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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과 부딪치다(유럽여행기)#여행 끝!!! 자전거 처리하기!!
게시물ID : bicycle2_390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중풍산부인과
추천 : 8
조회수 : 79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9/25 13: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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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여행일정.jpg


 두 달 간의 유럽은 멋졌다! 드넓은 초원을 홀로 달렸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건강했던 나의 바이크는 s급에서 b급으로 상태가 안 좋아졌고, 나의 무릎 역시 b급이 되었다.


 두 달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파리.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여행이 길어지며 늘 머릿속에 맴도는 건 ‘가족, 집, 그리고 밥’.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픈 회기본능일까? 하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그토록 물렸던 유럽의 빵도, 짜기만 했던 햄도 모두 아쉬워진다. 나의 여행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이 여행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이랄까. 이토록 행복했던 시간을 다시 겪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모든 것에 아쉬움을 묻힌다. 누구에게도 아쉬움을 곱게 접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도전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도전 후 추스르는 법은 듣지 못했다. 그저 글로나마 아쉬움을 남기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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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기 전 처리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두 달간 나의 다리가 되어준 ‘자전거’!. 한국에서 가져온 나의 보물이다. 하지만 항공이 저가 항공인데다 사이즈가 있어서 수화물로 보내게 되면 가격이 상상초월이었다. 때문에 유럽으로 가지고 올 때도 우체국 택배를 이용했다. 정이 듬뿍 든 이 녀석을 다시 가져가기 위해선 역시나 택배를 이용해야 할 것 같다. 프랑스에서 택배 부치기라... 어렵지는 않을 것 같으니 일단 우체국으로 출발!  



나 : 계세요..? 한국으로 택배를 부치고 싶은데요.(영어로!)

직원 : ㅁ나어리ᅟ감넝리ㅏ(불어)

나 : 택배요 택배! 포스트! 어떻게 하면 되죠?(영어로!)

직원 : (손사래를 치며) 나가세요. 

??????????????????????????????????? 



 프랑스에서 가장 어이가 없는 순간을 꼽으라면 이 순간을 꼽겠다. 프랑스에서 영어를 쓰는 사람들에게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믿지 않았다.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프랑스에 있으면서 느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이 순간 처절하게 느끼며 쫓겨나고 있었다. 영어로 이야기를 걸자 손으로 나가라는 표시를 하며 불어로 성난 목소리를 낸다. 이 이야기에 과장이 섞여있다는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 보일지 모르겠지만, 전혀. 내가 당황한 만큼 더도 덜도 딱 이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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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을 한번 고른다. 나는 무조건 자전거를 보내야 한다.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 구글 번역기를 통해 불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번역하고 스크린 샷을 찍었다. 떨리지만, 용감하게 다시 직원 앞으로 간다. 왠지 모르게 여 직원은 화난 얼굴을 하고 있다. 조금 무섭다. 익스큐즈미도 아닌, ‘메흐 씨’(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말을 걸었다. 나를 쳐다본다. 핸드폰을 보여주며 저장했던 스크린샷들을 보여줬다. 


‘자전거를 한국으로 보내고 싶어요’

‘가격은 얼마나 들까요?’

‘박스가 없는데 구매를 할 수 있나요?’  


 그러자 직원이 답변을 해주기 시작한다. 하. 심지어 영어로 답변을 해준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영어로 말을 걸 땐 거들떠도 안 보더니, 이젠 영어로 답변을 해준다. 도통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직원의 말은 더 충격적이다. 


‘보낼 수 없어요! 크기도 너무 크고 무거워서 안됩니다.’ 


 언어가 짧은 탓에 더 자세한 이유도, 설명도 물을 수가 없다. 하. 언어가 이렇게 중요하다. 어쩐담. 결국 자전거를 택배로 보내긴 실패다. ‘당장 내일 모래가 귀국인데..’터덜 터덜 숙소로 돌아오는 길. 정든 이 자전거를 다시 한국으로 가져갈 방법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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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최대의 벼룩시장)

 ‘팔자’. 가져 갈 수 없다면, 팔자. 자전거를 팔기로 한다. 두 달의 추억이 묻은 자전거지만, 어쩌겠는가 가져갈 수 없다면 팔아야지. 그런데 이곳에서 어떻게? 내일 모레 출국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파리에서 자전거를 어떻게 팔아야 하지. 일단 정보화 시대에 맞게 다시 핸드폰을 꺼낸다. 그리고 구글링을 시작했다. ‘파리 자전거’, ‘파리 중고 자전거’. 정보의 바다 구글이지만, 프랑스 정보를 한국어로 검색하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몇 개의 의미 없는 블로그들을 보다가 이내 포기. 불어는 도통 모르겠고, 영어로 검색을 해본다. 한국어 보단 페이지수가 훨씬 많다. 오 심지어, 괜찮은 정보도 보인다. 파리에 벼룩 시장이 있다! 좌판을 열어놓고 자신의 중고 물건들을 파는 곳이었다. ‘이곳에 갈까..?’ ‘흥정은 어떻게 하지..’, ‘정말 아무나 팔아도 되는 건가..?’ 이런 저런 걱정들이 꼬리 물었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인 듯하다. 재미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무런 정보도, 언어도 갖추지 못했다. 이때 사장님께서 한마디 던지신다. 


 ‘여기다 놓고 가~ 인터넷으로 팔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 집에 들러서 가져가라고 하면 되지 않아~?’ 



 마치 메시에가 예언을 전달하듯 귀가 밝아진다. 자전거 여행에 호의적이셨던 사장님께서 친절을 베풀어 주신 덕에 자전거를 민박집에 놓고 인터넷으로 팔 창구가 생겼다. 자연스레 ‘유랑’을 떠올렸다. 유랑은 유럽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거대 커뮤니티. 유랑이 글을 올리고 자전거를 판매한다.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지만, 분명 자전거 운반이 힘들어 고민하는 사람이 분명 여럿 있을 테다. 그 사람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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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자세한 설명을 달았다. 가격은, 완전 매력적인 가격! 신품 대비 약 50% 수준이다. 자전거에 조금 정통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사지 않고는 못 배길 가격이다. 여행용으로도 나쁘지 않은 퀄리티의 자전거. 역시나, 유랑에 글을 올리지 마자 연락이 온다. 러시아에 거주하시는 아저씨, 나와 비슷하게 유럽 횡단을 하고 싶어 하신다. 자전거 여행 경험이 없으셔 불안함도, 걱정도 많으신 듯했다. 자전거 한 대를 팔면서 우리는 유럽 여행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톡으로. 하하. 고작 백만 원쯤 되는 자전거지만 누군가에게 큰 보물이 된다니 마음이 찡하다. 내 자전거의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자전거를 보관해 주신 사장님께도 얼마간 작은 성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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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련함 반 시원함 반, 이렇게 유럽을 떠난다.

두 달 동안 내 몸보다 소중했던 자전거를 떠나 보내며

나는 ‘물건’에게서도 이별의 감정을 느꼈다.

고마웠어.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었어!



 여행에 함께해준 모든 이들과, 글을 읽으며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덕분에 늘 행복했고, 뜨거운 하루 하루를 보냈습니다. 작은 한마디들이 큰 용기가 되어 즐거움으로 변해감을 느낄때 참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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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세상과 부딪치다

서 유럽 일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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