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하나만 보면 모자랄 것 없는 사람입니다. 성실하고 자상하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죠. 그런데 부모님이 사고를 치셔서 여기저기 빚투성이 입니다. 나름 재기하시려고 노력은 하는데 제가 보기엔 크게 버실 생각만 하시는 것 같습니다. 환갑 넘은 우리 엄마는 자식한테 부담주기 싫다고 아직도 청소일을 하고 계시는데 말이죠...
10월 상견례를 예정하고 있었는데 이 모든 사건들이 (사기를 당하고 집을 날리고 어마어마한 빚이 생긴) 4월 한달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남자친구는 외동이라 본인이 감당해야 할 것 같다며 미안하다 합니다.
가족들은, 그리고 친구들은 한결같이 말립니다. 하물며 남자친구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던 엄마도 절 조용히 타이릅니다. 아무리 남자가 능력이 있고 성실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 라면서요. 가족을 버릴 수는 없을거라고요.
결혼은 현실이라고 하죠. 그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돕니다. 그런데 또... 힘들 때 사람 버리는거 아니라는 말도 가슴을 콕콕 찌르네요. 아침에 눈을 뜰때마다 이 모든 상황이 꿈이였으면 좋겠다는 남자친구의 말도 가슴이 아픕니다. 당사자인 그가 더 힘들겠죠...
4년을 만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 이기적인 것 같고 속물처럼 느껴져서 제 자신이 너무 싫어지네요. 욕하셔도 좋고 타이르셔도 좋습니다. 철이 없다며 혀를 차셔도 좋습니다. 나이가 계란 한판이 되어도 모르는건 잘 모르겠어요. 하루에도 수십번 마음이 왔다갔다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