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연애고자한테 소개팅 들어온 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1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삼시세끼냉면
추천 : 13
조회수 : 1529회
댓글수 : 50개
등록시간 : 2015/09/30 22:28:39
옵션
  • 창작글

내 나이 스물 하고도 둘, 한참 피가 끓어오를 나이다.

오유인인걸로 알겠지만 당연히 여자친구는 없고, 병무청의 농간인지 군대에 못가고 복학. 한참 학교를 다니고 있다.

덕분에 노답이라던가, 정부에 저항하며 꿋꿋히 군대를 안가는 아나키스트, 동기들이 다 군대에 가 친구가 없어서 아무무 등으로 불리고 있다.

친구도 여자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다보니 애꿎은 졸업한 선배들만 줄창 불러냈다.

선배를 붙잡고 '전 왜 군대를 못갈까요 엉엉 우웩' 따위의 말만하는 후배가 안쓰러웠는지, 오늘은 같이 술을 마시던 여자선배가 소개팅을 해준다고 했다.

"야 너 소개팅 해볼래?"

"누나, 저 돈 없어요, 계산 못함."

"누가 너한테 계산 하래? 너 보니까 떠오르는 여자애가 있어서 그래, 스물 한 살인데 애 괜찮아."

"무슨 배 타거나, 배 따서 뭐 빼가고 그런건 아니지? 아니면 옥장판 사라거나..."

"미X놈, 해주지마?"

"사진 좀 보여주시죠..."

기다리라면서 휴대폰을 두드리는 선배를 보며 내 앞에 있는 소맥을 한잔 벌컥 들이켰다.

나는 평소 알콜의 힘 없이는 친하지 않은 여자에게 말도 못 붙인다. 소개팅은 해본 적도 없고 여자만 만나면 속이 쓰리니...

이에 관련해서도 수많은 별명이 있다.

썸이 생겨도 눈치 없이 철벽을 친다하여 '포항 제철'.

그린 라이트도 못보고 레드 라이트때 길을 건너다 몇번 사고가 나서 '적녹색맹'.

이라는 별로 명예스럽지 않은 별명이 있다. 상담을 해주던 친구들은 흔히 '병X새끼, 고자X끼, 연애고자놈' 등등으로 부르곤 했다.

사진을 찾는 속도가 왜 이리도 느리며, 내 심장은 왜 이리도 빨리 뛰는가.

아니 근데 스물 한 살이면 한참 대학에서 CC하고 있을때 아닌가? 근데 왜 군대도 못 간 나한테 소개팅을 해주지? 장래희망이 고무신인가?

와 같은 생각을 하던 중 내 눈 앞에 휴대폰 액정이 들어왔다.

"예쁘다."

다른 말은 필요가 없었다. 휴대폰 속에는 아리따운 여성분이 있었다.

"그치? 얘 진짜 애 괜찮아. 얘가 어떻냐면..."

그 이후의 말은 기억이 안난다. 내 머릿속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 여성이 평생 함께라면 얼마나 즐거울까? 이 유전자라면 내 면상도 흐려질거야, 음음. 아들 하나, 딸 하나. 아냐, 요즘 같은 시대에 둘은 너무 많아. 그리고 아들놈이 나랑 똑같이 자라면 국가적 재앙이야.'

등의 생각을 하다가 무언가 내 머릿속을 강타했다.

'이렇게 예쁜 여자를 내가 군대간 사이 가만히 놔둘리가 없잖아?'

그렇다. 군대... 내 행복한 가정을 가로막는 군대...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을 바에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게 낫다는 결론에 도착했다.

"어... 누나, 괜히 고무신 만들 일 있어? 됐어 그냥..."

"그래? 얘가 너 마음에 든다고 그러던데. 알았어, 그렇게 연애할 마음 없다고 전할게."

가슴은 아프지만 나는 그녀를 떠나보냈고, 집에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한강의 수온이 체크하고 싶어졌다.

병X새끼.....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