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내 친구 상혁이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098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86
조회수 : 7562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7/22 14:48:55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22 12:22:52
옵션
  • 창작글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14089

http://todayhumor.com/?bestofbest_214083

기존에 썼던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의 에피소드입니다. 

어제 녀석과 가진 술자리에서 오유를 하지 않는 녀석에게 너와의 일화를 썼다고 이야기를 했다. 녀석은 내가 쓴 글을 꼼꼼히 읽으며 
몇 가지 지적을 했는데, 가장 큰 불만은 왜 자신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녀석'이라고 표현했느냐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그래서 당당하게 
너의 이름을 밝혀주마.

상혁아!

물론 녀석에 대해 글 쓰는 조건은 지금 이야기가 아닌 과거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지금은 개과천선해서 과거 일을 쓰면 
아무도 자신일 거라 생각하지 못할 거라 했는데. 녀석이 개과천선이라는 사자성어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말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녀석의 머릿속에 '개과천선'은 '개과 동물은 천성적으로 착하다' 라고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1. 요리 대결
녀석과 나는 둘 다 취사병 출신이다. 
비슷한 시기에 군대에 갔고, 군대 시절 주고받은 편지의 주요 내용은 전투력 증진을 위한 전투 레시피와 주부습진이라는 군인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질환에 대한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누는 내용이었다. 
나는 일반 사병 식당, 녀석은 간부 식당에서 근무했는데, 제대 후에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은근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라이벌 관계가 많은 사람 앞에서 공개적으로 폭발한 날은 MT를 갔을 때였다.
녀석과 나는 서로 다른 조였고, 당연히 서로의 조에서 둘 다 취사병 출신이라는 점에서 MT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둘 다 조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물론 그 날이 우리가 남성을 제외한 여성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날이 아닌가 싶다. 그 이후로는 당연히 없었다.
저녁 겸 술자리 안주를 만드는 시간에 내가 준비한 음식은 닭튀김이고 녀석이 준비한 음식은 함박 스테이크였다. 
먼저 내가 생닭을 손질하며 기선 제압을 했다. 

"성성이 선배 봐! 닭을 인수분해하고 있어. 이건 최소 닭을 천 마리 이상 잡아본 사람의 손길 아니 그냥 도살자야"

녀석에게 '봤냐? 이게 800인분 닭튀김 하던 전문가의 솜씨다!' 라며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녀석은 당근을 채썰며 반격하기 시작했다.

"상혁 선배 봐! 칼이 손인지, 손이 칼인지 모르겠어. 인간 채칼이야!"

아뿔싸 녀석은 내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나의 치명적인 약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칼을 무서워하는 취사병이었던 것이었다. 

녀석은 당근에 이어 양파를 돌려 까며 "성성이는 이런 칼질 못해." 라고 후배들에게 말하며 내 약점을 돌려 까고 있었다.
그리고 다진 고기와 잘게 썬 각종 채소를 굴려가며 섞고 있었다. 

"저 새끼 아까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손 안 닦았는데...." 

난 녀석에게 요리사로서 치명적 단점이라 할 수 있는 불결함을 지적했다. 녀석은 놀라 '헉 봤냐....'하는 표정을 지었다.
녀석이 현란한 칼질을 자랑하는 요리사에서 소똥이나 굴리는 쇠똥구리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두 취사병의 처절한 승부는 교수님들까지 인정한 나의 닭튀김이었다. 하지만 녀석이 여자 후배들 사이에서 술 마시며 영화 이야기를 할 때 
닭튀김이 맛있다는 교수님의 말에 나는 밤새 보조를 자청한 남자 후배 두 명과 닭만 튀겼다. 내 닭을 다 해치워 버린, 그리고 더 튀기라고 
사온 교수님을 닭과 함께 튀겨버리고 싶었다. 그날 난 승리한 튀김 냄새 나는 병신이었다.

2. 서로의 약점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외모의 단점이 있었다. 나는 태국인 같은 외모와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에 날려 내 곁을 떠나는 머리카락으로 인한 탈모였고, 
녀석은 비교적 잘 생긴 편이긴 하지만, 약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배에 가려 발이 보이지 않을 토토로 같은 매력적 똥배를 
안고 있었다. 

"너 숀 코너리, 브루스 윌리스, 쥬드 로, 제이슨 스태덤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연기파 배우?" 사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너와 같은 대머리지! 그리고 그들과 너의 차이점은 아냐?"

"몰라. 관심 없어. 배 둘레 햄이나 구겨 집어넣고 말해."

"넌 못생겼어! 그냥 못생긴 대머리 태국인이야" 

나의 유전에 의한 외모 지적을 하는 녀석에게 뭔가 반격할게 필요했다. 

"넌 보면 볼수록 캡틴 아메리카 같다."

"하긴 내가 크리스 에반스처럼 멋지게 생기긴 했지."

"아니. 캡틴 아메리카가 실수로 방패를 등에 안 차고 배에 찬 거 같아. 그리고 캡틴처럼 평소에 제발 얼굴 좀 가리고 다녀."

그날 상봉동 어느 술집에서는 대머리 옹박과 배에 아다만티움 방패를 두른 캡틴 아메리카의 처절한 대결이 벌어졌다. 

3. 아버지 
스무 살 때 아버지께서 친구분 빚보증을 섰다가 집안이 크게 어려워진 적이 있었다. 학비는 물론 자취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는데, 
녀석과 술을 마시다가 아버지에 대한 나의 분노를 표출한 적이 있었다. 녀석은 담담히 술을 마시다 내게

"나는 그렇게 욕할 수 있는 아버지라도 있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는 9살 때 돌아가셨어."

녀석 앞에서 아버지 욕을 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못 나도, 그리고 싫어도 너희 아버지야. 아버지 욕하지 마, 새끼야..." 

녀석과 나는 그날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셨다. 얼마 후 녀석은 자신의 집에 나를 데려갔다. 그날은 녀석 아버지의 제삿날이었다.
어머니께서는 상혁이가 아버지 제삿날에 처음으로 친구를 데려왔다며, 아버지에게 나를 소개해 드렸다. 
그날따라 녀석이 속 깊은 녀석으로 보였다. 물론 다음날부터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갔지만.....
그리고 녀석은 편찮으신 우리 아버지를 항상 걱정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꼭 챙겨주고 있다. 이럴때는 친구 하나는 잘 사귄 것 같다. 
8살 된 아들이 있는 상혁이의 꿈은 아들에게 평생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 녀석에게 

"너는 친구같은 아버지가 될 거야. 너의 정신상태도 8살 아들하고 같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잖아." 라고 말해 주고 싶다.
출처 전 세계의 남녀노소 상혁 이라는 이름을 가지신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