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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길고양이K의 비애
게시물ID : readers_219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토마토씨
추천 : 6
조회수 : 40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27 23:55:35
새벽, 골목길에 서있자니 
길고양이 하나가 비쩍 마른 몸뚱아리를 
연신 내 발목에 비벼대는 것이었다  

지금은 집잃고 떠도는 탕아에 불과한 이 녀석도 
처음 땅을 밟았을 때는 누군가의 희망이었으리라 

한 때는 우주를 담은 듯 반짝였을 눈이 
총기를 잃고 시꺼먼 눈꼽만 잔뜩 낄 때까지 

언젠가는 갓 내린 눈처럼 하이얐을 털이 
윤기를 잃고 누르칙칙하게 더러워지기까지  

고양이의 아홉 개 목숨 
그 중에 녀석은 몇이나 잃었을까. 

몇 번이나 마음을 주고 
몇 번이나 배신당했을까  

몇 번이나 벗어나려 발버둥치고 
몇 번이나 제자리로 돌아왔을까 

어두운 도시의 밤, 주황색 가로등 불빛 아래서 
나는 그 가녀린 등허리를 묵묵히 쓰다듬었다  

녀석의 생기없는 동공은 나를 비추고 있었다. 
더이상 희고 곱지 못한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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