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
나는 내 슬픔이여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게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
이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백석의 '남신유주유동박시봉방'
이란 시다.
좋은 시는 감정이 있고, 울림이 있다.
어떻게 이다지도 내 심정과 같을까?
그리고 나는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어떻게
이렇게 몇 마디 단어로 표현해 낼 수 있었을까?
너무나도 힘들 때, 부던히도 읽던 시였다.
내 시를 읽으면 우습지만 '이 세상에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