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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lovestory_759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쓰는학생★
추천 : 0
조회수 : 78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25 22:41:26
BGM: Vanilla Mood
-Beyond-
은행나무가 보고싶다
사거리 교회 앞 보도블럭 위
툽툽하고 수더분한
은행나무가 보고싶다
종종걸음 분주한 아침 거리
스치는 걸음에
우렁우렁 깊은 눈길 보내주던
그 나무가 보고싶다
쨍쨍 햇살의 메아리
희뿌연 먼지에 숨이 차던 계절
말 없이 몽글몽글
살오른 열매를 가졌지
힘들여 맺은 은행알,
나는 너무 무심히 밟았네
잘 여문 가을,
은행에선 은행내음이 나는데
꽃 하나 피우지 못한 입으로
나는 은행나무를 꾸중했네
굳은 몸 갈라진 옹이마다
가끔은 우거진 은행나무 숲 꿈을 꿀까
외로이 젖어드는 하루하루
움직이지 않는 사막에
팔 닿는 곳까지 마른 하늘 끌어안던
그 나무
돌틈사이 얹은 너무 자그마한 섬
그 미운 자리마저 노랗게 덮어가던
은행나무가 보고싶다
바람 부는 날
그 발치에 앉아
도란도란 차 한 잔 나누고 싶다
<은행나무가 보고싶다>
삼년산성처럼 굳세려 한 날이 있었다
한 줄기 바람이
한 마리 풀벌레가
나를 흔들어 놓을까
겁 먹던 날이 있었다
이 빠진 돌담 하나를 마주하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를 벌하는 거울이었다
된바람 세차게 몰아쳐도
한숨에 흘려보내고
한 귀퉁이 모질게 쥐뜯겨도
부끄럽지 않던 모습에
내가 곧 철부지였음을
낱낱이 알았다
완전하지 못한 나날을
쉼 없이 끌어안아 완성되는 삶이기에
울퉁불퉁 굴곡진 삶의 윤곽은 돋아나고
이름모를 풀꽃 발치에 피어난다
그 가을
둥근 돌 끝 하늘빛 물이 드는데
풀벌레 한 마리
날개만한 그림자를 업고
돌틈 뜨거운 침묵의 노래
한참을 듣고 있었다
<돌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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