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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 정모 감상문.
게시물ID : jungmo_10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의목소리
추천 : 4
조회수 : 457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2/11/04 01:09:19

안전철망 사이로 고개만 빼꼼 내민체 내가 떨어질 호수공원을 바라보았다.


기분탓인지 아래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높아보인다. 고개를 흔들며 냉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올려다 봤을때 사람의 크기와 내려보는 지금의 사람의 크기는 동일하다.


이를 근거로 난 이 철탑의 크기가 더 커지지 않았다는 것을 애써 이성으로 타일렀다.


그러는 사이 약간의 현기증이 나를 덮쳤다.


하지만 잠시후 들리는 사람들의 환호소리에 방금 그 현기증이 나의 착각이 아닌 실제 기둥의 흔들림이란것을 깨달았다.


먼저 사람이 뛰어내린 고무줄의 탄력에 튼튼하게 보이던 철구조물이 휘청거린 것이다. 


그 흔들림은 고래의 울음 소리를 처음 들었을때 처럼 낮설고 압도적으로 거대한 존재에 집어 삼켜지는 것 같은 감각을 주었다.


기둥의 휘청 거림이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앞서뛴 그 녀석은 공중에서 몇번이고 튕겨오르며 여유롭게  v를 그렸고, 사람들은 그 모습에 환호와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서 내 차례


첫인사를 앞둔 신입생처럼 과도한 아드레날린 분비에 심장은 빠르게 뛰고 과도하게 자극되는 교감신경에 근육은 혈액속의 당을 빠르게 소모한다.


혈당이 떨어지고 지금 상황을 알지도 못하는 다리 근육은 앞으로 몇십초동안 사용될 일 없음에도 뭐가 그리 부족한지 쉴새없이 혈당치를 올려달라며 덜덜 떨린다.



번지 점프대에 서자 아래에서 생각했던 말춤같은 퍼포먼스계획이 새하얗게 변했다.


오직 눈앞에는 먹이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검은물만이 나를 올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고민하던 그 순간 철컥하는 연결 소리에 이 온 몸의 근육이 밟현 지렁이 마냥 요동쳤다.


뒤에서 들려오는 조교의 외침에 얼떨결에 한걸을 멀리 뛰어들었다.




아주 잠깐, 아주 익숙한 낙하.


하지만 곧 찾아올 추락.


머리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은 전혀 엉뚱하게 반응하고있었다.


내 다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슬슬 충격을 줄이기 위해 힘을 주었고


뱃속의 근육들은 착지의 충격으로 내장이 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내장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몸은 이미 다리를 이용한 착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착지할 바닥은 존재하지 않았다.


신체의 잘못된 반응에 위는 당장이라도 뒤집혀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같았고


잔뜩 힘이 들어간 다리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몇번이고 걷어 찼다.


추락의 감각.


무중력


땅과 떨어진 공포.


생전 처음 느껴보는 근원에 가까운 공포에 경직되어 있는 사이


등에서 무언가 나를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중력은 내장을 제자리로 맞췄고 난 그제서야 고무줄과 기둥을 통해 땅에 연결 되어 있다는 사실에 환희와 안도를 느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착지 할 수 있을 것 처럼 다가왔던 땅이 다시 나와 멀어졌다.


결별했을 거라 행각했던 불쾌한 무중력과의 재회


다끝났다 방심한 사이에 뒤통수를 치는 그 감각에 절로 비명을 질렀다.


팔을 허공에 휘저었지만 소용 없었다.


방금전 안도감을 주던 고무줄 또한 함께 튕겨 오르며 장력을 잃고 허공을 뱀처럼 유영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쇼바처럼 조금씩 줄어든 고무줄의 진폭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는 완전히 탈진한체로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졌다.


아래서 대가하고 있던 고무보트가 나를 무사히 안착시키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자리에 주저 앉았다.




하늘을 올려다 보자 방금전까지 기새 등등하던 나는 사라지고


고무줄만이 나를 비웃듯 혀를 낼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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