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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프다
게시물ID : gomin_15232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록괴물
추천 : 3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9/24 16:16:22
혼자 넋두리라 생각하시고 반말 양해부탁드리겠습니다.
 
 
 
몇일 전 엄마가 암판정을 받았다
자궁암이란다
체력은 약하긴 하지만 남들보다 깡따구 있고 씩씩하기만 했던 엄마였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내 곁에서 오래오래 사시다가 가실 것 만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빨리 아프실 줄은 몰랐다.
 
자궁암으로 이미 복부에 전이가 된 상태
내가 엄마배를 쓰담어 줘도 딱딱하게 암이란 놈이 잡히더라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하루하루 모르핀을 2~3대 씩 맞아가야지만 하루를 버티신다
말이야 모르핀 2~3대 씩이지 이마저도 효과가 없어서 추가로 다른 진통제들을 2시간 간격으로 계속 맞고 계신다
 
의사쌤 말로는 암이 전이 되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단다
다른 의사들도 보고 놀랄 정도로 너무 빨라서 위험하다고했다
 
수술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잘못 건들이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려 지금은 항암치료를 바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바로 항암치료에 들어가 이번에 1차가 끝났지만
만약 항암치료가 효과가 없을 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하시더라
 
답이 없다는 뜻이겠지..
 
나는 왜 그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소리로 들릴까
 
약에 취해 비몽사몽이 되다보니 화장실도 못가고 침대에 누워만 있다
그렇게 열심히 사시던 우리 엄마가 기저귀를 차고 누워계신다.
 
심지어는 복부에 암덩어리가 장들을 누르다 보니
변을 볼 때나 소변을 볼 때 극심한 고통을 느끼신다
 
오죽하면 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손바닥에 닭똥 냄새가 날 때까지 살려달라고 빌었을까
 
때론 태연한척 씩씩한척 하다가도 그 모습이 떠올릴때마다 울컥한다
 
 
엄마는 이미 마음의준비를 했나보다
 
나보고 아프면 병원가고 보험도 들어놓고 너 아빠 멍청하니까 니가 잘챙겨드리란다
 
그렇게 아픈 와중에도 바보같이 왜 내 걱정을 하는건지
 
멍청하고 찌질한 아들을 왜이리도 사랑하는건지..
 
 
난 세상을 워낙 찌질하고 병신 같이 살았던 탓에 26살이 되도록 아들노릇 제대로 못했다.
 
용돈도 많이 드리지 못했고.. 그 흔하다는 여자친구도 보여드리지 못하고.. 제대로 된 회사에도 들어가지도 못했다.
 
나이가 60이 다 되가면 자식자랑 하는 재미로 산다고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드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우리 엄마는 내가 가장 사랑스럽고 걱정이 되나보다.
 
 
친할머니가 내가 3~4살때부터 치매와 중풍에 걸리셨다더라
그리고 10년동안이나 할머니 수발을 들었다.
집에 돈이 없어 나를 밥도 제대로 못먹일 만큼 가난해 나를 안고 집을 나왔다가도
 
불쌍한 아버지와할머니 ,
그리고 아빠없이 자랄 내 생각에 다시 돌아왔단다.
 
그렇게 고생만 하던 엄마가 저렇게 침대에 누워서 나와 아버지의 수발을 받고있다.
 
우리 엄마 너무 불쌍해
불쌍해서 눈물이 막 나고 울컥하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막 울음이 터질 것 같은데
그래도 부모님 앞에서 씩씩해 보일라고 노력하는데 가끔씩은 너무 힘들다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떡하냐
가슴이 너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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