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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ve us only sky.
게시물ID : sewol_470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템=레이
추천 : 5
조회수 : 3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28 22:17:38
4계의 구분이 희미하게 된지 오래지만, 가을 하늘은 가을 하늘이더라.

참 시리도록 푸르고, 예쁘더라.

난 7살때 부모님이 모두 돌아 가셨단다. 다행히 할머니께서 잘 거둬 주시고, 키워 주셨어. 부모님 역할을 모두 해 주셨지만, 난 늘 뭔가 허전했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너희들도 많이 읽어 봤을거야. 난 그 책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부분은, 그 분의 선함과 굳건한 정신력, 명언들이 아니라

'난 이 나이에도 엄마가 항상 보고싶어요'란 고백이었어.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도, 지금 읽을 때도 그 부분에서 늘 눈물을 쏟고는 한단다.

감히 짐작도 하기 어렵지만, 너희들의 부모님 심정을 약간이나마 이해 한다고 생각 해. 부모님을 잃은지 27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렇게나 그립고 사무치는데-심지어 어린 시절이어서 기억도 희미한데도 말이야-, 오죽 하실까.

또, 너희들은 얼마나 슬펐을까.

이매진의 노랫말처럼 '우리 밑에는 지옥도 없고, 위에는 하늘만이 있는. 모두가 오늘만을 위해 살아가는 세상'을 너희에게 보여줬어야 했는데.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고작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고, 가끔씩 광화문이나 안산에 가 보는 일 밖에 없어서 미안하구나.

너희들을 위해 기억하고 반성하기는 커녕, 너희들의 흔적을 지워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게 미안하구나.

오늘, 햄버거와 과자를 사 들고 안산에 다녀왔단다. 아직 34살 밖에 안 되었지만,-너희들 입장에선 충분히 아재요! 할 수도 있겠지만 말야. 아직 나도 한창때란다- 내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너희들 또래의 입맛에 맞는거라곤 햄버거와 과자 밖에 없더라. 
동생들, 어른들 용돈 드리느라 나도 좀 쪼들려서..음료수는 못 사갔구나. 미안해. 연말엔 꼭 셋트로 사 가도록 할게.

이번에 슈퍼문이 떴다고 하더구나. 너희들이 보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참..예쁘더라. 그래서 더 슬프더라.

이런 말 하기 참 어렵지만, 너희에게 정말 많은 부채감과 고마움을 느낀단다. 난 부끄럽지만 전형적인 소시민이었어.

악하지는 않지만, 아니 선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선함을 사용 할 줄도 몰랐고, 더 솔직히 말하면 그럴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고 살아 왔단다.

2014년 4월 16일 이후로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었단다. 비단 너희뿐 아니라, 억울하게 희생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오고, 목소리가 들리더라.
 
그래서 고맙고, 그렇지만..그 대가가 너희들의 생명이었단걸 떠올릴 때면 정말 큰 부채감이 든단다.

너희 없이 맞게 된 두 번째 추석이구나. 세월이 누적 될 수록, 내 이런 마음도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무뎌지긴 할거야. 지금보다 더 적게, 더 가끔 너희들을 생각하게 될 테고, 눈물을 흘리게 되는  횟수도 줄어 들겠지.

그래도 한 가지는 꼭 약속 할게. 절대 완전히 잊지는 않겠다고.

그리고, 올 연말 미사 때, 너희들을 위한 노래를 부를 것도 약속 할게. 이미 신부님께 말씀은 드려 놨단다.

연말에, 아니 시간이 나면 그 전에라도. 안산이나 광화문에서 다시 만나자. 그 때까지 잘 놀고 있으렴.

하늘을 보고 있으니, 이매진이 듣고 싶었고. 이매진을 들으니, 너희가 생각나서..그냥, 끄적여 봤어. 오글거려도 참아주렴. 아재들도 감성이란게 있단다.

비록 지옥같은, 아니 지옥 그 자체인 불반도지만, 하늘 위에는 너희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위안이 된다. Above us only sky, and you.  
출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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