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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에 있는 수통 이등병은 고문관이란 게시물을 보고
게시물ID : military_589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righ
추천 : 0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9/23 10:53:31
 
 
 
 
그 글에 달린 리플들을 확인해봤습니다. 근데 아무도 이런식으론 생각안하고 다들,
 
군대체계가 잘못됐다, 이등병은 맞는말 한건데 뭐가 고문관이냐 참모총장과 군대체계가 잘못한거지
이등병이 잘못했다, 직속상관이나 보급계한테 말하면 되는데 왜 참모총장한테 말하냐
 
이런 식의 두 갈래의 의견으로 밖에 안나뉘는데 사실 정답은 따로 있습니다.
 
 
잘못은 둘 다한테 있습니다.
 
군대체계가 잘못된게 물론 맞습니다. 신병 보급하나 제대로 못해주는건 말할것도 없고 낮은 복지, 적은 월급, 안전불감, 셀 수 없는 관료주의 현상들 등등 썩을대로 썩은 휴전국 관료주의 군대이기에,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2년간의 군생활 중 그나마 정상적인 측에드는 간부를 단 두명밖에 만나보지 못했을 정도로(전대대장,탄약반장), 제대로된 사람이 거의 없는 집단입니다.
 
 제가 자대에 배치받고 이등병일때 한참 부조리가 많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후임이 선임빨래 걷어서 빨래한 후 다시 선임들에게 각각 빨래를 나눠서 말려줘야 했고, 생활관에서 누워있지도 못하고, 말실수하면 발길질 먼저 날아오고, 근데 간부들은 신경도 안쓰고 오히려 병사한테 자기 일을 시킬 생각만 하고 그랬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운좋게도 부조리를 최대한 없앨려는 분대장을 만나 제 분대에서만큼은 부조리를 당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때 제 분대장과 나눈 얘기가 있는데 "저는 나중에 병장이 되면 분대장님처럼 후임들한테 빨래도 안시키고 중대 부조리들 다 없앨겁니다." 근데 그때 그러더군요. "힘이 없으면 가만히 있는게 좋아."
 이 대화를 저는 병장때 다시 되새기게 되었었는데, 군대는 혼자서는 못 바꿉니다. 특히 병사는 절대 군대의 썩은 체계를 못 바꿉니다.
이런 군대의 특성상 병사들은 군대에서 다양한 생존방식을 키워가게 됩니다. 2년만 힘들게 버티면 되니까 쓸때없이 위험을 거스르지않는 법을 배우는겁니다. 그런 생존방식들 중 한가지가 간부한테 애로사항을 털어놓지 않는거죠. 왜냐하면?
 수년간 선임에서 후임으로 내려오며 또는 직간접적으로 배워온 바에 의하면 간부에게 불만을 털어놓는건 경거망동하게 할 짓이 못 됩니다. 군대는 썩었기 때문에 간부한테 직접 애로사항을 말해봤자 그 애로가 아무 문제 없이 해결될 확률은 극히 적습니다. 특히 높은 간부일수록 말이죠. 
자 이 전제를 모든 병사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병사는 당연히 다른데서 해결되어야 될 문제가 자신한테 생겨도 간부에게 말하지 못하고 자기가 직접 피해를 받고 직접 해결해왔습니다.
 그럼 여기서 참모총장이 "무슨 문제가 있나?" 라고 물었을때 한 병사가 "수통이 아직도 없습니다. 수통을 받고 싶습니다." 라는 말을 하는건
해당 중대에 터질지 안터질지 모르는 불발탄을 던져놓음과 동시에 자기 일이 아닌데도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썩어빠진 군대에서 혼자 타인에게 일을 맡긴 것(수통이 없으니 즉 다른 누군가의 잘못이니 해결 해달라)이 됩니다. 
 즉, 여기서 병사는 "우린 피해 안줄려고 직접 해결해왔는데 쟤는 남 생각도 안하네?"
간부는 "참모총장한테 우리를 찌르네? 어떡하지 괜히 직속상관한테 빌미잡힐 수도 있겠네"
보급계는 "누군 2년간 이딴 일을 하고싶어서 하고 너한테 수통을 안주고 싶어서 안줬나?" 
이렇게 생각전환이 되는거죠.
 
제정신이 아닌 이 군대에서 참모총장한테 수통을 달라해도 수통을 받기는 커녕 다른 사람들이 피해만 받을 확률이 큰데 그 리스크를 무릅쓰고 말했다는건 이 군대라는 조직을 아직 잘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뜻이죠.
물론 여기서 대다수 선임들은 "아직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고 합니다. "물어봐서 대답한게 뭐가 잘못이라고 그래? 그리고 당장 전쟁나서 수통이 없으면 어쩔려고그래 당연히 바로 받아야지." 라고 안하고요. 썩은 군대라는 전제를 알면 저런 소리 못합니다.
 
헬조선 노예정신이라구요? 예 그럴지도 모르죠. 마음껏 비난해보세요. 2년동안 보상없이 힘들게 청춘바쳐 일하는데 혼자 군대를 바꿔보겠다고 나서서 돌아오는건 간부들과 불화로인한 불혜택 뿐이었습니다.
존경심은 공포가 있어야 생긴다고 하죠. 심지어 관료주의 간부는 병사에게 존중을 느낄 필요도 모릅니다. 
 
 만약 군대에 징집된 병사들을 헬조선 노예정신으로 비난할 마음이 있다면 군대를 바꿔보겠다는 일념하에 육사졸업하고 군대들어가서 직접 무기력하고 썩어빠진 관료주의 쓰레기들을 직접 제쳐가며 경험해보고 비난하십쇼. 
 
지금 그 상태로 비난해봤자 그냥 TV보면서 아프리카 난민들은 왜 반란군과 싸워서 이길 생각을 안할까? 하고 생각하는거랑 똑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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