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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oda_15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빠왔다
추천 : 12
조회수 : 5562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09/30 11:33:59
이번 명절은 만난 친척들이 없으므로 음슴체
나는 디자인쪽에서 일하는 남징어임.
남들 흔히 말하는 애비없는 집이라 가족들은 제외하고,
명절때마다 거의 맨날 혼자 큰집에 가곤했음.
그래서 갈때마다 얕보이기 싫은 치기어린 마음에 항상 양복입고 가고 막 그랬음.
지금은 왜 그랬는지 생각하기만해도 동네 이X자리 가게에 있는 이불을 몽땅 걷어차도 모자를거같음.
아무튼 올 설연휴가 끝나고 3월중순에 할아버지 제사가 있어 갔다옴.
제사 잘 지내고 밥먹고 커피를 마시려던 순간이었음.
당시 프리랜서로 일하던 중이었던지라 배도 좀 고팠고,
커피도 질리게 마셔서 블루베리 스무디를 시키려던 와중에 작은어머니가 날 갈구기 시작함.
"아니 나이도 어린게 가장 비싼걸 시켜먹고있어!뭐하는거야!?"
여기서 1차로 빡치게됨. 먹는거로는 개도 안건드린다는게 조상님들 철칙이거늘...
부들부들거리며 "하하 다른거로 시킬까요?눈이 안좋아서 싼건줄알았어요"하며 다른걸 시키려했지만
이미 오더가 나간 상태. 작은 어머니는 날 잡아먹을듯이 비싼 음료를 주제로 계속 갈구다가 화제를 변환함.
"그래, 너 요즘 뭐하고사니?직장은 잡았어?"
당시 1년간 일을 하다 때려친 뒤 유럽여행을 한달간 갔다온 상태였고,
다시 포폴 정비좀 하느라 재취직은 잠시 미뤄둔 채 살고있었기에
"아뇨 지금은 걍 프리랜서로 일하고있어요"라는 대답을 함.
그러기가 무섭게 옆에 앉아있던 마흔먹은 친척형 왈
"일용직이네!일용직 이히히힣"
여기서 2차로 빡치게 됨.
작은 어머니도 이 기세를 몰아 야 일용직에다가 나이도 어린노무자식이 버르장머리없게...를 반복하기 시작했고
나는 속으로 오오 주님 하면서 평정심을 찾기위해 무던 애를 썼음.
그나마 날 가장 이해해주고 아껴주셨던 큰어머니가 아들인 큰형을 막아주셔서 조금은 평정을 찾는듯 했으나... 이미 도화선은 타고있었음.
안되겠다 싶어 작업하던 영상을 틀어 작은 어머니한테 던짐.
때마침 작업하던 영상이 관공서에서 의뢰한, 20여층짜리 건물에 빔프로젝터로 쏘는 꽤 큰 규모행사의 영상이었음.
그걸 틀어주니 작은 어머니일가 침묵. 벙찜. 큰형은 깨갱하고 나몰라라함.
온 국민이 왔다갔다하며 보는 건물에다 트는 영상이니 규모가 흔한 사원들이 보는 서류더미랑은 너무 다름.
마음같아서는 작은 어머니한테 "댁네 아드님은 여기저기 인턴 전전하다가 드디어 취업한지 한달되셨다면서요~집값은 모을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라고 쏴버리고 싶었으나...애석하게 하지못함.
그렇게 일동침묵하게 만들어놓으니 속이 그렇게 시원할수가 없었음.
옆에서 큰어머니는 잘했다고 함박웃음을 지으시니 나도 따라 웃으면서 블루베리스무디를 계속 쳐묵쳐묵함.
솔직히 애비없이 살아서 한창 힘들때는 나몰라라 그러려니 하더니 지금와서 어느정도 올라가려니까 감놔라 배놔라 하는것도 웃김.
암튼 지금은 나름 열심히 회사다니면서 살고있음. 그나마 회사에서도 만드는게 광고들이다보니 앞으로는...
설명따위 생략하겠음. 애비없이도 무시 안당하는 사촌놈 됨.
이번 추석에는 특히나 가족간의 마찰로 빚어진 불화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고, 뉴스에 뜰 정도는 아니었으나 나도 간접적으로나마 그쪽 카테고리에 속해있는 터라 더더욱 안타까웠음.
어르신 당신들께서도 나름 힘든건 있었겠지만,
요즘 젊은 것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평생직장, 안정된 직장 등등 현 사회에 맞지도 않는 이런얘기하면서 꼰부심 부리시느니 차라리 고생많다고 어깨나 한번 두드려주셨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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