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영화같은 삶을 사는 친구의 잡다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0951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104
조회수 : 8302회
댓글수 : 5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7/16 08:56: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16 01:14:40
옵션
  • 창작글
영화같은 삶을 사는 친구 1편입니다.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94828
 
그 외 영화를 본 뒤 영화 같은 삶을 살던 녀석과의 부스러기 같은 일화들입니다. 영화별로 분류했습니다.
 
1. 매트릭스
 
전날 마신 술로 편두통이 심했던 날. 녀석에게 약국에서 술 깨는 약을 사 오라고 부탁했다.
녀석은 약국에서 사 온 드링크 한 병과 두 알의 약을 들고 말했다.
 
"진짜 현실 같은 꿈을 꿔 본 적이 있나? 빨간약을 먹으면 넌 계속 숙취로 고통을 받는 대신 어제의 기억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 파란 약을 먹으면 넌 숙취에서 깨어나 어제의 기억을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야."
 
모피어스를 신나게 두들겨 패던 스미스 요원의 심정이 이해됐다. 그리고 내 주먹에는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이 사온 약은 두통약과 소화제였다. 정체불명의 드링크와 두 알을 한꺼번에 먹었는데 신기하게 편두통과 속 쓰림이
한 번에 풀렸다. 녀석은 모피어스가 아니고 오라클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타이타닉
 
폭설이 내리던 어느 날, 녀석과 단둘이 막히는 올림픽대로에 있었다. 둘이 서로 대화가 없었음에도 유리창에는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운전석에 있던 녀석은 갑자기 손바닥을 유리창에 짝 소리가 친 뒤, 계속 손바닥을 유리에 대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관능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며
내게 쉰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재액~"
 
녀석을 알고 지낸 지 꽤 되었지만, 그날만큼 녀석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내 머릿속에는
 
"저 녀석과 함께 있는 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도어락을 눌렀다. 아차.....
 
3. 브로크백 마운틴
 
"너 브로크백 마운틴 봤냐?
 
"안 봤어. 봤어도 너랑은 논할 가치가 없는 영화야."
 
"거기 히스 레저...."
 
"안 봤다니까. 내 앞에서 브로크백 마운틴 말도 꺼내지 마. 새끼야."
 
"그럼 쌍화점은?"
 
"이 놈은 정말 위험한 놈이다." 라고 생각했다. 녀석의 인성이 의심됐다.
 
4. 덤 앤 더머
 
덤 앤 더머 1편을 보면 제프 다니엘스가 스키장 리프트에 혀를 댔다가 그대로 혀가 리프트에 붙는 장면이 있다. 술에 취한 녀석은 그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하며 불결한 혀를 날름거리며 가로등에 갖다 댔다. 그리고
 
"야 이어 이아 우어. 아..아아아"
 
저 녀석과 함께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짐 캐리로 오해할 거 같아서 가로등과 프렌치 키스를 나누고 있는 녀석을 두고 집으로 향했다.
녀석의 첫 키스 상대는 대학로 4번 출구 방향에 있는 가로등이다. 아.. 그 가로등의 첫 키스 상대도 아마 녀석일 것이다.
둘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밝은 2세를 봤으면 한다.
 
5. 아저씨
 
녀석과 포차에서 제육볶음를 시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녀석은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오돌뼈 빼고 다 씹어 먹어줄게."
 
"제발 닥치고 마셔. 간은 충청도로, 눈은 경상도로 보내버리기 전에...."
 
그리고 오늘은 그만 마시고 가자는 내게 녀석은
 
"아직 한 병 남았다. 너는 내일을 생각하고 술을 마시지. 나는 오늘만 생각하고 술을 마신다."
 
내 옆에 방탄유리가 있다면 녀석의 머리를 한 대 때려보고 싶었다. 과연 방탄유리가 깨질까 아니면 녀석의 머리가 금이 갈까....
 
6. 쇼생크 탈출
 
녀석과 함께 극장에서 쇼생크 탈출은 본 뒤, 녀석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감동에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눈물을 닦으며 내게 말했다.
 
"너 모건 프리먼 닮았어..."
 
그건 나도 인정했다. 그리고 녀석은 분명 밖으로 뛰쳐나가 두 팔을 들고 하늘을 바라볼 거로 생각했다.
뜻밖에 녀석은 벽으로 가더니 내 이름을 쓰며 "***은 여기 있었다. 나도 있었다." 라고 썼다.
난 담담한 표정으로 극장 아르바이트 분에게 
 
"저 새끼 벽에 낙서해요." 라고 한 뒤 모른 척 갔다. 아르바이트 분의 굳은 표정에서 녀석에게 심판의 날이 곧 오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7. 반지의 제왕
 
반지의 제왕을 본 뒤, 며칠 후 샤워를 하고 나온 내게 녀석은 동그랗게 말은 정체불명의 철사를 내게 주며 말했다.
 
"마이 프레셔스~" 해봐
 
녀석은 더는 내 친구가 아니고 지하계의 오크라고 생각했다.
아라곤처럼 칼로 녀석을 내리찍을까, 레골라스처럼 활로 쏴 죽일까, 아니면 김리처럼 도끼로 찍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간달프의 마법으로 녀석을 세상에서 지워 버리기로 했다.
 
8. 아바타
 
어느 날 녀석은 자신에게 새로운 특기가 생겼다면서 내게 자랑했다.
 
"그래서 뭔데?"
 
"토르크 막토 성대모사 할 수 있어. 아마 이건 전 세계 최초일 거야."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뜻밖에도 비슷했다. 듣는 순간 난 창을 들고 녀석의 등에 올라타야 한다는 생각과 내 양미간이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9. 애나벨
 
녀석은 중학교 때 이블데드를 보고 무서워서 책을 끊고, 링을 본 뒤로는 제목이 없는 비디오는 안 볼 정도로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한다.
심지어 패러디 영화인 무서운 영화를 보고 나서도 녀석의 아랫도리는 축축이 젖어들었을 것이다.
그런 녀석에게 애나벨이 개봉했을 때 "겨우 인형 나오는 영화야", "잔인한 장면 없다고 하더라." 하면서 이것도 못 보면 "영화 매니아가 아니지"
라면서 영화 매니아의 자존심을 도발했다.
 
그날 극장에는 자유로이 판도라 행성의 하늘을 나는 토르크 막토의 외침이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녀석의 가방에 몰래 미리 준비한 팔 하나를 뜯은 조카가 가지고 놀던 낡은 바비 인형을 선물로 넣어뒀다.
이제 더는 녀석이 금발 여성들을 보고 하악 거릴 일은 없겠지.
 
그날 난 전 세계의 금발 머리 여성들을 구원했다.
출처 스무 살 때부터 지금까지 영화를 함께 보는 소중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한 명은 영화감독,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는데,

지금은 둘 다 영화 매니아 삶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