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이었습니다
순대국 한그룻 먹고 집으로 가던 길에
도로를 갈지자로 왔다갔다하는 처자를 발견했습니다
가는 방향도 같았기에 비틀비틀 길을 대각선으로 건너가며 지나던 처자가 축지법이라도 쓰려고 저러나 싶어서 구경하며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잘가던 처자가 가게의 셔터에 머리를 박아 쿵 소리를 냅니다
괜찮아요의 괜이 목구멍까지 넘어왔는데 일어서서 다시 갈지자로 갑니다
이번엔 반대쪽에서 넘어집니다
도와줘야 할까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데 3-4번 넘어졌을까요
이번엔 빙판위에서 넘어져 일어나다 넘어지고를 반복하며 손은 빨갛게 얼어붙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말을 겁니다
나: "경찰을 불러 줄까요 일으켜줄까요?"
처자: "괜찮으니 가요"라며 웁니다
아무리 봐도 못일어날거 같아
나: "당신 못일어난다 경찰부르겠다"라고 말하니
처자:"전화 좀 빌려주세요"
전화를 건네니 자기 폰을 꺼냅니다
나: ?!@!@#!@#?????
전화번호를 찾습니다
한손으로 내폰을 쥐고 누군가에게 자기전화로 전화를 겁니다
처자 :"통화 좀 해주세요"
전화를 받으니 왠 남자목소리가 들립니다
이 여자가 많이 취했으니 좀 데리고 가라고 말을 합니다
전화속남자는 나에게 데려다 주면 안되냐고 합니다
나: "나는 길에 쓰러져 있는 처음 본 여자다"
전화속남자(이하 전남): " 여자 좀 바꿔달라"
전남: : " 많이 취헀어"
여자 : "ㅇㅇ"
전남: " 집에 갈수 있어?"
여자: "아니"
전남: " 나 지금 씻어서 머리 말려야 되서 못나가 일단 집에 가있어 집에 갈 수 있지?"
여자: " 아니"
전남: " 나 머리 말려야 되서 못나가 집에 가있어"
여자 : "못가"
가있어라 못가라는 말들이 4-5번 반복되니 기적같이 여자가 알았다라고 답하고 전남은 전화를 끊습니다
추위에 벌벌 떨었을 제 전화를 돌려받고
나: " 일으켜줄까요?"
여자: "ㅇㅇ"
왼팔을 내밀었습니다 잡고 일어나라고... 괜시리 손을 잡는다던가 신체에 닿고 싶지 않았습니다 외모 문제가 아니라 괜시리 문제따위는 만들고 싶지않았지요...
여자 : (아이처럼 배시시 웃으며 두손을 내밈)
아 이여자 전남이랑 통화하더니 내가 그남자인지 착각을 하는지 일단 손을 잡고 일으켜 줬습니다
그리고 왼팔을 잡고 따라오라고 한뒤 데리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제대로 못갑니다
착각을 제대로 했는지 저쪽손도 달라며 양손잡고 어미원숭이에 매달린 아기원숭이 같이 저에게 기댑니다
말투는 애교가 넘치고 내 배를 툭툭치고 난리가 났습니다
나: "집이 어디에요?"
여자 : " 저기 위에잖아"
나:"음..."
가다가 여자가 자기 전화를 계속 떨어뜨리길래 일단 제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한 10분 정도 갔을까요 저 앞에서 경찰차가 옮니다
반갑습니다
누군가 걱정이 되어 신고를 했는지 경찰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경찰: "아는 여자에요? "
나 : (반가워하며)" 아니요"(낼름 여자를 넘긴다)
그리고 방에 들어갔습니다
무겁고 내 배를 툭툭치던 짐이 없어지니 참 가볍고 방은 따뜻하더군요
근데 갑자기 진동이 옵니다
춥고 힘든 맘에 너무 즐거웠는지 그 여자 전화가 제 주머니에 있었구요
아까 전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이제야 머리를 다 말린거 보니 굉장히 장발인가 봅니다
전화를 받기도 귀찮고 혹여나 절도라는 오해를 받을까 밖으로 나갑니다
다행히 순찰차는 아직있습니다
미안하게도 방금 여자를 데려다 주고 내려오는 경찰관 아저씨에게 전화를 드립니다
제가 깜빡했다고... 다시 달려가십니다 ... 경찰 아저씨 짱입니다
방에 와서 생각해 보니
1. 제 전화는 왜 빌려서 꼬옥 쥐고 있었을까요? 제 전화가 전파증폭기능이라도 있나봅니다
2. 좋은 사람들을 만나자 .. 술에 떢이 되어서 ,모르는 남자에게 전화를 빌려 전파증폭까지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머리를 말려야 하니 집에 가있으라니
헤어스타일에 관심이 많은 장발(추정) 남자같은 사람은 모르고 사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3. 역시나 나는 재밌었는데 다 쓰고나니 재미가 없는 .... 내 인생에 여친같은 글재주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좋은 추석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