논리만 좇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사람으로서 본연의 의지를 다하고 인간의 완성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게 물질의 만족을 위해서 인간성은 저해되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남을 해하여도 된다는 건 누가 만들어낸 것일까?

그건 정글의 논리이지 인간의 논리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분명히 모두가 공존하기 위해 사회제도가 있는 것이고 규칙과 규범이 있는 것인데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런 것'쯤'은 짓밟아도 된다는 게 그들의 논리이다.

 

 

아마 그렇게 생각한다면, '너네집은 그래도 부자잖아' 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본인들이 한번 그러한 가정에서 살면서 지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아버지가 알콜중독자이다 뭐다 이런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게 가장 괴로웠던 것은 이 집에서 벗어나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사회 나와서조차 부모님은 전화로 나를 죽여버리거나 내 남자친구를 죽여버린다는 말을 했으며, 회사로 가서 엎어버린다는 말도 수시로 했고,

잠못들게 했다. 전화해서는 너 '여기여기 살지?' 이러면서 자기 나름대로 조사한 내 실제 집주소를 말하고, 언젠가 찾아가서 죽여버린다 말하고,

이게 아버지, 어머니가 할 소린가 싶을 정도로, 삼십년이 넘도록 괴롭힘을 당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된 것도 내 탓이라고 말하며 떠넘길 것이다.

너무나 쉽게, 신고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저러한 가정에서 억압받으며 살아왔던 시절에서 아동학대로 처벌이 가능했을까?

경찰서에서도 그저 아이의 투정으로 보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수준의 상황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의 아동학대란...

 

나는 부모님께,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해도 나를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꾸준히 어필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부모님 자신들의 힘의 논리가 나에게 적용되지 않음을 서서히 깨닫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화로 죽여버린다 하면, 그러지 말라고 조곤조곤 타이르는 것보다, 그렇게 해보라고 말하고,

주소 찾았다고 말하면, 나 그럼 이사가면 된다고 계속 찾아다니라고 말하고,

회사 찾아낸다하면 나 그럼 이민 갈거라고 말한다.

 

집에 가게 될 일이 생겨 집에 가게 되었을 때, (아직 내 짐이 남아있다. 딸을 소유물로 여기기때문에, 돈 있는 집안에 시집가기 전까진 밖에서 못 지낸다고 말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도망나왔을 때, 내 짐을 찾을 수 없었다.)

집안 문제를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엄마는 나에게 보복할 수 없게 나는 '나의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내 동생들은 부모님께 화를 내고 자기 할 말 다 하고, 나는 그럴 수가 없다.

그것은 이미 어릴 때 정해진 이 집안의 서열이므로, 지금에 와서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집안에서 조용하고, 부탁을 잘 들어주며 하고 싶은 말은 있는 그대로 다 했고,

내동생들은 겉으로는 부모님의 심복처럼 지내다가 20살이 되자마자 돌변했다.

 

아마 부모님들 마음 속의 자식의 순위는, 자신들에게 복종할 만한 자식들 순서였고 나는 내버려도 좋을 자식(하지만 돈 있는 집안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돈 있는 집에 가야 부모님이 죽을 때까지 돈을 넉넉히 줄 것으로 기대) 이었다.

 

이미 자기들 마음 속에 정해진 순위였고 더 애착을 보냈기 때문에, 애착을 준 상대가 자기 멋대로 화를 내고 짜증내도 오히려 을의 입장이 되서 화를 내지 못한다. 부모님이 동생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나에게는 온전히 갑이면서 동생들에게는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끌려다닌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에 쓰는 이 모든 말들은, 대부분이 부모님이 '직접' 나에게 한 말들이다. 돈이 있는 집안에 가야 나한테 돈좀 주지?ㅋ 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모님이 하는 행동들도, 지금 글에 쓴 그대로이다. 동생들에게 끌려다니는 부모님. 동묘 벼룩시장처럼 쌓여있는 옷들을 엄마 혼자서 전부 치운다. 나는 내가 10대때 모든 집안일을 혼자 다 했다. 엄마가 바닥에 어떤 물건이라도 굴러다니면 나를 때렸다.

 

아버지 어머니는 다 너 잘되라고 그런거라고 말도 안되는 포장을 한다. 원래 첫째는 엄하게 키우는 거라고.

근데 왜 그렇게 때리고 화풀이를 했을까? 내가 한 일도 아니고 내 물건도 아니고 나는 야자 끝나고 밤11시에 왔는데 집안이 어질러졌다고 머리채를 잡는 이유는 뭘까.

 

나는 대학교 방학 내내 하루12시간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으로 꾸역꾸역 돈아끼며 살았는데,

내 막내동생은 엄마 카드를 들고 다니며 전시회를 보러 다니고 미술품을 사모은다. (대학생의 취미가 미술품 사모으기라니.)

동묘앞 벼룩시장같은 방들도 엄마가 군말없이 전부 치워준다. 그래놓고 하소연은 또 내게 한다. 왜? 왜 동생들이 회사 상사도 아닌데 내게 상사 하소연 하듯이 말하는걸까? 이야기 들어보면 꼭 동료가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 받은걸 나에게 하소연 하는 것 같다. 꼭 이기지 못하는 상대에 대해서 하소연 하는 것 같이.

 

이건 뭘까? 도대체 엄마아빠는 어떤 논리가 머릿속에 지배되는 걸까.

 

===================================================================

 

근데 이 가족 내의 '서열'이라는 것이,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일단 부모님은 첫째는 집안의 밑천이고, 부모님을 도와 동생을 키워야 한다가 기본적으로 깔려있고, 첫째는 희생해야 된다고 한다.

 

그렇기때문에, 첫째는 좀 더 때려도 되고 좀 더 부려먹어도 된다는 인식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첫째가 희생하고 둘째, 막내는 좀 더 혜택을 받고 곱게 커야 하는 게 정상이다.

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님에게 자식간의 서열이 정리되어 있는 듯하다.

 

사실 이건 어렸을 때도 느꼈던 것이긴 했지만, 이렇게 확연하게, 그리고 물리적 폭력까지 가해지면서 심하게 차이가 난다.

나는 겨우 먹고 자고 학교다닐 학비 정도만 받았지만, (충분히 집안에서의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약간 노비 키우는 느낌으로 대했던 듯 하다.)

동생은 더 먹여도 된다는 말을 자주 했으니까. (먹고 싶은 걸 내가 말해서는 먹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이건 내가 부모님께 더 잘해드리거나 행동으로 어떻게 더 보여줘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부모님께 해드리는 모든 효도하는 행동들은 '당연' 하게 받아야 하는 것들이고,

동생들이 하는 것들은 '고맙고 기특한'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이게 아마 부모님이 생각하는 지배구조가 아닐까 싶다. 물론 동생들이 부모님께 이미지관리를 하고 지금 자신들이 갑의 입장처럼 부림하는 것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