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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싸움 정리할 때인가요? 이후 각 주체의 득실은 어떨 지 예상해봅니다
게시물ID : sisa_10983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라우룽
추천 : 6
조회수 : 482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8/08/25 15: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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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전쟁의 여러 양상이 있었는데, 결국 이 시점에 싸움은 "김어준 그룹 VS 반이재명 유저"로 구도가 정체되었나요?
개인적으로 이 싸움의 득실을 좀 생각해봤습니다.

1. 김어준

적어도 이재명과 관련된 문제에서, 또 그 파생형인 전당대회 소용돌이 속에서 김어준이 입는 피해는 미미할 거라고 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적어도 김어준과 그를 신뢰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싸움의 양상이 주로 '외부'와의 싸움이었기 때문입니다.

'외부'와의 싸움은 아군의 내공과 전투력이 부족해 완력으로 함락되는 경우만 아니라면, 보통 내부를 더욱 결속시키고, 코어층의 신뢰와 지지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요.

이미 십 년에 걸쳐 외부적폐와 대립하면서 진보 진영 내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지지층을 확보해 거대 스피커로 선 김어준 입장에서는 이 싸움의 결과로 마이너스보다는 긍정적 효과를 수확하는 부분이 휠씬 더 많을 겁니다.

비록 '나는 본래 김어준 컨탠츠의 애청자였으나 이제 그를 손절하겠'다고 하시는 분들의 이탈이 있었지만, 김어준 컨탠츠의 거대한 소비자와 애청자 그룹에 비해선 그 수가 너무 미미할 뿐이겠지요.

온라인 접근이 용이한 젊은층을 제외하고, 오프라인에서 그의 공중파 라디오 전파를 수신하는 각계각층의 일반 청취자들에게는 사실 오유를 비롯한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벌어진 전쟁은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 먼 얘기일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후의 양상에 대해서는 김어준과 그 신뢰자 그룹도 긴장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이제까지의 싸움은 그 구조상 '김어준 그룹' VS '외부 비토세력'의 구도였지만, 만일 이후로 김어준 그룹 '내부'에서 분열과 갈등이 만들어진다면 그때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겁니다.
예컨대 김어준 컨탠츠를 함께 생산하던 가까운 패널들이나(물론 나경원이나 하태경처럼 신사협정 맺고 자기 필요에 따라 컨탠츠 생산 함께하던 '외부'인사 말고), 전현직 딴지필진이나 뉴스공장, 다스뵈이다 팀 등 내부에서 그의 개인적인 흠결이나, 정치관을 이유로 반대의 깃발을 들고 나서면, 이번처럼 쉽게 파고를 넘어갈 수 있는 싸움이 아닐 겁니다. 자고로 내부 싸움만큼 어렵고 무서운 것도 없지요. 
정말 김어준 그룹을 약화시키고 싶은 세력이 있다면, 이제부터는 그의 약한 내부 고리를 찾으려 애쓸테니, 김어준 입장에서도 본인 스스로에 대한 단속에 긴장해야 할 겁니다.


2. 반이재명 전선에 선 유저들

본인들을 포함해서 권리당원 즉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꿈꾸는 일반 시민계층 지지자의 당내 영향력이 상당히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진보진영 내에서 작지 않은 담론 중 하나는 당내에서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느냐, 대의민주주의를 고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이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의견을 달리하는 주제이며, 특히 원내와 지도부에 있는 직업정치인들로서는 스스로의 말과 행동을 쉽게 일치시키기도 굉장히 어려운 주제지요.

2015년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대표시절 추진한 시스템은 누가 뭐래도 직접민주주의 강화에 방점을 둔 혁신방안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방안에 대해 많은 정치인이 표면적으로 밝힌 입장과는 별개로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 권리당원이나 일반국민 여론지분의 결정력 강화로 자신의 기득권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직업정치인은 대놓고, 아니면 물밑으로라도 어떻게든 대의민주주의를 견지하려 들 것이 삼척동자도 알 만한 상식이겠구요,
또 꼭 기득권 문제가 아니더라도 아직은 직접민주주의의 확대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인 우리 입장에서야 직접민주주의의 확대가 가장 좋은 길처럼 보이지만, 정말 깊이 따져보면 옳고그름을 아주 쉽게 단정할 만한 문제는 아니죠.(직접이냐 대의냐라는 고전적인 정치철학의 딜레마를 여기서 역사적으로 세세하게 짚을 생각은 없습니다. 자신도 없고요^^;;)
다만 실제 직접민주주의란 '중우정치로 인한 퇴보와 '집단지성을 통한 진보'의 갈림길 위에 항상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것이 사실이죠.

적어도 지난 2015년부터 2017대선까지 일반시민들 입장에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기캐'라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한 우리 대통령 문프의 개인적 삶과 역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인 진보진영 시민이라면 '문재인'이라는 이름 앞에서 다른 선택지를 고민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였죠.
적어도 문재인이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모든 걸 걸어도 '중우정치'의 늪에 빠질 염려는 결코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의 거센 흐름, 곧 권리당원들의 압도적인 문재인 지지운동은 그 자체로 거스를 수 없는 대명분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듯이 직접민주주의만이 곧 진짜 민주주의라는 공식 아래 더불어민주당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대선 이후 급격히 무게추가 기울어진 '직접민주주의 확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걸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많이 여유있어졌다고 하지만, 1인당 연 근로시간이 2200시간을 넘나들며 세계 최정상을 다툽니다. 날마다 생업에 쫓기듯 생활하는 일반시민이 과연 모든 정치현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할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이쪽이든 저쪽이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활자언론과 인터넷언론을 주무를 수 있는 장치가 넘쳐나는데 과연 지금 시점에 직접민주주의에 당의 명운을 거는 것이 무모한 도박은 아닐까,
무엇보다 문프가 아닌 다른 문제, 특히 내부의 문제에 있어 우리 자신부터 여론을 사사로이 이용해볼 마음 전혀 품지 않고, 직업정치인답지 않은 고고한 길을 고수할 수 있을까 등의 문제에서 아마 대부분의 당내인사들이 자신있는 답을 말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와중에 6.13지방선거와 전당대회를 지나며 과연 당내결정권을 가진 직업정치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아무래도 직접민주주의의 과열성과 위험성을 우려하며, 대의민주주의를 견지하자는 쪽 입장이 탄력을 받기 쉽게 되었다라고 보는 겁니다.

세 명의 후보 중 한 분이 권리당원의 지분을 늘릴 것처럼 공약하셨다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선듯 믿기지 않습니다.
그분의 출신과 정치이력을 볼 때 그분이 정말로 직접민주주의에 방점을 두고 당내질서를 이끌어갈 거란 근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역시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바라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그가 당대표가 되어, 말한 모든 것들을 지키면 좋겠지만, 당내 복잡한 갈등구조와 수많은 현안 앞에서 그 공약은 그저 미결재어음 정도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해당후보를 열렬히 지지하게 된 분들의 따가운 반응이 예상됩니다만, 저는 오히려 문프 외에 모든 정치인은 그가 무슨 말을 하든 한 걸음 떨어져서, 긴 기간을 두고 평가하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습니다. 직업정치인은, 어쩔 수 없이 직업정치인입니다.
심지어 그 개인은 어떤지 몰라도, 그를 둘러싼 계파와 세력과 또 그 계파와 세력이 휘말려질 헤게모니 다툼에서 눈앞의 정치적 이익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더 귀한 가치로 여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저도 지지했던 전해철 의원과 최재성 의원이 직접민주주의에 기반한 혁신시스템을 끝까지 고수하기위해 해당 후보를 지지한 것처럼 보여, 일말의 기대마저 접은 것은 아니나, 글쎄요. 두고 보아야겠지요.
 해당 후보가 정말 권리당원 지분과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위해 전, 최 두 의원에게 충분한 지분을 나누어주고,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을 강화해나갈지, 두 의원과 권리당원들을 이용만 하고 토사구팽할 지. (그러나 역시 저는 언제나 낙관적이기보다 비관적인 시각으로 직업정치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다른 두 분 중에 당대표가 되더라도, 이 문제는 역시 권리당원과 직접민주주의자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 쪽으로 전개될 겁니다.

아직 그럴 만 한 때가 되지 않았다는 시기상조론부터, 특히 이번에 지지자들 내에서 커뮤니티 및 SNS 대전이 과열된 것을 근거로 얼마든지 신중론 쪽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가급적 직업정치인들에 대해 삐딱한 시선을 버리지 않으려고 하는 제 입장에서는 오유 내에서 자꾸 정상적인 토론보다 인신공격과 조롱과 비아냥이 난무하는 온라인 전투양상이 오히려 우리들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명분으로 남게 될까봐서요.
전에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실권한 미실이 마지막으로 선덕여왕에게 한 대사가 화제가 되었지요. '이제 권력을 잡게 되셨는데 그 권력은 횡으로 나눌지언정, 절대 종으로는 나누지 마시라'고, 권력은 미실이든 선덕이든 위에 있는 자들이 관리해야지, 절대 밑의 백성까지 누리게 해선 안된다는.
저는 저런 말이 더이상 명분을 갖지 못하도록 제대로 집단지성을 세우는 당과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면 결코 어제오늘 우리와 같은 모습으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근거도 없이 상대를 무슨무슨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작은 게시판 룰도 안지키고 그저 조그만 댓글 창 안에서 상대방을 상처주고 괴롭히기에만 매달리는 유저의 목소리는 결코 힘이 없습니다. 직업정치인들의 이용대상이 될 뿐, 결코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하고 영향력을 끼치지 못합니다.

여러분이 원하든 원치않든, 전당대회를 지나며 여야 모든 직업정치인들에게 오유는 3:2로 쪼개진 모습으로밖에 기억되지 않을 겁니다. (어느 분들은 딴지에서 껍데기만 오유인 유저들이 유입되었다, 또 다른 분들은 작업세력이 유입되어 분탕을 일으켰다, 고로 진성 오유는 그렇지 않다고 서로의 입장을 항변하시겠지만, 그런 거 의미 없습니다. 지선과 전당대회를 정리하면서 민주당에서 백서같은 것이 발간된다면, 그 때 참고될 오유의 모습은 그냥 딱 3:2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겁니다)

당분간 오유 게시판의 목소리를 신경은 쓸지언정, 결코 지난 촛불1주년파티 때같은 경외심을 저들에게 주지는 못하겠지요. 그저 3/5, 2/5만큼으로 딱 그만큼만 우리 권리를 인정하겠지요.
아무쪼록 이번 계기로 그저 전화위복이 되어, 오유가 정상적인 토론의 장, 논리의 장, 선비스러운 존중의 장으로 돌아올 수 있기만 바라고, 그 힘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재조산하를 힘있게 돕고, 본인들 스스로의 권리신장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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