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드루킹 특검'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단순히 유감 표명 수준으로 상황을 넘길지, 또다시 '국회 보이콧'과 같은 강력한 카드를 내밀지 향후 행보가 주목되지만, 두가지 상황 모두 '잃어버린 야성'과 '민심 역행' 차원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3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드루킹’ 김동원(49)씨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 여론조작 공모 의혹을 수사해온 허익범 특별검사(59·사법연수원13기)팀은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고 25일로 수사를 끝낸다.
'정치 특검'이란 비난을 받으며 출범 때부터 구설에 올랐던 허 특검팀은 결국 드루킹 일당 4명 추가 기소와 '초뽀' 김모씨, '트렐로' 강모씨 구속기소 외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사실상의 '빈손 특검'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며 막을 내리게 됐다.
허 특검팀의 수사 기간 연장 포기로 가장 뼈아픈 쪽은 단연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앞서 드루킹과 김 지사의 대선 여론조작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국회 보이콧 및 김성태 원내대표의 무기한 노숙 단식 투쟁을 앞세워 결국 드루킹 특검을 관철시켰다.
한국당은 특검 종료 발표 직후 윤영석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권력 중심부의 관련인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한 채 특검은 스스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해버렸다"며 "앞선 12번의 특검 중 스스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한 첫 사례"라고 비난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같은날 "역대 어느 특검에서도 국가권력과 정치권력이 특검을 압박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일찍이 예견됐지만 부당한 권력의 압박 속에 특검이 고유권한인 수사연장 요청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같은 유감 표명 속에서도 당 지도부에선 드루킹 특검 종료에 대한 대응방안 고민은 깊을 수 밖에 없다. 만약 국회나 상임위 보이콧 등 강력 대응에 나설 경우 국회를 포기하고 민심에 역행한다는 비판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고, 이처럼 말로만 항의하는 수준에서 그칠 경우 '애초에 특검할 사안이 아니었다'라는 여당 논리에 묻힐 수 있어서다.
현재로선 '비판도 국회에서'라는 기조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사건, 소득주도성장론, 고용 쇼크 등 정부와 여당을 공략할 만한 굵직한 이슈들이 많아 또다시 '국회 보이콧'과 같은 극단의 선택을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 따라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특검 기간 및 드루킹 문제를 지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법사위 전체 명의로 특검의 기간 연장을 신청해달라는 성명을 내야한다"고 요구하는 등 국회 안에서 해결을 보려는 시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드루킹 특검을 단식 투쟁 9일만에 출범시킨 성과물로 치부하고 싶지 않다"며 "한국당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통해서 드루킹 진실을 밝히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방안을 끊임없이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