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 한 번 당 1000원.
돈을 어떻게든 더 받기 위해 거의 매일 설거지를 하고는 뻥튀기를 했던 것 같다.
오늘은 양이 많아서 힘들었다.
아침 점심 거를 다했으니(미뤄두다 동시에 닦았다) 2000원을 받아야 한다. 등..
그중에서 제일 가는 핑계는 '어떻게 씻는지 몰라서 안했어.'였다.
이유도 가지가지.
기름 때문에. 눌러붙은 밥풀 때문에. 남은 음식물 때문에.
그렇게 말할 때마다 엄마는 날 싱크대로 데리고 가서는 하나하나 알려줬다.
기름은 키친타올로 먼저 닦고, 밥풀은 물에 불려놓고 닦아내면 되고,
음식물은 배수구 거름망에 넣거나 하나로 모아 놓으면 엄마가 치울게..
그때는 엄마가 날 어떻게든 더 부려먹으려고 한다 생각해 불같이 성질을 내곤 했다.
결국 엄마가 대신 내가 빼놓은 그릇들을 닦았다.
그렇게 10년.. 엄마는 혼자서 나와 동생을 먹여 살린다.
매일 밤늦게 들어와 씻지도 못하고 엄마는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 감을 볼 때마다 계속 이걸 닦을 엄마 뒷모습이 생각났고, 결국 그냥 내가 몰래(엄마는 다 알아챘지만..) 해버렸다.
엄마가 깨끗한 싱크대를 보고 지을 밝은 표정이 떠올랐다.
어느 날도 몰래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밥풀을 밀어 헹구고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날 보며 그제야 알게 됐다.
엄마는 나한테 뭐라도 하나 더 알려주고 싶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