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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2층에서 5년간 살아왔던 썰
게시물ID : freeboard_10959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오이다오
추천 : 14
조회수 : 700회
댓글수 : 57개
등록시간 : 2015/10/09 1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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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저는 편부가정에서 언니 하나와 함께 지하2층 만화방에 딸린 단칸방에서 살았는데요
그때 어떻게 사람이 지하2층에 살았었지 하는 생각과 함께 옛날 생각이 나서 올려봐요
지금부턴 읽고 쓰기 편하게 끔 음슴체로 작성할게요!
 
일단 지하2층으로 이사간 계기를 말하자면
우리 아빠는 원래 구로공단에서 오징어회 포장마차를 하셨음. 그러다보니 밤늦게 집에 돌아오는 일이 많았고
원래는 할머니가 우리를 봐주셨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당시 7살 6살이었던 언니와 내가 밥을 먹을수 있도록 밥과 반찬을 해놓고 출근하셨음
 
어느날은 내가 언니한테 밥 더 먹고 싶다고 엉엉 울었다고함
그래서 언니는 직접 쌀로 밥을 지으려고 했음. 그치만 7살짜리 애기가 어떻게 밥을 지을 수 있겠음?
주방에 모든 집기류를 꺼내고, 쌀은 엎고 집안을 난리쳐 놓은 거임
 
퇴근 후 그걸 본 아빠는 언니에게 사연을 듣고 '아 애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 일을 해야겠구나'라고 깨닫고
가게+방이 붙어있는 형태의 가게를 찾았다심
 
그렇게 찾은게 우리의 만화방이었고 그 만화방은 지하 2층이었음.
난 처음에 그 집이 참 좋았음.
왜냐면 여름에 무지 시원했고 내가 갖고 놀 장난감이 참 많았음 (소파,만화책,소화기등등)
아빠도 늘 우리를 봐줄 수 있고
당신의 진짜 가게가 생긴거 같아 마음이 벅찼다심
 
그렇지만 아빠는 이사간 지 일주일만에 후회를 함
왜냐면 그 시기에 새롭게나온 pc방이 뜨면서 만화방은 쫄딱 망한거임
 안그래도 가난한데 정말 똥꾸멍 찢어지게 가난해짐
50평이 넘는 만화방이었는데 내기억으론 하루에 손님이 한 팀도 오지 않은 적이 많았음.
 
처음엔 이사간 집이 좋던 나도 점점 집이 싫어짐
방에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지하이다 보니
창문.jpg
 
이런 식으로 나 있었는데 주차장에서 지나다니던 사람들에겐
저게 어떻게 한 가정과 연결된 창문이라 생각하겠음.?
 
저 사이엔 쥐들의 시체가 있었고
 
그냥 하수구라 생각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오줌을 싸는 사람도 있었음.
 
내가 창문에서 바라 본 풍경은 쓰레기와 시체가 전부 였음
저 창에 햇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음
 
그리고 집에 물난리가 난 후 집이 잠기면서 보일러가 고장 났고(이썰도 언제가 기회가 된다면 풀겠음)
그 후로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음
그래서 겨울엔 아빠가 물을 끓여서 찬물과 섞어줘야지만 씻을 수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잘 안 씻게 되고
 
내 머리엔 이라는 게 있고  내 몸에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들에게 알게되었음
 
선생님은 학부모들의 항의로  아빠에게 사실을 말해주었고
나는 '니조랄'이라는 샴푸같은 약으로 머리를 감았음
 
대야에 머리를 담그고 한 3분정도 있다가 머리를 들면
대야에 이가 둥둥둥둥 떠다녔음
 
언제는 머릿니가 이마를 타고 얼굴까지 내려온적도 있음
내 친구 머릿니는 저 동네 살때까지 계속 나와 함께 했던거 같음.
 
또 뭐가 있지 물난리나서 집이 무릎까지 물찬거랑
성냥 갖고 놀다 집에 불낼뻔 한거랑...쥐덫에 핀 쥐들의 우정등
생각나는게 너무 많은데 여기까지만 적겠음
 
정말 지금 생각해도 참 아찔한 일이 많은데
어떻게 그집에 5년간 살아왔는지
어쩜 그리 가난했는지 그걸 버텨온 어린 나와 언니
무엇보다 울 아빠에게 참 감사함
 
 
ps이자리를 빌어 우리자매를 많이 도와주신 1층 건강원 아주머니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출처 2000년~05년 신대방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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