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커버스토리 기사입니다.
세대별, 계층별, 성별 등 분열이 판치는 요즘 읽어볼만한 좋은 기사라고 생각되어 전문은 안 되고, 대략의 방향만 정리합니다.
제목에 각 기사 링크 걸었으니 꼭 전문 읽어보시길 권장합니다.
커버 스토리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의 ‘탄생’ ‘메갈리안’… 여성혐오에 단련된 ‘무서운 언니들’ 여성 향한 외침, “왜 넌 날 사랑하지 않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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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공간 일부의 소동처럼 여겨지던 여성혐오의 물결이 이제는 현실 세계를 덮치고 있다. <시사IN>은 2015년 한국 사회의 첨예한 단층선인 여성혐오에 관한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호(제417호)에서는 여성혐오 담론의 구조와 확산 동력을 입체 해부한다. 다음 호(제418호)에서는 여성혐오의 언어를 그대로 남성들에게 돌려주는 ‘미러링’ 전략을 구사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반(反)여성혐오의 거점 메르스갤러리를 살펴본다. 온라인 공간 일부의 소동처럼 여겨지던 여성혐오의 물결이 이제는 현실 세계를 덮치고 있다. <시사IN>은 2015년 한국 사회의 첨예한 단층선인 여성혐오에 관한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호(제417호)에서는 여성혐오 담론의 구조와 확산 동력을 입체 해부한다. 다음 호(제418호)에서는 여성혐오의 언어를 그대로 남성들에게 돌려주는 ‘미러링’ 전략을 구사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는 반(反)여성혐오의 거점 메르스갤러리를 살펴본다.
❶ ‘여성혐오 지도’ -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 2015년은 ‘여자를 혐오한 남자들’이 시민권을 획득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유명 칼럼니스트가 자기 칼럼의 파장으로 진행하던 방송에서 하차하고,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래퍼가 여성혐오 랩을 쏟아내 문제가 되고, 개그맨이 팟캐스트에서 여성혐오 개그를 하다가 사회적인 논란까지 불거져도, 여성혐오는 수그러들기는커녕 온라인과 현실 세계에 공고한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 남성지 <맥심 코리아> 9월호는 여성 납치 범죄를 연상시키는 표지 사진을 내걸었다가 여성혐오라는 집중포화를 받고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맥심 코리아>는 미국 <맥심> 본사가 규탄 메시지를 내는 등 외신으로 문제가 확산되자 9월4일 뒤늦게 사과문을 냈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같은 극우 커뮤니티만의 문제도 아니다. 대놓고 여성혐오를 과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김치녀’에 자기 이름을 걸고(페이스북은 실명 계정이 원칙이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6만명이다. 한국의 젊은 남성에게 여성혐오는 차라리 시대정신이다. 가부장제의 익숙한 남성 우월주의와는 결이 다른, ‘약자로 전락했다는 분노’가 젊은 세대 남성을 사로잡았다. 그런 걸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여성혐오만큼 희한한 전략도 흔치 않다. 이 ‘전략’을 쓰는 남성은 여성과 데이트할 확률이 극히 떨어지는데, 젊은 남성이 이런 손실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지는 아주 불투명하다. 그러니까 여성혐오란 거의 ‘자해적인 전략’이다. 그런데도 여성혐오의 깃발 아래 갈수록 많은 남성이 줄을 선다. 이 기묘한 현실을 이해하려면 당사자에게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여성혐오 담론을 날것 그대로 전시하는 쇼윈도를 알고 있다. ‘일베’다. 일베는 폭넓게 퍼진 여성혐오 담론 구조의 원형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훌륭한 전시장이다.
STEP 1:데이터가 그려낸 여성혐오 지도
일베의 여성혐오 담론지도는 하나의 결론으로 달려간다. 짝짓기 시장, 그러니까 결혼까지 포함해서 ‘연애 시장에서의 환멸’이 여성혐오의 뿌리다. 여성혐오 담론에서 ‘김치녀’란 무엇보다도 ‘연애 시장에서 반칙을 하는 여자’를 뜻한다.
반칙이란 뭘까.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남자의 능력을 따지는 여자’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데이트 비용은 남자에게 물리는 여자’ ‘남녀평등을 외치면서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여자’ ‘자기 외모는 성형으로 과대 포장하면서 남자의 능력은 칼같이 따지는 여자’다. 포괄적으로 정의 내리면 이렇다. ‘연애 시장에서 (사람 됨됨이나 사랑이 아니라) 남자가 보유한 자원을 따져서 분수 이상으로 한몫 잡으려는 여자.’ 한국의 젊은 남성을 사로잡은 여성혐오 담론이 내놓는 ‘김치녀’의 원형이다.
이것은 지독한 역설로 이어진다. 담론지도의 ‘남성’과 ‘여성’ 사이 붉은 블록에 낯선 키워드가 있다. ‘사랑’이다. 이 여성혐오자들이 보기에 사랑이야말로 연애 시장에서 유통되어 마땅한 유일한 화폐다. ‘김치녀’는 연애 시장의 화폐를 사랑에서 남자의 경제력으로 바꿔놓는 시장 교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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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2:연애 시장에 들어온 남성잉여세대
결혼 회피의 성별 격차를 만들어낸 범인은 가부장제의 압력일 가능성이 높다. ‘시댁 또는 처가 중심의 결혼 생활이 부담스러워서 결혼을 회피한다’라는 설명에 비혼 여성 중 72.2%가 찬성했다. 비혼 남성 중 찬성 비율은 49.4%였다.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이중 공급과잉 상태다.
남성잉여세대의 선배 그룹인 1970년대 이전 출생 세대도 남초 성비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선배 세대들은 상대적으로 여성의 교육 수준이 낮았던 ‘덕’을 보았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결혼을 더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남성잉여세대는 선배들이 겪지 않았던 새로운 환경에 놓여 있다. 오늘날 연애 시장에서 좌절한 남성들은 웹과 모바일이 제공한 초연결사회에 살며 대단히 간편하게 서로를 발견하고, 여성혐오를 배양하고 증폭해낼 공간을 온라인에서 확보했다.
STEP 3:결혼경제학, 연애 시장을 해부하다
이제 결정적인 질문이 남았다. 대기업 입사 경쟁은 경쟁률로 보면 연애 시장에서의 구애 경쟁보다 훨씬 치열하지만, 취업준비생 대부분은 대기업을 혐오하기보다는 선망한다. 연애 시장에서 여성이 더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면, 남성은 왜 ‘더 많은 호의’가 아니라 ‘더 많은 혐오’를 택하나. 여성혐오에 젖은 남자를 데이트 상대로서 매력을 느끼는 여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연애 시장의 논리로 보면 거의 자해 전략인 여성혐오가 어떻게 해서 연애 시장에서 탄생할 수 있을까.
STEP 4:혐오, 절망적인 가격 흥정 전략
그러니까 학대란, 자신보다 ‘시장가격’이 높은 여성 배우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가격 흥정 전략이다. 마치 중고차를 고르며 이리저리 트집을 잡고 사고 기록을 따져 묻듯, 학대는 배우자 여성의 가치를 줄여 잡아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도구다. 이 전략은 분명 자기파괴적이고 위험하지만, 자신보다 ‘시장가격’이 높은 여성은 어차피 떠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우자보다 뒤처진 남성에게는 이판사판으로 해볼 만한 도박이 된다.
이 논리를 여성혐오에 적용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한국 연애 시장에서 남성의 시장가치가 주저앉는 메커니즘을 여럿 확인했다. 바꿔 말하면, 여성 집단의 시장가치가 남성 집단보다 올랐다. ‘뒤처진 남성’이 대규모로 축적되는데, 이때 여성혐오는 마치 저강도 학대와 같은 효과를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가한다. 남성들의 머릿속에는 연애 시장에서 협상력이 딸릴 때에는 여성의 자긍심을 손상시키라는 전략이 내장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 해도 이것은 절망적인 전략이다. 1대1 관계에서는 학대를 통한 흥정에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도 있는 반면, 온라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저강도 학대는 애초에 협상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서 가격 흥정이 될 수가 없다. 1대1 관계에서 써먹으라고 진화가 내장해놓은 전략이 엉뚱한 장면에서 스위치가 켜진다. 더욱이 여성혐오는 연애 시장에서 그 남성의 시장가치를 더 떨어뜨린다. ‘가격 격차’는 더 커질 것이고, 가격 흥정도 따라서 다시 절박해진다. 막다른 골목이다. 남성잉여세대의 맏형들이 이 막다른 골목에 이제 막 들어섰다. 그 뒤로도 25년 동안 동생들이 줄을 서 있다.
메갈리안은 등장하자마자 크게 두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첫째, 이것은 ‘미러링’(거울에 비추듯 되돌려주기)인가, 남성혐오인가? 메갈리안이 구사하는 공격적인 언어는 전략적으로 기획된 여성혐오의 패러디인가, 그저 혐오의 악순환인가? 둘째, 설사 그것이 미러링이라고 해도, 혐오의 언어를 그대로 빌려와 혐오에 대응하는 전략은 제대로 작동할까? 구경꾼을 질리게 만드는 역효과는 없을까?
이것은 미러링인가 남성혐오인가? “메갤의 담론 구조가 일베의 그것과 지나칠 정도로 유사하다.” 분석을 진행한 김학준 연구원의 논평이다. ‘지나칠 정도’라니, 무슨 뜻일까. “원본이 존재하고, 그 원본의 맥락을 이해하며, 그에 맞춰 의도적으로 패러디를 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메갤 이용자들이 원본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건 자연발생적인 혐오의 분출이라고 보기 힘들다.” 여기서 ‘원본’이란 일베로 대표되는 여성혐오의 기본 문법을 가리킨다.
<그림 5>는 일베와 메갤에서 추출한 담론의 중심 키워드를 대칭으로 배열한 결과물이다. ‘이기야’(일베 특유의 문장 종결 표현 중 하나. 메갤에서도 널리 쓰인다), ‘삼일한’(여자는/남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 등의 키워드는 일베와 메갤이 아예 함께 쓴다.
하반기에 떠오른 키워드인 ‘맘충’을 메갈리안 용어사전은 “엄마가 없으면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김치남”으로 뒤집는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애비충·파피충 등의 대응어가 등장했으나, 육아는 특정 성의 역할이 아니라 부모의 영역이므로 사용을 부정적으로 본다.” 혐오의 유탄이 미러링 밖으로 튀지 않도록 관리하는 계산이 있다. 자연발생형 혐오에서는 보기 힘든 중요한 차이다.
이 의식적인 계산이야말로 메갈리안의 강점인 동시에 위험 요소가 된다. 미러링이란 여성혐오의 문법에 익숙하고 충분히 갖고 놀 수 있으면서도 과속하지 않는 사람만이 가능한 외줄타기다. ‘탄생 정신’을 공유하지 않는 신규 유입이 이어지고 혐오 발화가 자체로 놀이코드로서 매력을 갖게 된다면(일베가 정확히 이렇다), 그때도 섬세하게 지금 궤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더 중요한 질문도 있다. ‘혐오를 혐오로 돌려주는 방식’은 습관적으로 여성혐오 언어를 써왔던 남성에게는 충격요법으로 먹혀들기도 했다. 하지만 맥락 없이 접해야 하는 온라인 공간의 다수 구경꾼에게 메갤발 혐오 발화는 그저 ‘여자 일베의 등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전략은 얼마나 유효할까. 메갈리안에서도 그를 둘러싼 논쟁이 주기적으로 벌어진다.
외부의 시선이야 어떻든, 오랫동안 온라인 공간의 여성혐오에 시달리며 단련된 이 ‘무서운 언니들’은 당분간 충격요법을 유지할 생각이다. 메갈리안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걸린 한 문답이 위 질문을 다룬다. “좀 더 성숙하게 논리적인 분위기로 바꾸자? 그 짓 10년 넘게 했다. 돌아온 거 없다.”
외견상 남녀 대립은 사회 구성원을 여러 갈래로 갈라놓은 채 개인을 소외시키고 굴종시키는 힘의 작동 원리와 무관하지 않다. 여성혐오 담론과 갈등은 근본적으로 자립 능력을 박탈당한 사람들 간의 상호 혐오이며, 이는 여성-남성의 대립 구도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사회적 병리의 징후일지도 모른다.
한편, 컴퓨터가 제대로 분석해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 일베(남자)와 메갤(여자) 모두에서 좀 더 순수한 방식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쉬움의 행간을 읽어낼 수 있었으나, 컴퓨터의 알고리즘은 이를 통계물리학적 기준을 넘지 못한 노이즈로 걸러냈다. 하지만 유능한 데이터 분석가·사회과학자는 버려졌거나 외곽에 소외된 데이터의 잠재적 의미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저작권 문제로 기사 내용 전문을 가져올 수는 없고, 내용만 간략히 요약하자면
1. 생물학적, 문화적 이유로 현재 결혼 적령기(?) 남녀 성비가 매우 악화된 상태
2. 경제적 어려움으로 많은 잉여 남성들이 결혼 시장에서 배척
3. 경쟁에서 도태된 남성들이 여성의 가치를 깎아내려(가격 후려치기) 유리한 고지 점령하고자 하는 전략 선택
4. 집단으로 봐서 불리한 선택
5. 이에 대한 반발로 메갈리안 탄생 및 대립 가속화
6. 남녀 모두 '사랑'을 원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논리 속에 서로를 증오
7. 데이터 밖의 현상을 해석할 필요 있음, 증오를 거두자.
정도가 되겠네요.
동의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한 번 생각해볼만한 주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